
【서울=뉴시스】정혜윤 CBS 라디오 PD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책을 내는 것 자체가 목적인 적은 없었어요. 누군가 '내년 여름에는 책 한권 내야지'라고 하면, '그런 계획은 없어요'라고 말하면서 웃어요."
칼럼니스트이자 감각적인 독서가, 고정 팬들을 거느린 작가로 유명한 정혜윤(46) CBS 라디오 PD는 이 같이 말했다.
여행과 여행 사진 그리고 여행의 단상이 범람하는 시대, 그녀는 지난 7월 여행산문집 '스페인 야간비행'을 출간해 주목받았다. 활자로만 이뤄진 여행기로, 단 한 장의 여행 사진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미지를 배제해 시공의 제약으로부터 무한히 자유롭다. 스페인의 여러 도시와 포르투갈, 리스본, 필리핀 보홀의 가장 선명한 이미지를 문장으로만 빚어냈다.
"인생의 어떤 시기는 확실히 다른 시기보다 중요할 수 있어. 사라마구는 '아니요'라고 말하는 때를 그 출발로 생각했어. 내가 기억하는 한 사라마구는 소설에서 성공이란 단어를 현실의 잣대로 쓴 일이 없어. 굳이 성공이라는 말을 써야만 한다면 자기 운명을 스스로 만들고 완성시키는 것이야말로 성공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미스 양서류야, 오늘 밤 나는, 자기 존재의 '아니요'에 몸을 의지해 위험천만하게, 그러나 용감하게 존재 바깥으로 나간 모든 사람들에게 깊게 고개 숙여서 경의를 표해. 너도 어서 고개 숙여!"('5' 중)
'스페인 야간비행'의 일부 구절이다. '미스 양서류'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독자들을 자신이 걸었던 여정으로 데리고 간다.
"스페인 여행기는 미스 양서류한테 '다시는 이렇게 살지 말자'는 등 최후통첩을 날리는 내용으로 도배되어 있어요. 미스는 '미스코리아'의 준말로 아름다움을 뜻해요. 그리고 양서류는 분열을 안고 사는 존재예요.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럴 거예요. 이상과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안정과 불안정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데요. 저는 '혼란스러워도 불안정을 택한 네가 아름답다'는 뜻에서 미스 양서류라고 했습니다."
정 PD가 제작한 CBS 다큐멘터리 '불안'은 2013년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에서 '라디오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2012년에도 방통위 방송대상 라디오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그녀는 방송인으로서 영감을 받은 사람으로 폴란드 작가 카푸시친스키(1932∼2007)를 꼽았다.
"카푸시친스키는 문학을 좋아하는 기자였어요. 우리의 저널리즘은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게 별로 없는데, 그는 매번 새로운 세계를 보여줬습니다. '이 사람이 살아있다면 뭐라고 썼을까' 하면서 저는 그 사람의 눈을 갖기를 원했어요.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벨라루스의 여성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대표작 중 하나인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아직 읽어보진 못했는데요. 그녀의 그 책이 '목소리 소설(Novels of Voices)', 전쟁에 직접 참전한 여성 200여 명의 목소리를 엮은 것이라 정말 놀라웠어요. 제가 구현하려고 했던것이 바로 그 세계였거든요. 제가 지난해 출간한 '그의 슬픔과 기쁨'에서 해고노동자 26인의 목소리를 담았었어요. 그 26명의 목소리를 모아서 하나의 세계로 만들어본 경험이, 그 목소리에서 수많은 질문을 만들어봤던 경험이 저에게는 새로운 세계였어요. 이렇게 르포르타주를 할 때 원칙이 있어요. 녹음한 것을 아무리 수십 날이 걸려도 제가 다 녹취하는 것이예요. 말 한마디 한마디를 집중해서 다시 듣게 되요. 누구의 목소리도 버리지 않는거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도저히 피해갈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거예요. '이 사람 말에 귀 기울이라'고 저에게 강요하는 거죠. 이렇게 억지로라도 다른 사람의 목소리,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 저한테는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칼럼니스트이자 감각적인 독서가, 고정 팬들을 거느린 작가로 유명한 정혜윤(46) CBS 라디오 PD는 이 같이 말했다.
여행과 여행 사진 그리고 여행의 단상이 범람하는 시대, 그녀는 지난 7월 여행산문집 '스페인 야간비행'을 출간해 주목받았다. 활자로만 이뤄진 여행기로, 단 한 장의 여행 사진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미지를 배제해 시공의 제약으로부터 무한히 자유롭다. 스페인의 여러 도시와 포르투갈, 리스본, 필리핀 보홀의 가장 선명한 이미지를 문장으로만 빚어냈다.
