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영국 태생의 흑인 감독 스티브 매퀸(44)의 ‘셰임’(Shame)은 섹스에 관한 영화가 아니다. 상처를 이야기한다.
전라로 등장, 온갖 베드신은 물론 오줌을 누는 모습까지 모두 드러낸 브랜든 역의 마이클 패스밴더(36)와 역시 음모까지 노출한 시시 역의 캐리 멀리건(28)의 파격 연기가 먼저 화제가 되긴 했다. 하지만 맨살의 향연은 전혀 흥분을 일으키지 않는다. 영화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갑갑하고 무겁다.
성공한 뉴욕 여피의 성적 일탈이라는 점에서 고 스탠리 큐브릭의 ‘아이즈 와이즈 셧’(1999),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아메리칸 사이코’(2000) 등이 연상되나 ‘셰임’은 상처입은 자들의 절박한 심리극에 가깝다.
뉴욕 맨해튼에 작지만 전망좋은 아파트를 소유한 브랜든은 잘생기고 좋은 직장을 가진 화이트 칼라다. 그러나 아침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성에 대한 생각을 떨치지 못하는 섹스중독자다. 샤워하면서도 자위를 해야하고, 회사에서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화장실로 달려가 마스터베이션으로 푼다. 회사 컴퓨터에는변태행위가 담긴 영상들이 그득하고, 집으로 오면 저녁은 대충 때우고 바로 노트북을 접속해 음란영상을 보거나 음란영상 채팅을 한다. 출퇴근하며 지하철에서 마주앉은 여자들이나 바에서 만난 여자들과도 1회성 섹스를 할 생각뿐이다. 결혼반지를 끼고 있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성충동을 참지 못해 여자를 쫓기도 한다. 욕구는 주로 원나이트를 하거나 콜걸을 사서 해결한다.
더 큰 문제는 그가 타인과 진정한 인간적 유대를 맺지 못한다는 점이다. 흑인 회사동료 메리앤(니콜 비해리)과 데이트를 하러 가는 중에도 머릿속에는 성에 관한 생각뿐인 것 같다. 창가에서 후배위로 섹스를 나누는 남녀를 구경하느라 늦는다. 저녁식사에서의 대화는 웨이터의 지속적인 훼방으로 블랙 코미디같은 상황이 되는데, 브랜든은 어딘지 모르게 이러한 사적 교감을 불편해하는 듯 보인다. 한 사람과 가장 긴 관계를 지속한 기간이 4개월뿐이고, 한 사람과 같이 평생 산다는 것은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럽다는 그의 말은 현대인의 고독과 단절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전라로 등장, 온갖 베드신은 물론 오줌을 누는 모습까지 모두 드러낸 브랜든 역의 마이클 패스밴더(36)와 역시 음모까지 노출한 시시 역의 캐리 멀리건(28)의 파격 연기가 먼저 화제가 되긴 했다. 하지만 맨살의 향연은 전혀 흥분을 일으키지 않는다. 영화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갑갑하고 무겁다.
성공한 뉴욕 여피의 성적 일탈이라는 점에서 고 스탠리 큐브릭의 ‘아이즈 와이즈 셧’(1999),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아메리칸 사이코’(2000) 등이 연상되나 ‘셰임’은 상처입은 자들의 절박한 심리극에 가깝다.
뉴욕 맨해튼에 작지만 전망좋은 아파트를 소유한 브랜든은 잘생기고 좋은 직장을 가진 화이트 칼라다. 그러나 아침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성에 대한 생각을 떨치지 못하는 섹스중독자다. 샤워하면서도 자위를 해야하고, 회사에서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화장실로 달려가 마스터베이션으로 푼다. 회사 컴퓨터에는변태행위가 담긴 영상들이 그득하고, 집으로 오면 저녁은 대충 때우고 바로 노트북을 접속해 음란영상을 보거나 음란영상 채팅을 한다. 출퇴근하며 지하철에서 마주앉은 여자들이나 바에서 만난 여자들과도 1회성 섹스를 할 생각뿐이다. 결혼반지를 끼고 있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성충동을 참지 못해 여자를 쫓기도 한다. 욕구는 주로 원나이트를 하거나 콜걸을 사서 해결한다.
