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하도겸 박사의 ‘히말라야 이야기’ <18>
지난 3월 13일 쓰촨성 아바 장족자치주에서 가정주부 쿤촉 왕모(31)가 13일 분신자살을 시도해 숨졌다. 3월 24일 중국 쓰촨 성 랑탕현의 한 사원 인근에서 30세의 네 아이를 둔 여성 칼카이가 분신했다. 또 4월 23일 랑탕 출신의 티베트 여성도 중국의 티베트 통치에 항의하고 망명 중인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의 귀환을 요구하며 분신자살했다. 2009년 이후 중국의 지배에 항거해 분신한 티베트인은 약 110명에 달한다. 특히 15세 미만의 아들 한 명과 딸 세 명이 있는 칼카이의 분신은 매우 충격적이다. 어린아이들을 놔두고 분신하는 것은 심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오죽했으면 그랬겠느냐고 한탄을 한다. 이 여성의 시신은 인근 요낭 티베트 불교 사원에 안장됐다. 어쩌면 가장 숭고한 순교인지도 모르겠다.
티베트불교 겔룩파에는 관세음보살의 화신으로 신앙 되는 달라이라마와 아미타불의 화신으로 신앙 되는 판첸라마가 유명하다. 티베트 망명정부는 인정할지 모르지만, 현재 인도 다람살라에 있는 달라이라마가 일인자라고 한다면 중국에서 내세운 판첸라마가 이인자인 셈이다. 그럼 중국이 인정하는 겔룩파 아니 티베트 불교의 삼인자는 누구인가? 라싸의 남서쪽에 있는 삼딩사원은 예로부터 여성 삼딩 도르제 팍모(Samding Dorje Pakmo)가 승원장을 맡은 사원이다. 비구니 법맥도 전해지지 않은 티베트에서 여성 승원장이 있고 그것도 티베트 불교의 제3인자로 일부 인정받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티베트 불교가 밀교이며 금강승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얍-윰(남성 Uab-여성 Yum)을 이해하면 놀라운 일도 아니다.
차크라삼바라(Chakra Samvara), 승낙금강(勝樂金剛), 승낙불로 불리는 카규파의 주요 수호본존과 성교를 하는 환희불, 부모불, 쌍신수행상에 나오는 배우자가 도르제 팍모(Dorje Pagmo)라고 하는 금강해모(金剛亥母)이다. 부모불 가운데 얍은 남성성으로 지혜, 윰은 여성성으로 자비를 뜻한다. 지혜와 자비를 이해하려면 유마경에 나오는 보살의 길인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의 뜻 “위로는 깨달음을 추구하고 아래로는 중생들을 구제하고 교화한다”를 알아야 한다. 깨달음은 지혜, 중생구제는 자비를 뜻한다. 자비가 없는 지혜는 자기밖에 없는 소위 나뿐인 사람 즉 나쁜 사람에 지나지 않고 지혜가 없는 자비는 자비의 궁극적인 목적을 성취할 수 없다. 세상에 음양이 있고 남녀가 있듯이 같이 있어서 화합해야 아기를 낳을 수 있듯이 보살도를 이룰 수 있다. 본존의 수행을 돕는 존재로 여성존을 등장시킨 것이 밀교 즉 금강승불교의 한 특징이기도 하다. 이 도르제 팍모의 화신이 바로 삼딩 도르제 팍모이며 현재 12대로 전승 환생해 생존해 있다. 티베트 본토에 거주하며 친중국정부 성향을 보이고 있어 중국에서는 달라이라마, 판첸라마에 이은 제3인 자로 존중하고 있다. 물론 티베트 망명정부에서도 제3인 자는 아니지만 환생 전 불임을 인정하고 있으니 여성인 그녀가 제삼인 자로 존중되는 것은 여성 차별적인 티베트 불교의 미래를 생각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20세기 최고의 스승 중 한 분인 잠양 켄체 린포체(Jamyang Khyentse Chokyi Lodro Rinpoche: 1893~1959)의 영적인 부인으로 티베트는 물론 서양인 불교도들에게도 높은 존경을 받은 여성으로 칸도 체링 최된(Khandro Tsering Chödrön, 1929~2011)를 들 수 있다. 딜고 켄체 린포체 역시 그녀를 ‘영혼의 어머니’로 여기며, “가장 위대한 여성 스승, 불가사의한 완벽함과 함께 자비로 충만한 여성 형상의 깨달은 존재, 즉 다라(多羅)의 사람과 고통을 치유해 주는 지혜를 체현한 인물”이라고 극찬했다. 또 만약 죽어갈 때에 칸도가 곁에 있다면, 다른 어떤 스승이 옆에 있을 때보다 더 큰 확신과 평온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회상했다.
