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이야기(26)]중국인 타짜 강원랜드VIP농락(3)

기사등록 2014/03/05 07:00:00

최종수정 2016/12/28 12:23:32

【정선=뉴시스】홍춘봉 기자 = 강원랜드는 미녀 2명이 낀 중국인 타짜 8명 모두를 경찰에 사기도박혐의로 고발한 뒤 후속 조치를 취했다.

 게임장면을 촬영한 CCTV 녹화테이프를 복사해 서울의 워커힐카지노와 마카오, 미국 라스베이거스 게임연구소 등에 보내 사기도박여부에 대한 자문을 요청했다.
 
 강원랜드는 특히 필리핀카지노 등 다른 카지노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지 중국인 사기도박사범이 과거 사기도박에 연루된 일이 있었는지도 확인에 나섰다.
  
 당시 강원랜드 간부들은 중국인들이 게임에 사용한 카드가 최소한 1장 이상 외부에서 유입하거나 내부에서 유출된 것인지 파악하기 위한 회의도 열었다.

 "중국인들이 사전에 카드를 준비했다면 틀림없이 내부 직원과 짜고 카드를 빼돌렸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그렇다면 이런 사기게임이 계속 재발될 수도 있으니 내부 직원의 연루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직원 결탁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당시 중국인들이 사기게임에 사용했던 최소 1장 이상의 카드는 어떻게 이들의 손에 들어갈 수 있는지를 밝혀내지 못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강원랜드 초급 간부의 진술.
 
 "중국인들의 사기게임 의혹이 일어난 뒤 카드 유출에 대해 여러가지 가능성을 두고 고심했다. 내부 직원이 빼돌렸을 가능성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대신 게임이 끝난 뒤 딜러가 카드를 섞을 때 바카라 게임의 결과를 고객이 기록하는 스코어지 뒷면에 껌이나 스카치테이프를 붙여 원하는 카드 한 장을 슬쩍 빼내갔을 가능성을 생각했다.

 일반 종이에 비해 두껍고 딱딱한 스코어지를 통해 카드를 빼낸 사례가 외국 카지노에서 발생한 일이 있었다. 게임이 끝난 뒤 카드를 확인한 결과 숫자는 한 장도 틀리지 않고 맞았다. 그러나 당시 모든 상황은 이상했다."

 당시 카지노사업본부장을 지낸 오한동씨(현 하이원 스위치백 리조트 대표이사)의 회고.  

 "모니터 화면을 확인한 결과 중국인들의 게임장면은 손놀림이 신기할 정도로 민첩하고 빨랐다. 분명 2장의 카드를 오픈하는 과정에 소매에서 꺼낸 듯 또 한 장의 카드가 나오고 사기도박이 의심스러웠다.

 당시 모니터 직원이 이러한 행동을 지적했고 경영층에 보고한 뒤 즉각 경찰에 고발했다. 또 미국 네바다 주립대학의 게임연구소와 마카오 및 워커힐 카지노에 사기도박 여부를 알려달라고 중국인들의 게임장면이 녹화된 테이프를 보냈다.

 게임이 끝난 뒤 중국인들에 대한 몸수색을 실시해 숨겨진 카드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했지만 외교적 마찰 등을 고려해 이 방법은 사용하지 못했다.

 중국인들에게 사기도박을 강조하고 딴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들은 정당한 게임이라고 반발한 뒤 강원랜드를 떠났다. 외국인 신분이라 협조가 제대로 안돼 어려움이 있었다."
 
 한편 홍콩으로 출국하려던 중국인 일당은 인천공항에서 출국이 저지되자 서울의 한 호텔로 되돌아가 자신들을 소개한 한국인 에이전시에게 연락했다.
 
 "우리는 정당한 게임으로 돈을 땄는데 강원랜드는 사기도박이라고 억지를 쓴다. 이 때문에 출국도 못하고 있는데 모든 손해를 강원랜드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해라.

