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신, 국립극단과 새 연극 '푸른배 이야기'

기사등록 2013/02/20 07:21:00

최종수정 2016/12/28 07:02:07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야키니쿠 드래곤'과 '나에게 불의 전차를'의 재일동포 극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56)이 국립극단과 합작한 신작을 선보인다.

 3월 8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연극 '푸른배 이야기'를 펼친다.

 일본 작가 야마모토 슈고로의 소설 '아오베카 모노가타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소설 속에서 넓은 갯벌을 가졌던 소박한 어촌마을에는 도쿄 디즈니랜드가 위치하고 있다.

 정의신은 인천시 남촌도림동을 모델로 삼았다. 소래길, 남동로, 호구포가 맞닿는 남촌도림동은 송도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구획정리 사업과 함께 전형적인 현대적 도시로 변모했다. 소래강 하류의 어촌인 남촌도림동은 북쪽은 논밭, 남쪽은 '백만평 앞바다'라고 불리는 광활한 황무지가 펼쳐있고 그 너머는 바다다.

 고립된 이 가난하고 작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은 남루하고 일상에는 특별한 사건이 없다. 본능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각자의 사연이 소란스럽게 또는 담담하게 펼쳐질 뿐이다.

 연극은 30년전 이 마을에 3년 간 머물렀던 작가가 다시 이곳을 찾은 뒤 마을 사람들의 삶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가면서 전개된다.

 마을은 예전과 달라졌다. 매춘금지법으로 뚝방집은 망했고 양식집은 여관으로 변했으며 강변에 있던 수풀이나 황무지 터에는 아파트들이 들어섰다.

 '나'는 예전에 살았던 집터를 찾아보지만 그것도 여의치가 않다. 마을 사람들도 마찬가지. 사람들은 죽거나 타지로 떠났고 남아있는 이들도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나는 그러나 슬픔과 회환으로 좌절하는 대신 기억하고 기록하는 방법으로 지나간 것들을 마주한다.  

 정의신은 어촌 사람들의 삶을 특수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자연 그대로의 꾸밈없는 본성과 생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로 확대해나간다.

 빠른 템포의 대사들을 통해 리듬감과 음악성을 부각시킨다. 배우들은 마치 경쾌한 노래를 부르듯 대사들을 이어 받는다. 지난해 1월 일본 공연 당시 '말하는 연극'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14명의 배우들이 40여명의 마을 주민들을 나눠 맡는다. 또 한 배역을 여러 배우가 번갈아 연기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각 캐릭터의 환기력을 극대화하고자 했다.

 정의신은 그간 재일 한국인 가족의 삶과 애환('야키니쿠 드래곤'), 전라도의 섬을 무대로 이발소를 운영하는 홍길네 가족과 섬 주둔 일본군 간의 애증('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 일제강점기 일본인과 조선인 사이의 사랑과 우정('나에게 불의 전차를') 등 한·일 양국의 역사 및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주로 만들었다. 작품의 내용 뿐 아니라 연출방식에서도 한국과 일본 양국의 특징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그러나 '푸른배 이야기'를 통해 재일한국인, 장애인, 동성애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 경계에 선 사람들만이 자신의 작품 속 인물들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정의신과 호흡을 맞춰온 손진책(66)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이끄는 극단 미추 배우들이 주축이 돼 출연한다. 1만~2만원. 1688-5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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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신, 국립극단과 새 연극 '푸른배 이야기'

기사등록 2013/02/20 07:21:00 최초수정 2016/12/28 07: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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