여성으로 존경받는 이는 이들만이 아니다. 카규파-닝마파의 전통을 이어받고 티베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성 예세쵸갈의 화신이라고 알려진 칸드로 린포체(Khandro Rinpoche, 1967~)는 다키니(지혜의 여신) 칸드로 위르겐 쪼모(Khandro Urgyen Tsomo)의 환생이다. 중병을 앓던 티베트 불교 4대 종파 가운데 하나인 카규파의 제15대 칼마파를 불과 16세 소녀가 ‘도르제 남도마’ 청정의식을 거행해서 9년이나 생명을 연장했다. 칼마파가 입적한 이후로도 그녀는 쭈루푸의 수련원에 주석하면서 많은 수행자를 지도해 ‘쭈루푸의 위대한 칸드로’라고 불렸다.
지난 3월 13일 쓰촨성 아바 장족자치주에서 가정주부 쿤촉 왕모(31)가 13일 분신자살을 시도해 숨졌다. 3월 24일 중국 쓰촨 성 랑탕현의 한 사원 인근에서 30세의 네 아이를 둔 여성 칼카이가 분신했다. 또 4월 23일 랑탕 출신의 티베트 여성도 중국의 티베트 통치에 항의하고 망명 중인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의 귀환을 요구하며 분신자살했다. 2009년 이후 중국의 지배에 항거해 분신한 티베트인은 약 110명에 달한다. 특히 15세 미만의 아들 한 명과 딸 세 명이 있는 칼카이의 분신은 매우 충격적이다. 어린아이들을 놔두고 분신하는 것은 심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오죽했으면 그랬겠느냐고 한탄을 한다. 이 여성의 시신은 인근 요낭 티베트 불교 사원에 안장됐다. 어쩌면 가장 숭고한 순교인지도 모르겠다.
티베트불교 겔룩파에는 관세음보살의 화신으로 신앙 되는 달라이라마와 아미타불의 화신으로 신앙 되는 판첸라마가 유명하다. 티베트 망명정부는 인정할지 모르지만, 현재 인도 다람살라에 있는 달라이라마가 일인자라고 한다면 중국에서 내세운 판첸라마가 이인자인 셈이다. 그럼 중국이 인정하는 겔룩파 아니 티베트 불교의 삼인자는 누구인가? 라싸의 남서쪽에 있는 삼딩사원은 예로부터 여성 삼딩 도르제 팍모(Samding Dorje Pakmo)가 승원장을 맡은 사원이다. 비구니 법맥도 전해지지 않은 티베트에서 여성 승원장이 있고 그것도 티베트 불교의 제3인자로 일부 인정받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티베트 불교가 밀교이며 금강승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얍-윰(남성 Uab-여성 Yum)을 이해하면 놀라운 일도 아니다.
