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에서 한국계로 넘어온 ‘스타트렉’

기사등록 2013/03/22 08:55:04

최종수정 2016/12/28 07:11:14

【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5월 개봉을 앞둔 할리우드 SF영화 ‘스타트렉: 다크니스’를 우리 입장에서 봤을 때 부각되는 점은,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일본인들이 맡았던 동양인 캐릭터들에 한국계가 투입됐다는 것이다. 현지에서 태어나거나 성장기를 보낸 배우에게는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이 더 크겠지만, 아무래도 우리와 비슷한 얼굴을 가진 이들에게 한번이라도 더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추세는 일본인의 미국 이민이 현저히 줄어든 상태에서 순수 아시안 얼굴을 찾기 힘들고, 한국인 이민의 폭발적 증가와도 맞물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요즘 아시아를 휘젓고 있는 한류스타 열풍에서 보듯이 한국계의 깔끔하고 뛰어난 외모와 연기력이 제작자와 감독을 사로잡았을 가능성도 높다.

 존 조는 ‘스타트렉: 다크니스’의 전편인 ‘스타트렉: 더 비기닝’(2009)에서부터 히카루 술루 역을 맡고 있다. 1966년 TV시리즈 ‘스타트렉’의 원창안자인 작가 진 로든버리는 우주의 평화를 상징하기 위해 아시아 전체를 대표하는 캐릭터를 투입하길 원했고, 일본계 미국인 조지 타케이가 이 역을 맡게 됐다. 당시 아시안계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거의 없던 시절이었는데, TV시리즈에 고정배역을 맡긴 것만도 상당히 파격적이다. 술루라는 성은 필리핀제도 남서부의 술루해에서 따왔다. 타케이는 이후 후속 영화들에서도 지속적으로 이 역할을 맡았다.

 ‘스타트렉: 더 비기닝’의 연출을 맡은 J J 에이브럼스는 술루 역에 한국계 캐스팅을 염두에 뒀는데, 타케이는 이 역이 우주선 엔터프라이즈 호의 동양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결국 존 조를 최종 낙점했다고 전해진다. 국내팬들에게 ‘쌍제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유명 제작자 겸 감독인 J J 에이브럼스는 한국계에게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김윤진을 미드에 연달아 캐스팅하면서 이러한 인상을 각인시켰다. 김윤진이 재미교포라서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장점도 있지만, 자신이 총제작을 맡은 미드 ‘로스트’에서 김윤진을 위한 한국계 캐릭터 선 역을 새롭게 추가하기도 했다.

 에이브럼스는 영화 ‘해롤드와 쿠마’를 보고 존 조를 점찍었다고 한다. 서울에서 태어나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이민한 존 조는 서양인의 기준에서 보는 전형적 동양인의 생김새를 벗어난 큰 키의 미남으로 다양한 작품에서 주요 배역을 맡으며 현지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존 조가 이 영화를 찍는 도중 손목 부상을 당해 하차위기에 놓였을 때 미드 ‘히어로즈’에서 활약중인 또다른 한국계 배우인 제임스 기선 리가 이 역할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는 보도도 있다.

 21일 서울에서 있었던 30여분 분량의 푸티지(특정장면) 영상공개에서 존 조는 항해사 역으로 항상 우주선내에서만 등장하지만 함장을 대신해 엔터프라이즈호를 맡게된 일등항해사 스팍(재커리 퀸토)이 함선을 포기하자고 하자 “명령을 따를 수 없다”며 버티는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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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트렉’이 영화화되기 시작하면서 ‘스타트렉:더 모션 픽처’(1979)에는 조지 타케이 말고도 뉴욕출신의 일본계 여배우 모모 야쉬마가 우주선 승무원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다음세대를 그린 TV시리즈 ‘스타트렉:더 넥스트 제너레이션’에서는 주요배역에서 동양인이 사라진다. 대신 캘리포니아 출신의 일본계 여배우 패티 야수타케가 우주선에 탑승한 간호사 오가와 역을 맡아 고정출연하며 이후 이를 바탕으로 한 영화에도 출연한다.

 2009년 ‘스타트렉: 더 비기닝’을 통해 오리지널 TV시리즈보다 앞선 얘기가 만들어지면서 술루 역이 부활해 존 조가 캐스팅됐다. 이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한 아시아계는 대만계 등 중국혈통들이었다면 ‘스타트렉: 다크니스’에서는 한국계가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엔터프라이즈호의 경비대원으로 출연하는 존 리 브로디도 한국 혈통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는 독일과 스웨덴 혈통이고, 어머니는 한국계라고 한다. 하와이안과 체로키인디언 혈통까지 섞여 완벽한 동양인으로 보이는 외모지만 유라시안 배우로 분류된다. 그밖의 단역으로 데이비드 김이라는 한국계가 스타플리트에 입대하는 병사로 출연한다.

 한편 ‘스타트렉: 다크니스’에는 영국 드라마 ‘셜록’으로 세계적 스타덤에 오른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악역으로 출연하는데, 기존 ‘스타트렉’ 시리즈와 영화에서도 셜록 홈즈 역을 맡았던 배우들의 출연한 적이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1966년 오리지널 TV시리즈부터 1991년 만들어진 후속 시리즈 ‘스타트렉: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과 이를 바탕으로 한 ‘스타트렉’ 영화들에서 스팍 역을 맡고, 2009년 만들어진 ‘스타트렉: 더 비기닝’에 까지 원조 스팍 역으로 출연하는 기록을 세운 리어나도 니모이는 1970년대 연극무대에서 셜록 홈즈 역을 맡았다. 니모이는 영화 ‘스타트렉4: 더 언디스커버드 컨트리’에서 홈즈의 유명한 대사를 인용하기도 했으며, 이 영화에 함께 출연했던 크리스토퍼 플러머라는 배우도 역시 홈즈 역을 연기한 적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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