"인생의 어떤 시기는 확실히 다른 시기보다 중요할 수 있어. 사라마구는 '아니요'라고 말하는 때를 그 출발로 생각했어. 내가 기억하는 한 사라마구는 소설에서 성공이란 단어를 현실의 잣대로 쓴 일이 없어. 굳이 성공이라는 말을 써야만 한다면 자기 운명을 스스로 만들고 완성시키는 것이야말로 성공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미스 양서류야, 오늘 밤 나는, 자기 존재의 '아니요'에 몸을 의지해 위험천만하게, 그러나 용감하게 존재 바깥으로 나간 모든 사람들에게 깊게 고개 숙여서 경의를 표해. 너도 어서 고개 숙여!"('5' 중)
'스페인 야간비행'의 일부 구절이다. '미스 양서류'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독자들을 자신이 걸었던 여정으로 데리고 간다.
"스페인 여행기는 미스 양서류한테 '다시는 이렇게 살지 말자'는 등 최후통첩을 날리는 내용으로 도배되어 있어요. 미스는 '미스코리아'의 준말로 아름다움을 뜻해요. 그리고 양서류는 분열을 안고 사는 존재예요.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럴 거예요. 이상과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안정과 불안정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데요. 저는 '혼란스러워도 불안정을 택한 네가 아름답다'는 뜻에서 미스 양서류라고 했습니다."
정 PD가 제작한 CBS 다큐멘터리 '불안'은 2013년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에서 '라디오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2012년에도 방통위 방송대상 라디오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그녀는 방송인으로서 영감을 받은 사람으로 폴란드 작가 카푸시친스키(1932∼2007)를 꼽았다.
"카푸시친스키는 문학을 좋아하는 기자였어요. 우리의 저널리즘은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게 별로 없는데, 그는 매번 새로운 세계를 보여줬습니다. '이 사람이 살아있다면 뭐라고 썼을까' 하면서 저는 그 사람의 눈을 갖기를 원했어요.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벨라루스의 여성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대표작 중 하나인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아직 읽어보진 못했는데요. 그녀의 그 책이 '목소리 소설(Novels of Voices)', 전쟁에 직접 참전한 여성 200여 명의 목소리를 엮은 것이라 정말 놀라웠어요. 제가 구현하려고 했던것이 바로 그 세계였거든요. 제가 지난해 출간한 '그의 슬픔과 기쁨'에서 해고노동자 26인의 목소리를 담았었어요. 그 26명의 목소리를 모아서 하나의 세계로 만들어본 경험이, 그 목소리에서 수많은 질문을 만들어봤던 경험이 저에게는 새로운 세계였어요. 이렇게 르포르타주를 할 때 원칙이 있어요. 녹음한 것을 아무리 수십 날이 걸려도 제가 다 녹취하는 것이예요. 말 한마디 한마디를 집중해서 다시 듣게 되요. 누구의 목소리도 버리지 않는거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도저히 피해갈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거예요. '이 사람 말에 귀 기울이라'고 저에게 강요하는 거죠. 이렇게 억지로라도 다른 사람의 목소리,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 저한테는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서울=뉴시스】포르투갈 포루투 여행 중
책을 쓰는데 직업적 장점의 도움이 컸다고 털어놨다.
"PD랑 기자란 직업은 권력이 있어요. 어떤 권력일까요? 바로 물어볼 수 있다는 거예요. 질문할 수 있다는 거예요. 기자가 물어보면 나한테 '왜 물어봐요?'라고 하는 사람은 없어요. 어떻게든 응답하려고 하거든요. 질문하고 대답을 구할 수 있는 권력, 세상에 그만한 권력이 없어요. 어쩌면 우리가 인생에서 하고 있는 것이 그런 것 아닐까요? 질문하고 끊임없이 그 해답을 구하구요. 인물 인터뷰에 관해서라면 제 책을 읽은 사람들은 '네 주변에 어떻게 그렇게 신기한 일이 많아?' '어떻게 훌륭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닐 수 있느냐'고 물어요. 어쩌면 훌륭한 어떤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닐거예요. 우리는 저마다 자신 안에 여러 모습을 담고 있고 저는 아마 그 중 최선의 것을 끌어냈을지도 몰라요. 그럴 수 있도록 질문을 다르게 던졌을 뿐이예요. 인터뷰를 할 때 가장 흥미를 느끼는 사람은 이제 막 뭔가를 뜨겁게 사랑하기 시작한 사람이예요. 그런 사람들은 더 알고 싶어하고 더 익힐 것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이미 자신이 뭔가를 확실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같은 말만 반복하거나 상대방이 기대하는 말을 하기 때문에 덜 흥미롭습니다."