더 큰 문제는 그가 타인과 진정한 인간적 유대를 맺지 못한다는 점이다. 흑인 회사동료 메리앤(니콜 비해리)과 데이트를 하러 가는 중에도 머릿속에는 성에 관한 생각뿐인 것 같다. 창가에서 후배위로 섹스를 나누는 남녀를 구경하느라 늦는다. 저녁식사에서의 대화는 웨이터의 지속적인 훼방으로 블랙 코미디같은 상황이 되는데, 브랜든은 어딘지 모르게 이러한 사적 교감을 불편해하는 듯 보인다. 한 사람과 가장 긴 관계를 지속한 기간이 4개월뿐이고, 한 사람과 같이 평생 산다는 것은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럽다는 그의 말은 현대인의 고독과 단절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브랜든은 메리앤에게 자신의 머릿속에 난 상처를 만져보게 해주는데 이는 자신의 마음을 열어가고 있는 단서로 보인다. 어려서 사촌형과 장난을 치다 생긴 상처라고 하지만 여동생 시시와의 관계를 볼 때 이는 가족 내에서 벌어진 어떤 학대의 흔적을 둘러대는 것으로 느껴진다. 결국 브랜든은 메리앤과의 교합에 실패하고, 콜걸을 불러 창가에서의 후배위 섹스를 실현한다. 자신을 알고 있는 사람과는 어떤식으로든 관계맺기를 할 수 없는 심각한 심리적 문제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상황을 통해 드러낸다.
가장 미스터리한 것은 브랜든이 시시에게 나타내는 애증의 감정이다. 어려서 한 집에서 자랐을 시시는 브랜든의 과거 혹은 또다른 자아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다 큰 성인인 두 남매가 서로 벌거벗은 모습을 보면서도 전혀 당황하지 않는 것은 이들이 가족 내 어떤 수치스러운 비밀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의 시각화다. 브랜든은 찾아오겠다는 시시의 전화를 계속 피하는데, 이는 과거를 대면하고 싶지 않은 심리상태다. 여동생이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것은 동정과 동시에 자기연민이다. 가정이 있는 직장상사와 시시가 자신의 곁에서 키스하고 자신의 침대에서 섹스하는 것을 그냥 두고 보는 것은 브랜든이 자신의 트라우마에 무방책이라는 것을 노정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두 남매가 말다툼을 하는 배경으로 보이는 TV에서 나오는 흑백 만화영화는 이들의 문제가 함께 자란 어린 시절과 닿아있음을 보여준다. 어떤 근친상간적 사랑의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듯도 보인다. 브랜든이 시시에게 “넌 나 옭아맨다”고 외치는 것 외에 이들 남매의 과거 상처가 무엇인지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괴로운 현상태, 더불어 기억까지 떨쳐버리기 위해 한밤에 달리기를 하는 브랜든. 그동안 모아놓은 산더미만한 음란잡지와 비디오, 노트북까지 싹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려보지만 그의 방종은 점점 심해져만 간다. 임자있는 여자에게 들이대다가 구타를 당하는 것은 피학적 심리다. 여자를 꼬드기러 바에 들어가려하지만 거부당하자 게이바로 들어가 동성애로 욕구를 풀고, 아예 창녀들의 집으로 찾아가 스리섬을 감행하기도 한다.
자해를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고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의존적 관계밖에 이어가지 못하는 시시는 오빠에게 “우리는 나쁜사람들이 아니라 상처입은 사람들일 뿐”이라는 메시지를 남기는데, 이들은 그냥 이렇게 자기파괴적인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것일까. 영화는 아무런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이 무겁고 강렬한 체험 속으로 관객들을 몰아넣는다.
