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喝(할)]우리 아이가 마약을? ADHD 치료약 '비상'

기사등록 2013/06/04 12:38:42

최종수정 2016/12/28 07:33:41

ADHD 치료약 애더럴에 마약성분
미 학생들 사이 '잠 쫓는 각성제'로
유학생-외국인 강사 통해 밀반입


【전국=뉴시스】김태겸 김영준 기자 = '수면 예방과 집중력을 높이는 데는 이 게 최고죠!'

 최근 미국에서 한인 고교생 및 대학생들 사이에 '공부 잘하게 해주는 약(Study Drugs)'으로 불리는 이 약물은 애더럴(Adderall)이다. 이 애더럴은 중독성이 매우 강하며 주로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환자에게 처방해 주는 약물로 최근 치료 목적이 아닌 용도로 사용되거나 국내에 밀반입되는 사례가 많아 우려를 낳고 있다.

 애더럴의 주요 성분은 마약류로 알려진 암페타민이다. 암페타민의 종류는 다양하게 분류되지만 대표적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메스 암페타민'은 바로 필로폰(philpone: 히로뽕)에 해당한다.

 최근 미국 고교생 및 대학생들과 일부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통되고 있는 이 약은 마약류라는 위험성을 갖고 있지만 한인들 사이에서까지 공공연히 남용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의 유명 의학 블로그에서는 이 약물의 위험성과 과다 복용 때 부작용에 대해 강하게 경고하고 있지만 일부 미 유학생들에 따르면 '전화 한 통이면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사회가 이 약물의 무분별한 유통을 제대로 단속하지 못해 한인학생들이 '유사 마약'을 버젓이 복용하고 있는 셈이다.

 애더럴을 복용한 학생들은 한결같이 "똑똑해지는 것 같다" "생각이 잘 정돈된다" 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심지어 커피나 술과 함께 복용하면 "10시간 이상 쉬지않고 공부도 가능하고 집중력도 최고조에 이르는 것을 느낀다"는 것이어서 그 중독성과 폐해에 대한 무지는 충격적이다.

 미국의 NIDA(국립 약물 남용 연구소) 관계자는 "애더럴의 주요 성분인 암페타민은 도파민을 분비시키는데 이는 코카인을 비롯한 마약과 동일한 기능을 해 의사의 처방전 없이 복용할 경우 중독 등 부작용으로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애더럴을 복용해본 사람들의 반응은 인터넷 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A씨의 경우 '복용 후 몇 시간이 지나면 매우 피로감을 느끼지만 신경이 날카로워져 도저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경우가 많다' 는 것이다. 또  B씨는 '많이 복용했을 경우 불면은 물론 왠지 모를 우울증이 며칠간 지속된다'고 말한다.

 이렇게 위험한 약물이 최근 한국 유학생들이나 외국 원어민 강사들을 통해 국내로 밀반입되거나 현지에 있는 친구나 가족들이 소포로 보내오는 사례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해외 위험약물의 무분별한 국내반입에 대한 철저한 조사도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 2010년 국내 최대 기업인 A업체에 근무하는 미국인 J 모(35)씨는 미국에 있는 동생을 통해 암페타민 29정(약 9.7그램)을 구한 뒤 영어책 사이에 홈을 파고 그 속에 은닉해 특송화물로 들여오다 발각돼 징역 3년에 처해지기도 했다.

 같은 해 발작성 수면장애를 앓고 있다고 주장하는 미국인 P 모씨는 의사 처방을 받아 복용하던 암페타민을 국내에서는 처방을 받지 못해 복용할 수 없다며 미국에 거주하는 어머니에게 부탁해 178정을 특송화물로 배송받으려다 적발됐다.

 더 심각한 것은 애더럴이 다른 마약류 복용으로 가는 통로가 된다는 점이다.

 미국의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애더럴의 경우 손쉽게 구할 수 있어 이를 치료용이 아닌 흥분제 정도로 복용하는 사례가 많은데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지나친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오히려 술이나 또 다른 약물을 복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경고한다.

 국내에서는 메스암페타민을 함유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은 함유량에 관계없이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4호 나목의 향정신성의약품에 해당하는 것으로 간주, 이를 소지할 경우 향정신성의약품의 수입 죄와 별도로 소지죄가 성립된다.

 미국 연방정부기관인 SAMHSA(약물남용 및 정신건강 관리국)에 따르면 애더럴을 복용하지 않는 학생 중 마리화나를 흡입하는 비율은 27%인데 반해 애더럴을 복용하며 마리화나를 동시에 흡입하는 비율은 80%에 육박하고 코카인 등 다른 불법 약물을 흡입하는 비율도 최대 8배까지 치솟는다는 분석 자료를 내놓고 있다.

 ADHD의 치료약으로 등장한 암페타민이 합법적 각성제로 인기를 끌며 '애더럴' '스피드' 심지어  '공부 잘하게 해주는 약(Study Drugs)'으로 둔갑하거나 다이어트 용도로까지 쓰이면서 문제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에선 유학생 출신인 일부 외국어 학원 강사나 연예인 지망생들,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주로 이 약물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현희 의학비평가는 트위터 등을 통해 "우울증, ADHD, 불면증 등은 약과 아스파탐의 부작용으로 일어나는 이상 증상인데 이를 치료한다며 다시 합성 마약인 향정신성의약품(각성제, 암페타민)을 처방하는 것은 치료가 아니라 폭력이다. 그 부작용으로 자살과 폭력 등이 유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 ADHD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는 문자 그대로 주의 집중을 못하고 많이 움직이는 아동들에게 내려지는 진단명이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의 약자이다. 학계에서는 뇌에서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에 문제가 있어 ADHD를 야기할 수 있으며 부모 중 한쪽 또는 모두에게 ADHD가 있으면 자식에게도 ADHD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 '시사 할(喝)'은 = 앞으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잘못된 제도나 문화 등을 비판하고 우리 사회가 공공성을 회복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신설한 기획이다. 할(喝)이란 주로 선승(禪僧)들 사이에서 행해지는 말로,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꾸짖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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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喝(할)]우리 아이가 마약을? ADHD 치료약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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