작가로 활동하게 된 것도 직업적 영향이 컸다.
"사람들이 우리의 시대정신을 무엇이라고 읽는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중요한 축이 '복고'라고 생각해요. 사실 라디오를 보면 복고적, 퇴행적인 경향이 강합니다. 새로운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이미 아는 이야기, 새로운 음악을 듣기보다는 자신이 듣던 음악을 들으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죠. 라디오 PD로서 어떻게 새로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할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책을 읽을 때도 저자의 필력이나 개성보다는 그 저자가 새로워지려고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했나, 얼마나 새로운 세계를 보여줬나를 봐요. 우리가 진정으로 괴로워하는 것은 선택지가 이미 몇 개로 정해져 있다는 것 아닐까요? 저는 누군가가 다른 세계를 만들어보려고 애썼다는 것에, 선택지를 늘렸다는 것에 귀를 기울이고 존경합니다."
-창작의 고통이 있을텐데요. 어떤 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나요?
"힘든 것을 좋아합니다. 하하. 제가 나약해지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 커요. 저는 얼마든지 그럴 수 있으므로 그러지 않으려고 정신을 바짝 차립니다. 돈키호테는 기사로서 자기 자신의 파수꾼이 된다고 했는데 저도 제 자신을 의심하면서 눈을 크게 뜨고 있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힘들 때는 힘들어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슬플 때는 슬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힘들지 않기를 바랄 수는 없어요. 의연할 수도 있고 용기 있을 수도 있지만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지요. 힘든 것을 뻔히 알아도 겪어내는 것, 힘들지 않기를 바라지 않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충분히 겪어내는 것이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마술 라디오' '여행, 혹은 여행처럼' '그의 슬픔과 기쁨' '런던을 속삭여줄게' 등 다수의 책을 쓰셨는데요. 바쁜 PD 생활을 하면서 책 쓰는 게 힘들진 않으세요.
"출판사가 기획해서 쓴 책은 없고, 항상 제가 쓰고 싶은 책을 써요. 제 직업이 유리하게 작용했어요. 라디오 PD로서 항상 시간 안에 제 때에 방송을 시작해야 하잖아요. 정해진 시간 안에 글을 쓰는 것이 평생의 훈련이었어요. 저는 라디오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데 PD들 사이에서 다큐멘터리는 3D 업종 중 하나예요. 만약 저에게 '지리산의 가을'이란 다큐를 제작하라고 해보세요. 제가 만약 텔레비전 PD라면 자연을 카메라로 쫙 보여주면 될 거예요. 그러나 작은 녹음기와 마이크 하나만 들고 있는 라디오 PD로서는 커다란 자연 앞에서 막막합니다. 나는 '대체 무슨 말을 해야할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 막막함과 부딪히는 일을 평생 해온거죠. 혼자 녹취하고 혼자 편집하고 혼자 음악 고르고 혼자 더빙하고 혼자 방송을 내보내면서 '1인 17역'까지 해봤던 것 같아요.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가죠. 그 다큐멘터리를 했던 에너지가 글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하루하루는 일종의 수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혼자 일하다보니 양심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누가 비난하지 않아도 제가 알아요. 기사도 그렇잖아요. 대충 쓰면 작아지는 자기 자신을. (웃음) 책은 훨씬 더 오래가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PD랑 기자란 직업은 권력이 있어요. 어떤 권력일까요? 바로 물어볼 수 있다는 거예요. 질문할 수 있다는 거예요. 기자가 물어보면 나한테 '왜 물어봐요?'라고 하는 사람은 없어요. 어떻게든 응답하려고 하거든요. 질문하고 대답을 구할 수 있는 권력, 세상에 그만한 권력이 없어요. 어쩌면 우리가 인생에서 하고 있는 것이 그런 것 아닐까요? 질문하고 끊임없이 그 해답을 구하구요. 인물 인터뷰에 관해서라면 제 책을 읽은 사람들은 '네 주변에 어떻게 그렇게 신기한 일이 많아?' '어떻게 훌륭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닐 수 있느냐'고 물어요. 어쩌면 훌륭한 어떤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닐거예요. 우리는 저마다 자신 안에 여러 모습을 담고 있고 저는 아마 그 중 최선의 것을 끌어냈을지도 몰라요. 그럴 수 있도록 질문을 다르게 던졌을 뿐이예요. 인터뷰를 할 때 가장 흥미를 느끼는 사람은 이제 막 뭔가를 뜨겁게 사랑하기 시작한 사람이예요. 그런 사람들은 더 알고 싶어하고 더 익힐 것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이미 자신이 뭔가를 확실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같은 말만 반복하거나 상대방이 기대하는 말을 하기 때문에 덜 흥미롭습니다."
