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사이언스]'침묵의 봄'이 전해주는 불편한 진실

기사등록 2014/03/11 14:47:49

최종수정 2016/12/28 12:25:36

【서울=뉴시스】

 20세기 환경운동의 바이블로 불리는 '침묵의 봄'(1962)은 'TIME'지가 선정한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에 뽑힌 해양생물학자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의 저서로 살충제의 사용 실태를 바탕으로 끈질긴 과학적 조사를 통해 화학물질에 의한 생태계 오염을 처음으로 고발했다.

 단 한 권의 책이 환경문제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바꿔놓았으며 환경을 이슈로 한 사회운동의 기폭제가 되었고, 미국 국가환경정책법안 통과 및 DDT 사용 금지, ‘지구의 날’ 제정과 같은 현대 환경운동이 본격화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녀의 신념은 지금도 유방암 발병률이 높은 미국의 매사추세츠주에 설립된 ‘침묵의 봄 연구소’에서 이어가고 있으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시아 환경네트워크의 중심 역할을 하는 환경재단의 ‘레이첼 카슨 홀’을 통해 실천되고 있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면 봄이 찾아온다는 우리나라의 속담처럼 레이첼 카슨이 생활하던 미국에서도 울새의 지저귀는 소리로부터 봄이 시작되었나 보다.

 작고 아름다운 마을의 울새 서식지였던 느릅나무 군락이 병이 들기 시작하자 화학 살충제를 살포해 느릅나무를 병충해로부터 보호하기로 했다. 울새에게는 영향을 주지 않는 살충제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해가 지날수록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무슨 이유인지 울새들이 서서히 죽어가면서 봄이 되어도 새소리가 들리지 않는 낯선 정적, 침묵의 봄이 시작된 것이다. 무엇 때문일까? 그것이 이 책의 집필 이유이다.

 '침묵의 봄'에서 언급된 살충제 DDT(dichloro diphenyl trichloroethane)를 비롯해 다이옥신(dioxin), 프탈레이트(DEHP), 비스페놀A, 노닐페놀, PCB(polychlorinated biphenyl), BHC(benzene hexachloride) 등의 물질을 환경 호르몬이라고 한다.

 DDT는 합성살충제, 농약의 주성분으로 중추신경계의 기능 이상을 가져오며, 다이옥신은 고엽제의 주성분으로 인간이 만든 화학약품 중 독성이 높은 것 중 하나다. 프탈레이트(DEHP)는 플라스틱이나 비닐 물질을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화학첨가제(가소제)로 혈액 백, 링거줄, PVA 랩, 어린이 장난감, 인형 등에 많이 쓰이며, 비스페놀A는 플라스틱 원료, 음료수 캔, 종이 코팅 물질 등에서 검출된다.

 호르몬은 몸의 기관에서 분비되어 표적기관에 작용하는 미량의 물질로 항상성을 유지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특히 생체 외부에서 들어와 뇌하수체나 생식기 등 내분비계 기존 호르몬의 생리작용을 교란시키는 물질을 ‘내분비계 장애 추정 물질(일명 환경 호르몬)’이라고 한다.

 '환경호르몬'이라는 말은 1997년 일본에서 처음 사용했으며 외부환경으로부터 발생하여 인체 내에 들어와 나쁜 작용을 한다는 의미에서 유래됐다. 이 물질은 안정한 분자구조로 잘 분해되지 않는 특성이 있어 일단 체내에 흡수되면 배출되기 어려워 적어도 수십 년이나 걸린다. 또한 세대를 거쳐 자손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지방 성분에 농축되므로 마치 자신이 호르몬인양 활동하여 호르몬 흉내를 내는 물질로 내분비계에 큰 혼란을 가져온다. 이 때문에 정자 수의 감소, 불임 증가, 생식계의 이상 등을 초래하며 뇌 신경계와 면역계의 이상, 암을 일으키는 또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성조숙증으로 치료를 받은 어린이가 2004년에는 불과 194명이었는데 2010년에는 3868명으로 6년 새 19배로 크게 증가(상계백병원 통계)했다. 원인은 비만과 스트레스, 각종 매체의 성적 자극 등 다양하지만, 환경호르몬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성조숙증은 조기 사춘기로 인한 성장 장애를 유발하며, 특히 임신 중인 엄마의 프탈레이트 농도가 높으면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낮아져 태아의 AGD 수치가 작아져 요도하열, 잠복고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여성의 경우에는 비스페놀A와 같은 환경 호르몬이 여성호르몬(에스트로젠)처럼 작용하여 빠른 2차 성징이나 극심한 생리통, 유방암, 자궁내막근종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처럼 환경호르몬과의 연관성이 우려되는 질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평소 환경호르몬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가급적 플라스틱 대신 유리 제품을 사용하고 합성세제와 샴푸, 화장품 대신 천연재료로 만든 제품을 늘려야 한다. 무분별한 종이컵 대신 머그를 사용하고, 유기농 농산물과 식물성 섬유, 녹황색 채소의 섭취를 늘려 건강한 식습관을 길러야 한다.

 자연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틀에 순응하지 않는다. 인체건 곤충이건 그 방어벽을 무너뜨리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반드시 상상할 수 없는 재앙으로 인류에게 반격해 온다. 과학에 흠뻑 젖어 편리한 생활과 문명을 누리면서도 한편으로는 과학이 주는 불편한 진실 또한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경희(구성고등학교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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