 당신을 믿고 왔는데 어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나. 신속하게 대책을 강구해 달라. 언제까지 낯선 서울에서 우리가 마냥 기다려야 하는지 우리 입장을 생각해 달라."
 
 거액의 수수료를 기대했던 이 에이전시는 뜬금없는 사기도박소식에 경악했다.
  
 강원랜드 판촉팀과 통화에 나선 에이전시는 "중국인 고객들이 출국을 못하고 있다는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카드마술 수법을 동원해 사기도박을 해서 17억이 넘는 돈을 따갔다. 경찰에 이들을 모두 고발했다.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출국을 못한다. 돈을 돌려준다면 고발을 취하할 수도 있으니 이들에게 잘 설명해 원만한 해결이 되도록 해 달라."  

 중국인들은 에이전시가 자신들을 신속하게 홍콩으로 출국할 수 있는 역할을 기대했다.

 그러나 에어전시에게서는 희망적인 말은 없었고 오히려 자신들이 딴 돈을 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듣고 말문이 막혔다.

 경찰은 강원랜드가 제출한 카드와 녹화테이프를 반복해 보며 사기도박 혐의에 대한 범죄행위를 밝히는데 주력했다.  

 강원랜드의 녹화테이프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고 문화방송에도 테이프 식별 전문가에게 사기게임에 대한 자문을 요청했다.  

 그러나 국과수의 정밀 감식결과는 “행위 자체는 이상하지만 사기게임이라고 단정할 장면을 밝히는 데는 화면이 너무 어둡고 정교하지 못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또 방송국에 대한 자문에서도 관련자들은 자신들의 능력으로는 사기게임을 입증하기가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

 당시 수사를 주도했던 한 경찰관의 회고.  

 "강원랜드가 사기도박에 대해 고발한 중국인 피고발인들을 대상으로 수사에 즉시 착수했다. 강원랜드로 출동해 중국인들을 조사하려 했으나 변호사를 선임해 조사를 받겠다고 방어전선을 펼쳤다.

 그들은 당연히 사기도박이라고 인정하지도 않았고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다. 강원랜드가 증거로 제출한 카드에 대해 한 장, 한 장, 지문감식을 실시했다.

 카드 한 장에서 두 사람의 지문이 나오면 사기도박에 두 사람이 개입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밀하게 카드를 분석했으나 아쉽게도 두 사람의 지문을 발견하지 못했다.

 또 중국인 피고발인에 대한 경찰출두를 요청했는데 출두를 거부하고 잠적해 수사가 진전을 보지 못했다. 당시 수사를 하면서 녹화테이프에 중국인 고객의 손에 카드 3장이 들려졌다가 다시 1장이 사라지는데 워낙 민첩하고 동작이 빨라 천천히 재생해도 사기현장을 목격하지 못할 정도였다.

 심증은 가는데 물증을 잡아내기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나중에 이들이 따간 돈을 돌려주고 강원랜드는 고발을 취하해 사건은 종결됐지만 아쉬움이 남는 사건이었다.

 사기도박을 입증하려면 더욱 정밀한 촬영이 가능한 고성능 CCTV를 설치했더라면 가능 했을텐데 당시 강원랜드 CCTV 성능은 그러지 못했다.

 출국금지를 계속 연장하면서 귀국을 못하자 이들은 서울의 중국대사관에 한국경찰이 불필요한 핑계를 대고 출국을 못하게 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도박에 대한 문제로 공식적인 항의는 못했지만 정보라인을 통해 그런 이야기가 정선경찰서로 흘러들어오기도 했다.

 이들의 직업은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었지만 중국 공산당 간부의 2세라는 이야기도 있고 마카오에 자주 출입할 정도로 전문 겜블러라는 말도 나왔다.

 강원랜드가 개장하고 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었고 한편으로 아쉬움을 남긴 사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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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이야기(26)]중국인 타짜 강원랜드VIP농락(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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