작가로 활동하게 된 것도 직업적 영향이 컸다.
"사람들이 우리의 시대정신을 무엇이라고 읽는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중요한 축이 '복고'라고 생각해요. 사실 라디오를 보면 복고적, 퇴행적인 경향이 강합니다. 새로운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이미 아는 이야기, 새로운 음악을 듣기보다는 자신이 듣던 음악을 들으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죠. 라디오 PD로서 어떻게 새로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할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책을 읽을 때도 저자의 필력이나 개성보다는 그 저자가 새로워지려고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했나, 얼마나 새로운 세계를 보여줬나를 봐요. 우리가 진정으로 괴로워하는 것은 선택지가 이미 몇 개로 정해져 있다는 것 아닐까요? 저는 누군가가 다른 세계를 만들어보려고 애썼다는 것에, 선택지를 늘렸다는 것에 귀를 기울이고 존경합니다."
-창작의 고통이 있을텐데요. 어떤 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나요?
"힘든 것을 좋아합니다. 하하. 제가 나약해지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 커요. 저는 얼마든지 그럴 수 있으므로 그러지 않으려고 정신을 바짝 차립니다. 돈키호테는 기사로서 자기 자신의 파수꾼이 된다고 했는데 저도 제 자신을 의심하면서 눈을 크게 뜨고 있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힘들 때는 힘들어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슬플 때는 슬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힘들지 않기를 바랄 수는 없어요. 의연할 수도 있고 용기 있을 수도 있지만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지요. 힘든 것을 뻔히 알아도 겪어내는 것, 힘들지 않기를 바라지 않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충분히 겪어내는 것이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마술 라디오' '여행, 혹은 여행처럼' '그의 슬픔과 기쁨' '런던을 속삭여줄게' 등 다수의 책을 쓰셨는데요. 바쁜 PD 생활을 하면서 책 쓰는 게 힘들진 않으세요.
"출판사가 기획해서 쓴 책은 없고, 항상 제가 쓰고 싶은 책을 써요. 제 직업이 유리하게 작용했어요. 라디오 PD로서 항상 시간 안에 제 때에 방송을 시작해야 하잖아요. 정해진 시간 안에 글을 쓰는 것이 평생의 훈련이었어요. 저는 라디오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데 PD들 사이에서 다큐멘터리는 3D 업종 중 하나예요. 만약 저에게 '지리산의 가을'이란 다큐를 제작하라고 해보세요. 제가 만약 텔레비전 PD라면 자연을 카메라로 쫙 보여주면 될 거예요. 그러나 작은 녹음기와 마이크 하나만 들고 있는 라디오 PD로서는 커다란 자연 앞에서 막막합니다. 나는 '대체 무슨 말을 해야할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 막막함과 부딪히는 일을 평생 해온거죠. 혼자 녹취하고 혼자 편집하고 혼자 음악 고르고 혼자 더빙하고 혼자 방송을 내보내면서 '1인 17역'까지 해봤던 것 같아요.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가죠. 그 다큐멘터리를 했던 에너지가 글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하루하루는 일종의 수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혼자 일하다보니 양심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누가 비난하지 않아도 제가 알아요. 기사도 그렇잖아요. 대충 쓰면 작아지는 자기 자신을. (웃음) 책은 훨씬 더 오래가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서울=뉴시스】그리스 여행 중
-특별한 시간 관리법이 있는지요.
"작년에 송년회가 두 개 있었는데 너무 많았어요. 저는 어떠한 종류의 SNS도 하지 않아요. 그게 원칙이예요. 언제부턴가 시간이 그냥 없는게 아니라 더 없어요. 시간이 더 아까워지고 있어요. 하루는 개인적인 고민으로 힘들었어요. 그 다음날 긴 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그게 너무 하찮은 일이예요. '이렇게 하찮은 일에 신경 쓰면 언제 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책을 읽고 좋은 점 중 하나는 구별 능력이 생긴다는 것일 거예요. 이것은 중요하다. 이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런 것들을 잘 구별하고 시간을 잘 활용하려고 노력해요. 전혀 없던 버릇이 최근 하나 생겼는데 그게 굉장히 좋더라구요. 작년 연말부터 메모를 시작했는데 일주일 후에 메모를 다시 보면 무슨 말인지 모를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 때 그걸 왜 중요하게 생각해서 메모까지 했을까'라는 궁금증이 들면서 저를 돌아보게 돼요."