차크라삼바라(Chakra Samvara), 승낙금강(勝樂金剛), 승낙불로 불리는 카규파의 주요 수호본존과 성교를 하는 환희불, 부모불, 쌍신수행상에 나오는 배우자가 도르제 팍모(Dorje Pagmo)라고 하는 금강해모(金剛亥母)이다. 부모불 가운데 얍은 남성성으로 지혜, 윰은 여성성으로 자비를 뜻한다. 지혜와 자비를 이해하려면 유마경에 나오는 보살의 길인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의 뜻 “위로는 깨달음을 추구하고 아래로는 중생들을 구제하고 교화한다”를 알아야 한다. 깨달음은 지혜, 중생구제는 자비를 뜻한다. 자비가 없는 지혜는 자기밖에 없는 소위 나뿐인 사람 즉 나쁜 사람에 지나지 않고 지혜가 없는 자비는 자비의 궁극적인 목적을 성취할 수 없다. 세상에 음양이 있고 남녀가 있듯이 같이 있어서 화합해야 아기를 낳을 수 있듯이 보살도를 이룰 수 있다. 본존의 수행을 돕는 존재로 여성존을 등장시킨 것이 밀교 즉 금강승불교의 한 특징이기도 하다. 이 도르제 팍모의 화신이 바로 삼딩 도르제 팍모이며 현재 12대로 전승 환생해 생존해 있다. 티베트 본토에 거주하며 친중국정부 성향을 보이고 있어 중국에서는 달라이라마, 판첸라마에 이은 제3인 자로 존중하고 있다. 물론 티베트 망명정부에서도 제3인 자는 아니지만 환생 전 불임을 인정하고 있으니 여성인 그녀가 제삼인 자로 존중되는 것은 여성 차별적인 티베트 불교의 미래를 생각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20세기 최고의 스승 중 한 분인 잠양 켄체 린포체(Jamyang Khyentse Chokyi Lodro Rinpoche: 1893~1959)의 영적인 부인으로 티베트는 물론 서양인 불교도들에게도 높은 존경을 받은 여성으로 칸도 체링 최된(Khandro Tsering Chödrön, 1929~2011)를 들 수 있다. 딜고 켄체 린포체 역시 그녀를 ‘영혼의 어머니’로 여기며, “가장 위대한 여성 스승, 불가사의한 완벽함과 함께 자비로 충만한 여성 형상의 깨달은 존재, 즉 다라(多羅)의 사람과 고통을 치유해 주는 지혜를 체현한 인물”이라고 극찬했다. 또 만약 죽어갈 때에 칸도가 곁에 있다면, 다른 어떤 스승이 옆에 있을 때보다 더 큰 확신과 평온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회상했다.
여성으로 존경받는 이는 이들만이 아니다. 카규파-닝마파의 전통을 이어받고 티베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성 예세쵸갈의 화신이라고 알려진 칸드로 린포체(Khandro Rinpoche, 1967~)는 다키니(지혜의 여신) 칸드로 위르겐 쪼모(Khandro Urgyen Tsomo)의 환생이다. 중병을 앓던 티베트 불교 4대 종파 가운데 하나인 카규파의 제15대 칼마파를 불과 16세 소녀가 ‘도르제 남도마’ 청정의식을 거행해서 9년이나 생명을 연장했다. 칼마파가 입적한 이후로도 그녀는 쭈루푸의 수련원에 주석하면서 많은 수행자를 지도해 ‘쭈루푸의 위대한 칸드로’라고 불렸다.

위르겐 쪼모는 임종 때 예언대로 닝마파의 수장인 민돌링 트리첸 린포체의 딸 칸드로 쩨링 팔돈으로 칼림퐁의 장독 팔리 승원에서 태어났다. 이미 1살에 많은 상서로운 기운과 흔적을 보인 그녀는 인도의 성요셉 수녀원 부속학교 등에서 서구식 교육을 받아 유창한 영어로 ‘다르마시리 저널’의 발행인을 겸하고 있다. 삼텐체 여성 수도원을 설립해 비구니들과 서양인 수행자들이 함께 실천하고 수행할 수 있는 꿈을 실현하고 있다.
8〜10세기에 걸쳐 211년간 살았던 것으로 전해지는 실존인물인 예세초겔은 제자인 겔와장춥과 남캐닝포에게 자신의 전기 3부를 쓰게 하고 아무도 모르는 바위틈에 숨겨뒀다. 결국, 이 책은 겔의 예언대로 17세기 탤돈 탁샴삼덴링파에게 발견돼 세상에 알려졌다. 그녀는 ‘티베트 사자의 서’의 저자인 파드마삼바바(구루린포체)의 영적인 아내가 돼 꿋꿋이 수행에만 전념한다. 수행을 위해 네팔로 가다가 7명의 강도를 만나 윤간을 당하지만, 오히려 그들을 부처로 여겨 금과 옷을 공양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법문을 해줘 해탈을 얻게 한 것으로 더욱 유명하다. 특히 왕과 모든 백성이 지켜보는 가운데 티베트 본교도와 공개토론 및 신통력 대결에서 승리해 불교를 티베트의 국교로 만드는 혁혁한 공로를 세운다.
