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훈기 기자 = 현대차그룹이 최근 베이커리 사업으로 문제가 된 '오젠'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맸다'가 호되게 질타를 받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27일 "계열사 해비치호텔앤리조트가 서울 양재동 본사와 제주해비치호텔에서 운영하고 있는 '오젠'의 영업에서 손을 뗀다"며 "김밥, 샌드위치 등을 판매하는 사내 매점 성격의 편의시설로 운영됐지만 오해를 없애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현재의 상호 '오젠'은 폐지하고 양재동 사옥 매점은 본사 직영의 비영리 직원 휴게 공간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제주해비치호텔 매점은 호텔 고객 라운지로 변경키로 했다.
'오젠'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딸인 정성이씨가 고문으로 있는 해비치호텔앤리조트가 운영 중인 소규모 베이커리 사업이다. 제주 해비치호텔에 1호점이, 서울 양재동 본사에 2호점이 있다. 주로 음료와 간식, 빵 등을 판매하고 있다. 직원들을 위한 사내 매점 수준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다른 곳에 분점을 낸 것도 아니고 그룹이 운영하는 리조트와 본사 구내에 단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며 "직원들을 위한 복지 차원의 구내매점 성격이 강한데 골목상권을 장악하는 다른 베이커리와 같이 취급돼 답답할 뿐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재벌가 딸들이 제과와 분식 등 골목상권까지 아랑곳하지 않고 앞 다퉈 진출하며 서민들의 밥줄까지 빼앗아 간다는 비판이 일었다. 결국 대통령은 물론 정치권까지 부정적 시각을 보이자 26일 삼성가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이 베이커리 사업에서 철수했다.
현대차그룹의 '오젠'이 문제가 된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그룹은 다른 재벌가와 달리 사내 매점 성격이 강하다고 항변해 왔지만 사회적 비난 여론은 그치지 않았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한 마디 거들자 결국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사업을 접기로 한 것이다.
특히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에 적극 나서는 등 그동안의 노력이 소규모 매점 수준의 베이커리 사업 하나로 이미지가 추락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오젠은 타 대기업 식음료 사업과는 달리 베이커리(제빵) 관련 시설을 전혀 갖추지 않았다. 판매되는 품목도 100% 외부 식품 제조 가공업체로부터 납품 받아 운영됐다"며 "구내식당 외에 본사 주변에 마땅한 편의 시설이 없어 직원 복지 차원에서 운영했을 뿐 영리목적은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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