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이멜다 구두들, 관리소홀로 비에 젖고 좀먹고 망가져

기사등록 2012/09/24 10:50:19

최종수정 2016/12/28 01:18:04

【마닐라=AP/뉴시스】19일 필리핀의 마닐라 국립박물관 창고 방에서 촬영한 이멜다의 디자이너 구두들. 빗물에 젖은 상자 속에서 곰팡이가 슬고 망가진 구두들은 마르코스 부부가 1986년 민중 봉기로 하와이로 망명한 이래 방치되었다가 최근 박물관으로 옮겨졌지만 올 여름 폭우로 더 심하게 훼손됐다.
【마닐라=AP/뉴시스】19일 필리핀의 마닐라 국립박물관 창고 방에서 촬영한 이멜다의 디자이너 구두들. 빗물에 젖은 상자 속에서 곰팡이가 슬고 망가진 구두들은 마르코스 부부가 1986년 민중 봉기로 하와이로 망명한 이래 방치되었다가 최근 박물관으로 옮겨졌지만 올 여름 폭우로 더 심하게 훼손됐다.
【마닐라(필리핀)=AP/뉴시스】차의영 기자 = 필리핀의 전설적인 퍼스트 레이디 이멜다 마르코스의 유명한 구두 컬렉션과 마르코스 부부의 유품들이 이 부부가 1986년 민중봉기로 미국으로 추방된 이래 관리 소홀로 망가져가고 있다.

 1000여 켤레에 달하는 이멜다의 구두들은 좀과 벌레, 폭우와 관리 소홀로 훼손됐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20년의 통치 기간 중 즐겨 입던 몸이 비쳐보이는 바롱 셔츠를 비롯한 의류들도 삭고 해져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의상과 구두들은 몇 년 동안 관리 부재 상태에서 대통령궁 안에 방치됐다가 나중에 마닐라 국립박물관으로 옮겨졌지만 최근 곰팡이가 슬고 해져서 훼손됐다고 박물관 관리들이 23일 AP 통신에게 털어놓았다.

 마르코스 부부는 군대가 지지하는 '민중세력'의 봉기가 절정에 이르자 국외 탈출했으며 이 민중 봉기는 세계적으로 권위주의 독재국가들의 몰락의 전조가 됐다. 마르코스는 1989년 망명지 하와이에서 숨졌으며 이멜다와 자녀들은 몇 년 뒤 필리핀으로 귀국했다.

 이들 부부가 남긴 개인 유품들은 대통령궁에 남겨두고 간 의류와 미술품 등이 엄청나게 많고 그중에는 아시아 독재국가의 사치의 상징이 되었던, 최소한 1220켤레의  '이멜다 구두'도 포함돼 있다. 150상자가 넘는 유품은 강가에 있는 관저의 좀벌레와 습기, 곰팡이 때문에 2년 전 국립박물관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허술한 상자에 담긴 이 물건들은 자물쇠가 잠긴 박물관 창고에 처박힌 채 아무 보호장치 없이 방치됐고 지난달 장맛비로 천정에서 물이 새는 바람에 상태는 더 악화됐다고 박물관 직원들은 밝혔다.

 박물관 간부들은 이 상자들에 마르코스 부부의 값진 기념물이 담겨 있다는 걸 모른 채 지난 호우 때 잠겨 있는 문 아래 틈으로 물이 콸콸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방문을 열어봤으며 물에 젖은 상자들 안에서 마르코스 부부의 예복과 구두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는 것.

 직원들은 당황해서 남은 물건들을 마른 방으로 옮겼지만 이미 상당 부분의 물품들이 습기와 빗물, 벌레와 곰팡이에 훼손돼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직원들은 말했다.

 박물관 측은 이 물건들이 역사의 유물인만큼 큐레이터들이 최대한 원상 회복을 시도할 것이며 특히 이멜다의 의상과 구두들은 국가의 중요 공식행사에서 착용한 것이므로 필리핀 역사상 중요한 물품이니 향후 잘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물에 젖고 부패한 이멜다의 디자이너 구두들과 사치스러운 의상들, 대통령 휘장이 가슴에 수놓아진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100벌이 넘는 하얀 바롱 셔츠가 붉게 오염되고 소매까지 찢긴 채 상자에 마구 담겨 있는 장면은 권력의 무상함을 새삼 느끼게 해주고 있다.

 이들 부부의 사치와 낭비에 대해 후임 대통령인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코라손 아키노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공금을 훔쳐서 값비싼 사치품에 탐닉했다"고 비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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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이멜다 구두들, 관리소홀로 비에 젖고 좀먹고 망가져

기사등록 2012/09/24 10:50:19 최초수정 2016/12/28 01: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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