이러한 예만 보면 티베트 불교에서는 여성차별이 거의 없는 듯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미 판첸라마, 삼딩 도르제 팍모가 친중국성향을 띄고 있으며 달라이라마 사후 제15대는 중국정부가 또 임명할 것이다. 결국, 달라이라마 사후 전 세계에 퍼져있는 티베트인의 통일적인 지지를 받을 구심점이 더는 겔룩파에는 없다. 희망이 사라질 참이다. 따라서 이제 티베트 불교가 겔룩파를 떠나 범종파적인 차원에서 후계자를 정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영적인 지도자로 급부상하는 카르마파존자의 빠른 방한을 기대해 본다. ‘어차피 그렇다면’ 이라는 말이 매우 불경스럽지만, 남녀 차별적인 티베트의 악습을 깨기 위해서라도 달라이라마가 벌써 세 번 이상 얘기한 것처럼 임종 때 아예 여성으로 환생하겠다고 선언할 필요가 있다. 달라이라마 이후 선지식의 출현이 어려울지도 모르는 현재, 수행을 돕는 다키니로서 달라이라마가 전세윤회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보살행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심오한 불교적 교리보다도 인권밖에 안남은 얕은 서양철학에 기대어 중국 귀환을 망설이는 듯이 보이는 달라이라마에게 남은 자비롭고도 훌륭한 마지막 선택이 아닐까 싶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email protected]
8〜10세기에 걸쳐 211년간 살았던 것으로 전해지는 실존인물인 예세초겔은 제자인 겔와장춥과 남캐닝포에게 자신의 전기 3부를 쓰게 하고 아무도 모르는 바위틈에 숨겨뒀다. 결국, 이 책은 겔의 예언대로 17세기 탤돈 탁샴삼덴링파에게 발견돼 세상에 알려졌다. 그녀는 ‘티베트 사자의 서’의 저자인 파드마삼바바(구루린포체)의 영적인 아내가 돼 꿋꿋이 수행에만 전념한다. 수행을 위해 네팔로 가다가 7명의 강도를 만나 윤간을 당하지만, 오히려 그들을 부처로 여겨 금과 옷을 공양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법문을 해줘 해탈을 얻게 한 것으로 더욱 유명하다. 특히 왕과 모든 백성이 지켜보는 가운데 티베트 본교도와 공개토론 및 신통력 대결에서 승리해 불교를 티베트의 국교로 만드는 혁혁한 공로를 세운다.
이러한 예만 보면 티베트 불교에서는 여성차별이 거의 없는 듯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미 판첸라마, 삼딩 도르제 팍모가 친중국성향을 띄고 있으며 달라이라마 사후 제15대는 중국정부가 또 임명할 것이다. 결국, 달라이라마 사후 전 세계에 퍼져있는 티베트인의 통일적인 지지를 받을 구심점이 더는 겔룩파에는 없다. 희망이 사라질 참이다. 따라서 이제 티베트 불교가 겔룩파를 떠나 범종파적인 차원에서 후계자를 정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영적인 지도자로 급부상하는 카르마파존자의 빠른 방한을 기대해 본다. ‘어차피 그렇다면’ 이라는 말이 매우 불경스럽지만, 남녀 차별적인 티베트의 악습을 깨기 위해서라도 달라이라마가 벌써 세 번 이상 얘기한 것처럼 임종 때 아예 여성으로 환생하겠다고 선언할 필요가 있다. 달라이라마 이후 선지식의 출현이 어려울지도 모르는 현재, 수행을 돕는 다키니로서 달라이라마가 전세윤회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보살행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심오한 불교적 교리보다도 인권밖에 안남은 얕은 서양철학에 기대어 중국 귀환을 망설이는 듯이 보이는 달라이라마에게 남은 자비롭고도 훌륭한 마지막 선택이 아닐까 싶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