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립 잡기노트]대원미디어 정동훈의 大願

기사등록 2015/03/26 10:41:47

최종수정 2016/12/28 14:45:51

【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원미디어 사옥에서 정동훈 대원미디어 부사장이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5.03.26   fufus@newsis.com
【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원미디어 사옥에서 정동훈 대원미디어 부사장이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5.03.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동립의 ‘잡기노트’ <504>

 문화체육관광부가 2019년까지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분야에 3800억원을 지원, 투자한다. 세계 애니메이션·캐릭터 시장이 2018년까지 2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인데, 한국 업계에 매우 큰 기회라는 판단에 따랐다. 문체부는 온라인 불법 복제물의 유통경로에도 철퇴를 가하고 있다. 스트리밍 사이트, 토렌트 사이트, 미등록 웹하드와 P2P 등을 차단·폐쇄·처벌한다.

 국가 단위의 이 같은 투자와 단속, 명암에 두루 걸쳐 있는 기업이 대원(大元) 미디어다.

 “옛날의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현대의 어린이들은 무분별한 불량 불법 비디오를 시청함으로써 비행 청소년이 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우수한 영상매체인 비디오를 바르게 선택, 활용하여 맑고 고운 심성을 가꾸도록 우리 모두가 바른 길잡이가 되어야겠습니다. 한편의 비디오, 사람의 미래를 바꿔놓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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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원미디어 사옥에서 정동훈 대원미디어 부사장이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03.26.  [email protected]
 귀에 익은 이 비디오 내레이션으로 유명한 대원동화는 시대흐름에 맞춰 회사명을 대원미디어로 바꿨다. 디지털방송(대원방송·챔프비전), 만화(학산문화사·대원씨아이), 캐릭터(대원캐릭터리), 게임(대원게임), 그리고 게임솔루션(대원디에스티)을 운영하는 사계 최강이다. 시청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챔프, 애니원, 애니박스 등 3개 애니메이션 채널이 바로 대원미디어의 것들이다.

 정동훈(38) 대원미디어 부사장은 “애니메이션 콘텐츠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년기를 보낸 20, 30대 가운데 대원미디어가 제작한 애니메이션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니메이션계에 자극을 주면서 붐을 조성해왔다. 업계 종사자의 절반 이상이 대원미디어를 거쳐갔다”고 자부한다.

 1973년 설립 이래 창작애니메이션 40여편을 내놓았다. 88서울올림픽 홍보용 TV시리즈 ‘달려라 호돌이’도 대원미디어의 작품이다. ‘영심이’, ‘영구’, ‘하니’, ‘곤’, ‘눈보리’, ‘큐빅스’, ‘짱구’, ‘파워레인저’, ‘도라에몽’, ‘유희왕’, ‘원피스’, ‘드래건 볼’, ‘포켓 몬스터’, ‘슬램덩크’,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웃집 토토로’ 등의 캐릭터 라이선스와 머천다이징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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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원미디어 사옥에서 정동훈 대원미디어 부사장이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03.26.  [email protected]
 과거 ‘은하철도 999’, ‘캔디캔디’, ‘원탁의 기사’ 등 일본 애니메이션을 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제작하며 성장했다. 1986년 ‘독고탁’ 시리즈, 1987년 우리나라 최초의 TV시리즈 창작애니메이션 ‘떠돌이 까치’를 방송하는 등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부흥을 이끌었다. 1995년 극장용 ‘붉은매’는 대한민국영상만화대상에서 금상을 따냈다.

