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달라이 라마, 티베트인 분신 막아라

기사등록 2013/07/30 10:43:09

최종수정 2016/12/28 07:50:16

【서울=뉴시스】하도겸 박사의 ‘히말라야 이야기’ <21>

 지난 20일 티베트인이 밀집해서 거주하는 지역 가운데 하나인 쓰촨성 아바(阿壩)티베트족·장(羌)족자치주에서 쿤촉 소남(18)이 분신했다. 분신자살시도가 본격화된 2009년 이후 120명이나 자살을 택한 순교자들에 대해 심심한 애도를 표하고 싶다. 같은 아바 자치주에 거주하는 티베트인 가수 잠펠(堅佩)은 분신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노래 ‘애국열사’(Patriotic Martyrs)의 동영상을 용기 있게 유튜브에 올려, 티베트인들의 심금을 울렸다. 노래 가사는 “눈물에 젖은 (티베트) 대지 위에 (분신의) 불길로 붉게 물든 하늘에서, 초원에 사는 용사들의 영혼이 보인다. (중국) 소수민족(인 티베트)의 운명이 보인다.

 투덩앙즈(1998년 4월 27일 인도 뉴델리에서 분신한 최초의 인물)의 용기에 감동과 감사의 마음이 솟구친다. 해마다 달마다 희망을 만들어낸 설원 위에 화염에 휩싸인 (분신한) 애국자가 주먹을 내지르는 고원에 비참한 티베트인의 생활이 보인다. 봉기한 군중의 함성이 들린다”이다. 결국 중국 지배하의 비참한 티베트인의 생활상을 얘기하고 분신을 애국으로 묘사하고 이를 계기로 민중봉기를 일으키자는 내용으로 이해해도 될 듯하다. 전 세계인이 모두 보는 유튜브에 대담하게 올려놓은 것 자체가 분신에 필적하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기에 커다란 화제가 되고 있다.

 같은 날 쓰촨성 간쯔(甘孜) 티베트족 자치주의 간쯔현의 사찰 부근에서는 중국 한족들의 티베트 자치주에서의 철수, 달라이 라마의 귀환, 티베트 독립을 요구하는 전단이 뿌려졌다. 분신자들의 요구사항과 100% 일치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달라이라마의 귀환은 제14대 달라이라마 혼자의 귀환이 아닌 그의 가족, 친인척, 나아가 각 종파의 환생자인 툴쿠들과 린포체 그리고 노예제 논쟁까지 벌어졌던 지독한 당시의 일부 세습 귀족들을 포함한 구 종교·정치세력 모두의 귀환을 의미한다. 이들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토지소유권을 비롯한 각종 권리의 환원도 이뤄질 수 있다. 그렇다면 훌륭한 수행자인 달라이라마가 건강한 서구식의 민주주의 사회를 아무리 희망한다고 해도 그것은 희망일 뿐이다.

 실제로는 옛 티베트의 신정정치와 같은 구태로의 복귀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달라이라마 망명 50년도 지난 후의 귀환으로 생길 수 있는 수많은 정치적, 종교적, 사회적인 문제들을 고려해 볼 때 현재 이집트 등에서 일어난 재스민 혁명과 쿠데타, 반 쿠데타 등의 역사의 흐름에서 티베트만 예외일 수 없을 것이다. 특히, 훌륭한 수행자인 현 달라이라마가 생존하는 동안은 그나마 별 탈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기존의 달라이라마들이 독살된 것과 중국이 임명한 판첸라마의 예에서 보듯이 그의 입적 후에 구 귀족세력의 득세 여부와 중국의 간섭 정도 등에 따라 누가 그를 이어 섭정을 할 것인지, 그리고 티베트 망명정부 등의 정치세력과 닝마, 카규, 샤카 등의 티베트 불교 4대 종파의 권력 분배 비율에 따라 티베트의 미래는 광복을 맞은 우리나라의 1945년보다 더 암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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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샹그릴라(香格里拉)는 중국 윈난성 디칭(迪慶)티베트족자치주에 있는 관광지로 규모로는 티베트불교의 3대 사찰 중의 하나인 ‘간덴 숨첼링 곰파’(중국명 송찬림사 松贊林寺, 일명 귀화사 归化寺)가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샹그릴라의 본래 명칭은 중뎬(中甸)으로 해발 3,280m 지점에 위치한다. ‘디칭’은 티베트어로 ‘운이 좋은 장소’라는 의미다. 간덴 숨첼링 곰파는 포탈라궁의 배치를 모방해 산 위에 층층이 세워져 있어 ‘작은 포탈라궁’으로 불린다.