가장 미스터리한 것은 브랜든이 시시에게 나타내는 애증의 감정이다. 어려서 한 집에서 자랐을 시시는 브랜든의 과거 혹은 또다른 자아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다 큰 성인인 두 남매가 서로 벌거벗은 모습을 보면서도 전혀 당황하지 않는 것은 이들이 가족 내 어떤 수치스러운 비밀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의 시각화다. 브랜든은 찾아오겠다는 시시의 전화를 계속 피하는데, 이는 과거를 대면하고 싶지 않은 심리상태다. 여동생이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것은 동정과 동시에 자기연민이다. 가정이 있는 직장상사와 시시가 자신의 곁에서 키스하고 자신의 침대에서 섹스하는 것을 그냥 두고 보는 것은 브랜든이 자신의 트라우마에 무방책이라는 것을 노정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두 남매가 말다툼을 하는 배경으로 보이는 TV에서 나오는 흑백 만화영화는 이들의 문제가 함께 자란 어린 시절과 닿아있음을 보여준다. 어떤 근친상간적 사랑의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듯도 보인다. 브랜든이 시시에게 “넌 나 옭아맨다”고 외치는 것 외에 이들 남매의 과거 상처가 무엇인지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괴로운 현상태, 더불어 기억까지 떨쳐버리기 위해 한밤에 달리기를 하는 브랜든. 그동안 모아놓은 산더미만한 음란잡지와 비디오, 노트북까지 싹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려보지만 그의 방종은 점점 심해져만 간다. 임자있는 여자에게 들이대다가 구타를 당하는 것은 피학적 심리다. 여자를 꼬드기러 바에 들어가려하지만 거부당하자 게이바로 들어가 동성애로 욕구를 풀고, 아예 창녀들의 집으로 찾아가 스리섬을 감행하기도 한다.
자해를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고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의존적 관계밖에 이어가지 못하는 시시는 오빠에게 “우리는 나쁜사람들이 아니라 상처입은 사람들일 뿐”이라는 메시지를 남기는데, 이들은 그냥 이렇게 자기파괴적인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것일까. 영화는 아무런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이 무겁고 강렬한 체험 속으로 관객들을 몰아넣는다.

매퀸 감독은 영화연출 이전에 비디오아티스트, 설치미술가, 사진가로 활동하며 영국 최고권위의 현대미술상인 터너상과 대영제국훈장을 받은 예술가다. 첫 장편 연출작 ‘헝거’(2008)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카메라상(신인감독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하며 영화감독으로서의 능력도 인정받았다. 두 번째 장편 ‘셰임’도 베니스국제영화제 크리틱스 초이스, 미래의 영화상, 런던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 등을 받았다. 그는 주인공의 헤어나올 수 없는 심연을 서사와 분위기를 통해서도 전달하는 재능으로 정밀하게 짜여진 심리상황극을 만들어냈다.
독일과 아일랜드 혼혈배우 패스밴더는 진지하고 무게감있는 마스크로 압도적 연기를 펼쳐보인다. 실제 섹스중독자를 만나 인터뷰하고 한 장면을 위해 평균 60번정도 연습을 거쳤다는 그는 표정은 물론 손동작 하나하나, 다리를 떠는 동작까지 면밀하게 연기하며 관객들에게 불안감을 완벽하게 전달한다. 이 역할로 베니스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뿐 아니라 다수의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너무 웅장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날카로운 배경음악이 언밸런스하게 느껴지는 것이 흠이다. 담백하고 단조로운 전개에 액선트를 줘 몰입도를 높이려는 의도인 듯 싶은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지난해 개봉한 이 영화는 미국에서는 가장 엄격한 등급인 NC17(17세이하 관람불가)을 받았고, 일부 아시아국가에서는 등급 심의가 반려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11월 심의를 받았는데 이례적으로 삭제와 블러 처리 없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9일 개봉.
[email protected]
독일과 아일랜드 혼혈배우 패스밴더는 진지하고 무게감있는 마스크로 압도적 연기를 펼쳐보인다. 실제 섹스중독자를 만나 인터뷰하고 한 장면을 위해 평균 60번정도 연습을 거쳤다는 그는 표정은 물론 손동작 하나하나, 다리를 떠는 동작까지 면밀하게 연기하며 관객들에게 불안감을 완벽하게 전달한다. 이 역할로 베니스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뿐 아니라 다수의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너무 웅장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날카로운 배경음악이 언밸런스하게 느껴지는 것이 흠이다. 담백하고 단조로운 전개에 액선트를 줘 몰입도를 높이려는 의도인 듯 싶은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지난해 개봉한 이 영화는 미국에서는 가장 엄격한 등급인 NC17(17세이하 관람불가)을 받았고, 일부 아시아국가에서는 등급 심의가 반려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11월 심의를 받았는데 이례적으로 삭제와 블러 처리 없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9일 개봉.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