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인터넷이 불러온 일상의 공포, 영화 ‘디스커넥트’

기사등록 2013/11/09 17:07:56

최종수정 2016/12/28 08:20:22

【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인터넷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도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그런 점에서 사이버범죄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다룬 ‘디스커넥트’(감독 헨리 알렉스 루빈)는 누구나 무작위로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감의 여지가 무척 크다. 세계 수위의 IT강국인 한국 관객들에게 더욱 큰 공포로 다가올 수 있는 소재다.

 공동연출한 다큐멘터리 ‘머더 볼’(2005)이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적 있는 헨리 알렉스 루빈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디스커넥트’는 습관적으로 별다른 의도없이 인터넷에 접속했다가 범죄의 덫에 걸리게 되는 케이스들을 모아 세 가지 주요 줄거리로 풀어냈다.

 1. 어린 아들을 잃고 해병대 출신 남편 데릭(알렉산더 스카스가드)과 대화마저 단절된 채 힘겨운 시간을 보내던 인터넷쇼핑몰 운영자 신디(폴라 패튼)는 채팅사이트에서 모르는 남자와 채팅을 하며 위안을 찾는다. 데릭은 온라인 포커게임을 하거나 e-메일로 대출상담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일상적 인터넷 사용을 통해 이들 부부의 전재산이 피싱 당한다. 누군가 바이러스를 심어 펀드를 빼가고 신용카드번호와 신원을 도용해 대출까지 받았다. 경찰수사가 진전이 없자 사립탐정(마이크 딕슨)을 고용하고 대출빚까지 갚아야하는 상황이 되면서 가전기기들까지 내다팔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부부는 그제서야 손발을 맞춰 이 상황을 해결해보려 하지만 또 다른 범죄의 늪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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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야심 많은 지역방송사 리포터인 니나(안드레아 라이즈보로)는 특종을 위해 불법 성인사이트에서 화상채팅을 하며 돈을 버는 18세 카일(맥스 티에리오트)에게 접근해 인터뷰를 딴다. 미국 최대 뉴스채널인 CNN에까지 보도되며 흥분의 도가니에 빠진 것도 잠시, 14·15세부터 가출청소년들을 모아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사이트를 소탕하겠다고 찾아온 FBI의 수사 압박을 받게 된다. 니나에게 불법 행위에 연루됐는지 따져 물으며 이 사이트의 정보를 요구한다. 니나는 자신의 안위와 취재원 보호라는 기자로서의 의무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더 큰 위험에 당면한다.

 3. 유능한 변호사 리치(제이슨 베이트먼)네 가족은 부족할 것 없는 중상류층의 삶을 영위하지만 함께한 저녁식사 자리에서도 제각각 스마트폰에 매여 있다. 리치는 언제 걸려올지 모르는 전화에 대기중이고, 딸 애비(헤일리 램)와 아들 벤(조나 보보)도 각자 SNS를 하느라 제대로 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내성적 성격으로 음악에만 몰두하는 외톨이 소년 벤은 SNS로 접근해온 제시카라는 이웃학교 여학생과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결국 자신의 나체사진까지 공개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이 엄청난 파국을 불러오며 벤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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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명 각본가 앤드루 스턴과 손잡고 만든 이 영화는 일단 꼼꼼한 리서치가 돋보인다. 겉으로 드러나는 사이버범죄의 사례뿐 아니라 외로움과 고독, 소외감을 SNS나 채팅사이트, 온라인 데이트나 포르노 사이트를 통해 풀어보려는 현대인 심리와 이들이 맞닥뜨릴 수 있는 피해를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인물 구축도 일견 전형적이긴 하나 개연성이 크고 이들의 내적 갈등과 행동묘사도 아주 그럴듯하다.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인물들이 어떻게 엮이게 될지, 한시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진행, 빈틈을 찾기 힘든 촘촘하고 섬세한 설정, 심장 고동소리 같은 배경음악과 무소음의 적막감을 적절히 사용해 완급조절을 잘한 연출 등이 수작으로 꼽힐 만하다. 스릴러 영화로서는 다소 잔잔하지만 미스터리도 적절히 섞어 관객에게 혼란을 안기는 방식도 굉장히 영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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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다수의 출연인물들이 같은 시간대에 겪는 사건들을 그리며, 이들이 어떤 식으로든 얽혀있다는 구성은 2006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각본상·편집상을 받은 ‘크래쉬’(2004)를 연상시켜 신선감은 떨어진다. 교훈적으로 흐른 대안 없는 결말은 감동은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싱겁다. 메시지는 제목에 다 들어있다. ‘디스커넥트’는 중의적이다. 인터넷으로 인한 관계의 단절, 혹은 인터넷 접속을 끊으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여러 등장인물 중 흡혈귀를 다룬 미드 ‘트루 블러드’에서 섹시한 뱀파이어 군주 에릭 노스먼 역으로 여심을 흔든 스웨덴 출신의 북구 미남 알렉산더 스카스가드(37), 할리우드에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영국장미’ 안드레아 라이즈보로(32) 등 미국 외에서 수혈된 배우들을 눈여겨볼 만하다. 음란 채팅사이트를 운영하는 하비 역은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50)가 맡았다. 첫 연기 도전이다.  

 한편 베니스영화제와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이 영화는 미국에서는 몇몇 지역에서만 부분 개봉되며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현지 인터넷영화매체 ‘무비룸리뷰스닷컴’은 “아카데미상 후보로 거론될 것이 분명한 이 영화가 제대로 마케팅되지 못해 많은 지역에서 상영되지 못한 것은 애석한 일”이라고 평했다. 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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