 이곳의 전각들은 금으로 도금돼 눈부시나 규모에선 사실 라싸의 포탈라궁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작다. 1679년 제5대 달라이라마와 청나라 강희제가 함께 짓기 시작해 1681년 완성한 이곳에는 높이 18m나 되는 달라이라마가 속한 겔룩파의 시조 총카파의 불상이 모셔져 있는 것이 특색이기도 하다. 입구에서 가파른 108계단을 오르면 중앙의 대웅전 격인 대경당(大經堂)은 108개 기둥으로 지워진 5층 건물이 나타난다. 이곳의 1층 대전에는 1600여 명의 라마승이 들어설 수 있을 정도로 그 규모가 크다.

 얼마 전 이곳을 찾았을 때 가이드는 티베트 독립의 상징이자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달라이라마는 절대 앞에서 말해서도 안 되며 티베트 승려들은 눈물을 머금고 달라이라마 사진을 중국 정부 공안의 눈을 피해 사찰의 가장 은밀한 곳에 깊숙이 몰래 숨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지로 급성장한 이곳 간덴 숨첼링 곰파의 벽에 그려진 제14대 달라이라마의 그림과 사진은 그들의 말과 모순된다.

 1996년 공식적으로 금지된 이후 처음으로 지난 6월 말 티베트 불교 사원에서 14대 달라이라마 사진을 공개적으로 걸 수 있고 종교적 숭배도 허용됐다. 2012년부터 60세 이상 티베트 승려들에게 매달 120위안을 연금으로 지급하고, 일상적 종교 활동은 대부분 허용된 것에 대한 후속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많은 티베트 전문가는 계속되는 분신과 국제적인 비난에 직면해 중국정부가 유화적인 행동을 취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앞으로 티베트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 것이라고 장밋빛 기대를 하기도 한다. 결론은 헛된 꿈일 뿐이다. 중국에 있어서 티베트의 존재가치를 전혀 몰라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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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3·1운동 직후 일제가 무단통치에서 문화정치로 이행한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은 식민지시대의 일제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정부는 치안유지면에서 분신이 더는 일어나지 않도록 예의주시하면서 그전의 티베트 통치에서 드러난 한계, 예를 들면 정보기능을 더욱 확대하고 티베트인이 하나의 목소리로 단결해 민족적 폭발력을 보이지 못하도록 분열하는 고도의 민족분열통치를 발휘할 것이다. 지난 6월 20일 티베트 내 유선·휴대전화 및 인터넷 사용자 전원의 실명 등록을 완료하고, 7월 11일 실전에 능한 티베트지역 등을 담당하는 청두(成都) 군구 부사령관에 산하 티베트 군구의 양진산(楊金山) 사령원을 승진시킨 것도 그러한 포석이다. 티베트인의 계속되는 분신이 오히려 역으로 중국정부의 옛 티베트지역 통치를 도와주고 있는 셈이다.

 티베트 망명정부는 더는 분신을 언급하며 이를 이유로 중국정부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행동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결론적으로 분신을 순교화시키는 것이다. 그로 인해 고통받는 티베트인들로 하여금 또 다른 분신을 준비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티베트의 독립이나 완전한 자치는 멀어져 갈 뿐이다. 이번 주말 중국의 휴양지 베이다이허(北戴河)에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가 총집결해 여름회의를 연다. 물론 여기서도 중국의 핵심이익인 티베트 문제에 대한 좀 더 공고한 통치방법이 제시되고 논의될 것이다. 이제 달라이라마와 티베트 망명정부는 안타깝지만, 구태를 벗어나 달라이라마의 생전 귀환과 자치를 위한 다른 방도를 구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오히려 중국에 도움이 돼버린 안타까운 분신자살이 더는 일어나지 않도록 결사적으로 막아야 한다. 그래야만 언젠가 역사적으로 다시 중국이 분열돼 티베트의 독립과 자치가 이뤄졌을 때 120여 명의 분신 자살자 한 명 한 명을 진정한 순교자로 만들어 줄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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