-앞으로 무슨 책을 쓰고 싶으세요?
"그리스 여행기입니다. '스페인 야간비행'에서는 미스 양서류한테 '이 세계를 떠나자' '이렇게 살지 말자'는 등 최후통첩을 날리는 내용으로 도배가 되어 있어요. 그리스 여행기는 이보다 수준이 높아져서 양서류에서 벗어났어요. 반인반신의 세계라고나 할까요? 그리스의 빛을 빼놓고는 이야기를 할 수 없어요. 그리스의 빛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어요. 그리스 지중해는 이탈리아 지중해와는 또 달라요. 훨씬 정신적인 것이 있어요. 숭고한 것이라고나 할까요? '우리 이렇게 살아도 될까'에서 '이제 우리 이렇게 살자'로 가는거죠."
-작가로서의 꿈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제 꿈은 여행작가예요. 여행에 대해서 후지야라 신야가 한 말이 있어요. 편의점 가면 직원에게 보통 '이거 얼마예요?'라고 물어보잖아요. 그런데 후지야라 신야는 '오늘 하루 어땠어요?' '잘 지내셨어요?'라고 묻는다고 해요. 그럼 편의점 직원이 극도로 당황하겠죠? 그는 그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것이 왜 여행일까요? 우리가 맺는 관계가 달라지는 것을 말하는 것이겠죠. 우리가 세계를 보는 방식이 달라지는 것을 말하는 것이겠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저는 삶을 여행이라고 생각하니까 각자 고유한 삶을 산다는 것은 각자 고유한 여행을 한다는 뜻일거예요. 출국할 때와 다른 모습으로 입국하는 것, 이것이 제가 여행에 대해 기대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돌아와서는 선택지를 늘리는 여행작가가 되고 싶어요."
[email protected]
"작년에 송년회가 두 개 있었는데 너무 많았어요. 저는 어떠한 종류의 SNS도 하지 않아요. 그게 원칙이예요. 언제부턴가 시간이 그냥 없는게 아니라 더 없어요. 시간이 더 아까워지고 있어요. 하루는 개인적인 고민으로 힘들었어요. 그 다음날 긴 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그게 너무 하찮은 일이예요. '이렇게 하찮은 일에 신경 쓰면 언제 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책을 읽고 좋은 점 중 하나는 구별 능력이 생긴다는 것일 거예요. 이것은 중요하다. 이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런 것들을 잘 구별하고 시간을 잘 활용하려고 노력해요. 전혀 없던 버릇이 최근 하나 생겼는데 그게 굉장히 좋더라구요. 작년 연말부터 메모를 시작했는데 일주일 후에 메모를 다시 보면 무슨 말인지 모를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 때 그걸 왜 중요하게 생각해서 메모까지 했을까'라는 궁금증이 들면서 저를 돌아보게 돼요."
-앞으로 무슨 책을 쓰고 싶으세요?
"그리스 여행기입니다. '스페인 야간비행'에서는 미스 양서류한테 '이 세계를 떠나자' '이렇게 살지 말자'는 등 최후통첩을 날리는 내용으로 도배가 되어 있어요. 그리스 여행기는 이보다 수준이 높아져서 양서류에서 벗어났어요. 반인반신의 세계라고나 할까요? 그리스의 빛을 빼놓고는 이야기를 할 수 없어요. 그리스의 빛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어요. 그리스 지중해는 이탈리아 지중해와는 또 달라요. 훨씬 정신적인 것이 있어요. 숭고한 것이라고나 할까요? '우리 이렇게 살아도 될까'에서 '이제 우리 이렇게 살자'로 가는거죠."
-작가로서의 꿈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제 꿈은 여행작가예요. 여행에 대해서 후지야라 신야가 한 말이 있어요. 편의점 가면 직원에게 보통 '이거 얼마예요?'라고 물어보잖아요. 그런데 후지야라 신야는 '오늘 하루 어땠어요?' '잘 지내셨어요?'라고 묻는다고 해요. 그럼 편의점 직원이 극도로 당황하겠죠? 그는 그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것이 왜 여행일까요? 우리가 맺는 관계가 달라지는 것을 말하는 것이겠죠. 우리가 세계를 보는 방식이 달라지는 것을 말하는 것이겠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저는 삶을 여행이라고 생각하니까 각자 고유한 삶을 산다는 것은 각자 고유한 여행을 한다는 뜻일거예요. 출국할 때와 다른 모습으로 입국하는 것, 이것이 제가 여행에 대해 기대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돌아와서는 선택지를 늘리는 여행작가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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