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이야기 22]초대받지 않은 손님(4)

기사등록 2014/02/24 07:00:00

최종수정 2016/12/28 12:20:28

【정선=뉴시스】홍춘봉 기자 = 조범호는 강원랜드에 이어 서울 강남의 세븐럭카지노에서도 고액권 위조수표 사용이 성공하자 자신이 생겼다.

 강원랜드와 서울 세븐럭을 돌아 다음 타킷은 부산으로 정했다.  위조수표 사용이 성공한 뒤 그는 다음 범행 장소로 될 수 있는 한 가장 먼 곳으로 할 정도로 머리가 비상했다.  

 "강원랜드와 서울에서도 성공했다는 것은 어느 곳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에는 부산으로 장소를 옮겨 작업을 하고 성공하면 다음에는 인천과 워커힐로 진출한다."  

 5월 28일 저녁, 부산에 도착한 전필중은 조선족 위조신분증과 5000만원권 위조 수표 10장을 챙겼다.
 
 부산 롯데호텔 세븐럭 카지노에 의기양양하게 입장한 전필중은 10장의 위조수표 가운데 8장을 칩과 교환해 바카라 게임테이블에 앉았다.
 
 어눌한 사투리를 쓰는 조선족 신분으로 '신분세탁'을 한 전필중은 VIP 고객으로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가볍게 게임을 하다가 새벽3시가 되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피곤해서 그만두고 다음에 다시 보자"

 그리고 수중에 남은 3800만원의 칩을 몽땅 1000만원과 100만원권 수표로 환전했다.  

 서울과 부산의 외국인 전용카지노에서도 위조수표 사용이 연속 성공하자 조범호는 조선족 위조 신분증에 자신의 사진을 붙여 자신도 조선족으로 '둔갑'했다.  

 그리고 그 이틀 뒤인 5월 20일 저녁, 이번에는 인천으로 향했다. 인천 파라다이스 카지노에 조선족 위조 신분증으로 입장한 조범호와 전필중은 위조수표 1000만원권 20장을 신분증과 함께 제시하며 칩으로 교환했다.

 인천에서도 아무 의심도 받지 않고 위조수표 바꿔치기 작업에 다시 성공한 조범호는 부평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날 서울 광장동 워커힐카지노로 향했다.  

 워커힐에서도 위조된 조선족신분증을 제시한 그는 1000만원권 위조수표 10장(1억원)을 칩으로 바꿨다.

 강원랜드, 강남 세븐럭, 부산 세븐럭, 인천 파라다이스, 워커힐 파라다이스까지 5곳의 카지노에서 위조수표가 완벽하게 성공한 자신의 완벽한 범행을 생각하니 희열과 짜릿한 흥분이 교차했다.

 워커힐에서 2시간 가량 게임을 하던 그는 친절한 여성 딜러에게 100만원을 팁으로 주고 1억원이 넘는 고액권 칩을 모두 진품 수표로 교환해 워커힐을 빠져 나왔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조범호는 강남의 고급 술집으로 옮겨 '동업자' 전필중과 진하게 술을 마시며 황제 부럽지 않은 화끈한 밤을 즐겼다.

 서울 강남에서 진하게 하루를 지내고 충주로 돌아온 조범호는 세상을 모두 가진 것거첨 기세 등등했다.그 까다로운 강원랜드와 외국인 전용카지노 등 다섯 곳에서 고액권 위조수표로 무려 12억원이나 되는 거액을 챙긴 조범호는 간이 붓기 시작했다.

 그동안 번 돈으로 도박을 하며 진 빚을 갚고 위조수표의 새로운 사용처를 생각했다.  

 "국내는 이제 고액권 수표 사용이 불가능할 것이다. 신한은행과 해당 카지노에서 비상이 걸렸을 것이 틀림없다. 국내에서 수표를 사용하면 곧장 범행이 발각 될 수밖에 없다. 어디로 장소를 바꾸나..."

 머리회전이 빠른 그는 위조수표 사용처를 해외로 바꾸기로 했다.

 "마카오는 워낙 짝퉁이 판을 쳐 가짜 수표 사용이 불가능할 것 같다. 거기는 치안이 확실하고 자칫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필리핀이나 홍콩에서 작업하는 것이 수월할 것 같다. 그렇지만 필리핀은 치안이 불안해서 잘못될 가능성이 높다. 홍콩 공해상에서 카지노 영업을 하는 스타크루즈에 가면 수표사용이 성공할 것 같으니 그곳에 나가자!"

 조범호는 홍콩으로 방향이 정해지자 낮에는 간단한 영어회화를 배우고 저녁에는 고급 룸살롱에 가서 술과 향락에 젖어 지냈다.  

 무더위가 한창인 7월 20일 조범호와 전필중은 인천에서 홍콩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들은 출국 전 서울의 한 여행사를 통해 21일 저녁 홍콩항을 출항하는 홍콩 국적의 스타크루즈 선박의 탑승권을 예매했다.

 낮시간 홍콩에서 여유있게 관광을 하며 워밍업을 한 이들은 구룡반도에 화려한 조명이 켜지는 시간, 호화유람선인 스타크루즈에 승선했다.

 알마니 명품 양복에 피아제 명품시계와 명품 구두까지 멋지게 차려입은 조범호 일행은 누가 봐도 한국의 돈 많은 젊은 사업가나 마찬가지였다.

 명품 손가방에서 5000만원권 수표 20장(10억원)을 꺼낸 조범호는 바카라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딜러에게 칩스로 바꿔줄 것으로 요구했다.

 "헤이! 칩스 체인지 플리스!"

 그러나 중국인도 아닌 한국인이 그것도 무려 10억원에 달하는 고액권 한국수표를 내밀자 크루즈 카지노 관리자들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테이블영업팀 매니저가 서툰 한국어로 "워낙 고액권 수표라서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육지의 본사에 연락해 수표번호와 발행은행을 조회한 뒤 조범호에게 다가갔다.  

 "고객님! 죄송하지만 이 수표들은 발행처가 불분명한 수표라서 칩으로 바꿔드릴 수가 없습니다. 다른 수표나 카드를 주신다면 다시 확인하고 칩으로 바꿔 드리겠습니다."  

 한국에서는 5곳의 카지노에서 아무 탈 없이 성공했는데 홍콩에서는 실패라는 생각에 순간 조범호는 당황했다.

 그러나 두뇌회전이 빠른 조범호는 이내 평상심을 찾고 침착하게 위기를 벗어나야 했다.

 "아니! 이 수표는 단골 거래처에서 받은 것인데 잘못된 수표라니 이해가 안 된다. 그럼 우리 수표가 잘못된 것이라면 거래처가 나를 속였다는 것인데 이해가 안 됩니다. 모처럼 홍콩에서 멋진 게임을 하려고 했는데..."

 게임을 못하는 것보다 위조수표범으로 경찰에 연락하지 않은게 다행이라고 생각한 조범호 일행은 다음날 아침 하선과 동시에 첵랍콕 공항으로 이동해 귀국길에 올랐다.

 "하마터면 홍콩 경찰에 수표 위조범으로 붙잡힐 뻔 했네. 이제 위조수표는 더 이상 사용할 수가 없으니 다른 사업을 찾아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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