 일본과 미국, 유럽 등지로 수출도 한다. 정 부사장은 “2001년 3D 애니메이션 ‘큐빅스’가 미국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으면서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을 봤다. 2007년에는 3D 애니메이션 ‘아이언 키드’와 2D 애니메이션 ‘매지네이션’이 미국에서 방영돼 한국 애니메이션을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됐다. 2009년에는 자체 제작 애니메이션 ‘뚜바뚜바 눈보리’를 방영했다. 애니메이션으로는 이례적으로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지상파TV를 통해 방송됐다. 2013년에는 유럽의 디즈니라고 불리는 레인보 사와 계약을 체결, 유럽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애니메이션의 해외수출은 통상적으로 국내 방영 후 성공여부에 따라 결정되지만 ‘곤’과 ‘빠뿌야 놀자’(영제 Mojies)는 2009년 제작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자 했다. 애니메이션 중 국내 방영을 거치지 않고 해외에 직접 수출되기는 ‘곤’과 ‘빠뿌야 놀자’가 처음이다. 대원미디어의 제작기술이 해외시장에서 인정받은 셈이다. 2012년 4월 일본 시장에 첫 방영된 ‘곤’은 26화 52편으로 제작됐다가 현지 최대 출판사 고단샤(講談社)의 요청에 따라 45화 90편으로 증편됐다. 고단샤가 컨소시엄으로 전체 제작비의 40%를 투자했고 홍보 및 마케팅을 지원하고 있으며 대만, 홍콩,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과 유럽 전역으로 수출됐다. ‘빠뿌야 놀자’는 일본 세가토이스 사가 개발한 완구를 토대로 기획된 영어교육용 애니메이션이다. 영어교육용 프로그램을 미국에 수출하는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뚜바뚜바 눈보리’도 있다. 눈보리는 한국, 캐나다가 공동제작한 애니메이션으로 8%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유아용 애니메이션 시장 진출에 제약이 많은 중국에서 ‘눈보리’ 시즌2는 2011년 상하이 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베스트 애니메이션으로 선정됐다”는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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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원미디어 사옥에서 정동훈(왼쪽) 대원미디어 부사장과 김준영 메가피닉스 대표이사가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03.26.  [email protected]
 정 부사장의 아버지는 ‘한국의 월트 디즈니’ 격인 정욱(69) 대원미디어 회장이다. 만화가 겸 애니메이터다. 성공한 사업가가 돼버린 작가, 이례적인 이력이다. 일본의 스튜디오 지브리가 한국 재벌기업의 집요한 구애를 뿌리친 채 대원미디어와 20년 이상 파트너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배경에서는 ‘정직·열정·성취’라는 정 회장 삶의 철학이 감지된다.

 아들 정 부사장이 정 회장이 일궈낸 밭에서만 경작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대학, 일본에서 대학원(MBA)을 마친 국제파답게 글로벌 안목을 갖췄다. ‘유희왕’과 ‘드래건 빌리지’ 등을 트레이딩 카드게임(TCG)으로 응용했다. 신사업들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텐카이 나이트’, ‘우파루 마운틴’, ‘우파루 사가’ 등이 원소스멀티유스로 성공가도를 질주 중이다. 뮤지컬 ‘천방지축 곤’이 나왔고, 울산에는 멀티캐릭터 테마파크 1호점이 들어섰다.  

 올해 정 부사장은 날개를 하나 더 달았다. 미국의 워너브라더스(콘슈머 프로덕트 라인)마저 대원미디어와 손을 잡기에 이르렀다. 정 부사장의 한·미·일 애니메이션 3국지 밑그림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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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원미디어 사옥에서 정동훈(왼쪽) 대원미디어 부사장과 김준영 메가피닉스 대표이사가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을 살펴보고 있다. 2015.03.26.  [email protected]
 이렇게 승승장구하는 대원미디어에 기생, 사리사욕을 채우는 지식도둑들은 그러나 골칫거리다. 온갖 불법 웹하드류에게 당한 피해액이 최근 10년 간만 따져도 1000억원대에 달한다. 정 부사장이 “포텐셜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된 감이 없잖다”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면에 이들 암세포가 똬리를 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정 부사장이 김준영(45) 메가피닉스 대표와 의기투합한 이유이기도 하다. 김 대표와 함께 지적재산권 확보와 정의구현 차원에서 소송을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침해 정도가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다”며 정면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김 대표는 창투사 출신으로 코스닥 상장, 영화 투자 등의 영역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대원미디어의 방대한 콘텐츠를 온라인·모바일에 유통하는 것은 물론, 저작권 관련 업무를 총괄하며 실력을 새삼 입증하고 있다.  

 이들은 “산업 전체의 파이가 커져야 한다. 산업 자체에서 기본수익이 발생해야 한다. 정부의 의지가 뜻대로 실현되려면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저작권 보호 또한 매우 중요한 부분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편집부국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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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5/03/26 10:41:47 최초수정 2016/12/28 14: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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