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경 감독, 가족 걸고 맹세했다…'7번방의 선물'

기사등록 2013/01/29 10:54:08

최종수정 2016/12/28 06:56:01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류승룡(43)의 휴먼 코미디 ‘7번방의 선물’이 28일 관객 200만명을 넘어섰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7번방의 선물’은 이날 688개관에서 3289회 상영되며 31만5975명을 모아 1위를 지켰다. 23일 개봉 이후 누적관객은 205만5945명이다.

 ‘7번방의 선물’의 흥행성공 요인은 여러가지다. 이환경(43) 감독의 필력과 연출력, 6세 지능 ‘용구’ 류승룡, 교도소 7번방 방장 ‘소양호’ 오달수(45), 교도소 보안과장 ‘장민환’ 정진영(49), ‘예승’ 갈소원(7)과 박신혜(23) 등 출연진의 생생한 연기, 경기 불황에서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폭발시키고 싶어하는 대중의 욕구 등이 꼽힌다.

 영화 전편에 흐르는 진정성도 빼놓을 수 없다.

 6세 지능 ‘용구’의 이름을 놓고 “영구 없~다”로 상징되는 개그맨 심형래(55)의 ‘영구’를 패러디한 것으로 알기 쉽다. 이 감독은 “절대 아니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용구는 28세에 세상을 떠난 제 친구 이름입니다. 연극배우로 한창 발돋움해가다가 안타깝게도 지고 말았던 그 친구가 못다 피운 꽃을 이번 영화에서 이름으로라도 활짝 피워주고 싶어서 주인공의 이름을 이용구로 지은 것입니다. 결코 웃기려고 붙인 이름은 아닙니다. 엔드크레디트 올라갈 때 잘 보면 ‘고마운 사람들’ 중에 ‘이용구’가 나옵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의 1남1녀도 이 영화에 나온다. 갈소원(7)이 호연한 용구의 딸 ‘이예승’은 바로 이 감독의 큰딸 이름이다. 뿐만 아니다. 어린이합창단 연습 장면에는 이 감독의 큰딸이 다니는 초등학교 합창부 학생들이 출연했고, 이 감독의 딸인 진짜 예승도 함께했다. 용구가 7번방 동료들에게 예승을 소개할 때 “12월23일 14시28분 태어났어요. 2.1㎏”이라고 말하는데, 이 중 날짜만 다를 뿐 시간과 몸무게는 실제 예승의 것이다.

 이 감독은 “2008년 시나리오를 처음 쓸 때부터 딸과 호흡했습니다. 딸에게 어떤 상황을 설명해준 뒤 ‘예승이 같으면 이럴 경우 뭐라고 할 것 같아?’고 묻고 딸의 대답을 들어 시나리오에 반영했습니다. 극중 예승도 됐고, 6세 지능인 용구도 됐던 것이죠. 편집본도 딸에게 보여줬습니다. 제 딸이 우리 영화의 첫 관객이었던 셈입니다.”

 이 감독이 지난해 4월28일 품에 안은 예승과 11세 차이나는 늦둥이 아들 예준(1)은 사진으로 등장한다. 7번방 죄수 ‘신봉식’(정만식)이 아들 사진을 보고 감격하는 장면에서 비쳐지는 사진 속 아기다. 봉식이 고슴도치 아빠처럼 “우리 봉선이 크면 연예인이나 모델시킬까봐. 하하하”라고 자랑스러워하자 아기 사진을 보고있던 용구가 “웃겨요. 아기가 웃기게 생겼어요. 허헝”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다른 7번방 죄수 ‘최춘호’(박원상)는 “어이구. 사람이 지나치게 솔직해”라고 우회적으로 맞장구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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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 사진을 구해야 하는데 ‘웃기게 생겼다’는 얘기를 들어야 해서 마땅히 구할 데가 없었어요. 물론 인터넷에서 몰래 훔쳐 쓸 수도 있었지만 그러면 진정성이 떨어질 것 같았답니다. 결국 예준이 사진을 사용하게 됐는데 집사람이 이미 시나리오를 읽어봐서 그 사진이 어떤 대목에 등장하는지 알고 있었거든요. 갓 태어난 아들이 우습게 생겼다는 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할 엄마가 어디 있겠어요. 당연히 펄쩍 뛰고 반대를 했죠. 그래서 ‘알았어, 안 가져갈게’라고 해놓고 몰래 갔다가 출연시켰습니다. 예준이가 태어난 지 이틀됐을 때 사진입니다.”

  이 감독의 부인(39)도 영화 곳곳에 영향을 미쳤다. 이름은 한 번도 불리지 않지만 예승의 담임(정한비)의 극중 성명이 ‘김윤희’인데 실제 이 감독의 부인 이름이다. 또 아침에 해피마트로 출근하는 용구를 따라나온 예승이 의젓하게 “수돗물 먹지 말고 끓인 물 먹어. 아니면 정수기”라고 말하는데, 이 감독의 부인이 딸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예승에게 입버릇처럼 한 말이다. 

 이 감독은 “초등학교 시절 제 부친은 청과상을 하셨습니다. 부친은 어린 제게 언제나 좋은 과일만 갖다 주셨죠. 언젠가 제가 부친에게 ‘손님한테도 똑같은 것을 파세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부친이 ‘그렇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저는 ‘너한테 가장 좋은 과일을 준다’고 말씀하실 줄 알았거든요. 얼마 뒤 가게에 갔다가 제가 먹는 과일보다 더 좋은 과일들이 손님들에게 팔리는 것을 봤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아주 자랑스러웠습니다”면서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손님들에게도 소중한 아들에게 먹이는 것과 똑같은 품질, 아니 더 좋은 과일을 판 제 부친처럼 영화감독인 저는 관객은 물론 제 가족에게도 얼마든지 자신있게 보여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합니다”고 고백했다.

 어린 아들에게 과일을 통해 세상을 사는 바른 지혜를 일깨워준 이 감독의 부친(72)은 1997년 위암 4기로 수술을 받아야 했지만 마라톤으로 병마를 이겨냈다. 이 감독이 영화를 새로 내놓을 때마다 자신의 운동복 등판에 영화 포스터를 인쇄해 자랑스럽게 달고 한강변을 달린다. 부친의 등에 새겨질 영화가 어떠해야 할는지는 더 말할 필요 없다. 게다가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제일 소중하게 여기는 자녀, 아내, 친구를 담은 작품만큼 정성껏, 열심히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진품은 굳이 큰 소리로 호객하지 않아도 손님이 알아서 찾게 된다는 당연한, 그러나 잊고 지내기 쉬운 진리를 이 영화는 새삼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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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경 감독, 가족 걸고 맹세했다…'7번방의 선물'

기사등록 2013/01/29 10:54:08 최초수정 2016/12/28 06:5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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