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현대모비스 아산공장 가보니... "주문과 동시에 작업 시작"

기사등록 2014/06/25 10:57:27

최종수정 2016/12/28 12:57:44

車 생산방식의 혁명 'JIS'... 54초마다 모듈 1대 쏟아져


【아산=뉴시스】이인준 기자 = 지난 24일 충남 아산시 영인면 4만9300㎡ 부지에 들어선 현대모비스 아산공장을 방문했다.

 2003년 12월 준공된 이곳은 인근 12㎞ 내에 있는 현대차 아산공장에 쏘나타, 그랜저 등 현대차의 주력 모델의 모듈을 납품하고 있다.

 모듈은 '부품덩어리'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2만 여개의 소소한 부품들을 몇 개의 덩어리로 뭉쳐놓은 것을 말한다.

 현대모비스 아산공장은 매 54초꼴로 하나씩(66UPH) 자동차 3대 핵심 모듈인 섀시·운전석·프런트엔드 모듈을 완성, 차로 24분정도 걸리는 현대차 공장에 연간 30만대 규모로 납품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멈추면 현대자동차도 없다." 현대차의 핵심 병참기지인 셈이다.

 ◇'1초도 아깝다'…실시간 납품 '직서열 시스템'

 공장 내에 들어서자 조립라인 앞에 선 직원들의 일손이 바쁘다. 부품업체 30개사에서 납품한 44개 품목의 부품을 한 덩어리의 운전석 모듈로 조립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머리 위에는 스키장에서나 볼 법한 리프트들이 부품들을 한 데 싣고 줄줄이 이동 중이다. 자재창고서부터 작업자까지 논스톱으로 배달되는 '트롤리 컨베이어 시스템'이다.

 작업은 주문과 동시에 시작된다. 현대차로 차량 생산주문이 들어오면 현대모비스 역시 모듈생산을 곧바로 시작한다. 이 때문에 현대모비스 아산공장은 혼류 생산 방식이다. 같은 라인이라도 한 쪽에서는 쏘나타, 옆에서는 그랜저에 들어갈 모듈을 만드는 셈.

 하지만 불량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이곳에서 발생하는 불량 건수는 10만대당 1~2건에 불과하다.

 현대모비스가 자랑하는 직서열 방식(JIS·Just In Sequence)은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는 혁신으로 평가 받는다. 가장 효율적이라고 정평난 토요타의 적기 공급 방식(JIT·Just In Time)보다 한 발 더 나아갔다.

 이유는 재고 관리에 있다. JIT는 완성차 업체와 부품업체간 생산계획을 3~4시간 전에 공유하는 방식을 도입, 재고 부담을 줄이긴 했지만 재고를 없애진 못했다.

 반면 현대모비스의 JIS는 완성차 업체로 주문이 들어오는 동시에 생산을 시작하기 때문에 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 재고를 쌓아둘 창고가 필요없다는 얘기다. 일례로 중국 베이징에 있는 현대차 공장과 현대모비스 공장은 지하 터널로 연결돼 있다. 납품은 항상 실시간으로 진행된다.

 현대모비스 이영기 부장은 "JIS는 완성차 생산라인의 생산순서에 따라 시스템이 운영되기 때문에 재고공간이 제로"라며 "공간적 부담과 비대적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생산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시간으로 대응되기 때문에 완성차의 생산계획이 변경되더라도 로스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모듈화 방식…후발주자에서 선도기업으로 도약

associate_pic2
 현대모비스 아산공장 조립라인 막바지에 이르자 품질검사가 한창이다. 부품이 알맞게 조립됐는지, 모듈이 정상적으로 동작하는지 등을 본다. 현대모비스는 이종방지 104항목, 기능검사 64항목 등으로 구성된 품질 보증 시스템을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에 제공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품질시스템에 축적된 모든 데이터는 최소 23년간 통합이력관리 시스템을 통해 보관돼 선행, 양산, 사후 등 전방위적인 품질관리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의 JIS는 모듈화 방식과 연계돼 철저한 품질 관리 시스템으로 완성됐다.

 모듈화 방식은 완성차 업체가 부품의 설계부터 판매까지 이르는 전과정을 부품업체에 맡겨 생산효율성을 높이는 기능을 한다.

 우선 모듈화 방식을 통해 부품업체에서 1차 품질 검사가 이뤄지고, 완성차 업체가 2차 검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2중 품질 관리 체제가 된다.

 현대모비스의 아산모듈공장의 경우, 바코드 시스템, 모니터링 시스템, 체결토크 보증, 휠얼라이먼트 테스트 등의 품질 사전점검을 마친 뒤에야 현대차에 모듈을 납품한다.

 결과적으로 모듈화 방식을 통해 완성차 업체들은 품질 관리에 대한 부담을 덜고 신차 생산과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모듈부품의 설계와 시험, 부품 협력업체 육성, 제품생산 등은 현대모비스라는 모듈 전문업체에 위탁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여력을 신차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 모듈화 방식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모듈화 방식은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후발주자인 현대·기아차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었으나 이제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주목하는 생산 방식으로 진화했다.

 이미 2006년부터 크라이슬러의 지프 랭글러가 현대모비스로부터 섀시 모듈을 납품받아 일부 차종을 모듈화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또 독일 BMW, 일본 미쓰비시 등 글로벌 업체들이 현대모비스의 모듈 생산 시스템과 노하우에 대해 한 수 배우기 위해 공장을 잇따라 방문하기도 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3월부터 신형 쏘나타의 3대 핵심 모듈을 양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기존 모델에 비해 안전, 경량화 신기술과 신소재를 적용, 모듈 생산을 진행 중이다.

 또 현대모비스는 모듈화 생산의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능통합형 모듈설계에 주력하고 있다.

 모듈에 들어가는 부품들을 일체화시켜 구성 부품수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초미의 관심사인 차량 경량화에 보탬이 되기 위함이다. 물론 비용 절감도 함께 노리고 있다.

 이 부장은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와 유기적 협력을 통해 연구개발과 품질관리를 위한 대규모 투자도 분담하는 등 동반자적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르포]현대모비스 아산공장 가보니... "주문과 동시에 작업 시작"

기사등록 2014/06/25 10:57:27 최초수정 2016/12/28 12:57:44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