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안세영 교수(경희대 한의대 신계내과학) '성학'<44>
언젠가 차를 타고 가던 중 뉴스를 듣는데, 여성의 하이힐(high heel)만을 훔친 고등학생이 절도죄로 구속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소위 ‘페티쉬(fetish)에 빠진 아이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튿날 신문지상에는 그 구체적인 상황이 자세히 수록됐다. 즉 뉴스의 주인공이 하이힐을 훔친 까닭은 여성의 뾰족구두를 곁에 놓고 보면 기분이 좋아져 학생의 본분인 공부를 더 잘할 것 같아 슬쩍했다는….
독자들께서는 이 남학생에 대해 ‘무슨 얼어 죽을 소리하느냐’, ‘이유 같지 않은 이유(?) 갖다 붙이지 마라’, ‘핑계가 좋다’ 등등 여러 가지로 질책할 수 있다. 또 ‘그 놈 이상스런 성욕을 가진 변태인가 보다’라며 일종의 성도착자로 몰아붙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들의 성행동은 어디까지가 정상이고 어디까지가 비정상일까? 과연 그 남학생을 변태성욕자로 규정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의 정상과 이상’이라는 무척 모호한 주제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자.
대다수의 사람들은 성행위를 정상과 비정상으로 분별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이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개념은 인간의 성행위가 너무 다양한 형태를 띠기 때문에 이 다양성을 여러 가지 관점에서 구분하려는 노력에서 파생한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바로 그 다양성 때문에 성행위의 정상과 비정상은 확연하게 구분할 수 없다. 따라서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개념은 도덕적인 관점 등으로 인간의 성행위를 구분하자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아울러 이렇게 절대적인 정상과 비정상을 나눌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최근 WHO에서는 비정상이라는 어휘 대신 ‘일탈(逸脫)’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흔히 ‘정상이다’, ‘비정상이다’ 라며 성행위를 구분하니, 이런 생각은 도덕적 관점, 사회적 관점, 임상적 관점 등 그에 마땅한 여러 가지 잣대 때문이다.
먼저 임상적 관점에서 정상 성행위를 규정한다면,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포함한 의미에서 정상성을 지적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때의 정상이란 의미는 신체적인 면에서 그 어떤 성기능장애도 없을 뿐 아니라 심리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성행위에 효과적으로 적응가능한 상태를 뜻한다. 따라서 임상적 정의에 입각하면 발기부전이나 불감증 등의 환자가 비정상의 범주에 속한다.
두 번째로 도덕적 혹은 법률적 관점을 생각할 수 있다. 이는 도덕적으로나 법률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성행위를 비정상으로 규정함으로써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것이다. 가령 우리나라에서 자신의 배우자 이외의 사람과 접촉하는 행위는 정상을 벗어난 범죄행위로 간주해 법률적으로는 간통죄로 처벌받고, 도덕적으로는 죄악을 행한 범죄자로 낙인찍혀 비난받으니, 이렇게 간통 등의 성행위를 비정상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비교적 명확해 보이는 이 기준 역시 나라마다 사회마다, 또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인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한편 도덕이나 법률에 구애받지 않고 개인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정상과 비정상을 규정할 수도 있다. 가령 관음증(觀淫症)이나 노출증(露出症)의 성벽(性癖)을 가진 사람들은 최소한 자신이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런 행위를 계속 되풀이하지는 않는다. 여기에는 사회문화적 관점도 포함되고, 또 통계적 관점도 뒤섞여 있다.
이렇게 여러 가지 다른 관점들이 있음을 이해하면, 인간의 다양한 성행위를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하기는 무척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결국 주관적, 문화적, 사회적, 도덕적, 법률적, 임상적 등의 관점을 어떻게 적용시키는가 하는 게 관건인 셈이다.
WHO에서는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두 사람이 서로의 동의 아래 비밀스럽게 행하고,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어서는 안 되며, 생리학적 필요성과 특징으로 정의된 당사자 간 정동(情動)적 성숙을 반영하는 성행위가 정상적인 성행위라고 규정했다. 물론 WHO의 이런 규정이 인간의 다양한 성행위를 완벽하게 포괄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일반적인 의미에서 정상과 비정상의 한계를 결정짓는 데는 도움이 된다.
성행위의 정상과 비정상을 칼로 무 쪼개듯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정상을 벗어난, WHO에서 말하는 성의 일탈에 속하는 행동들을 배제할 수 있다면 정상적 성행위의 개념이 명확히 드러날 테니, 이번에는 이상 성행위로 간주되는 것들을 살펴보자.
이상 성행위는 성의 양(量)적 이상과 질(質)적 이상으로 구분하는데, 성욕의 이상 항진과 감퇴라는 성의 양적 이상은 뒤에서 설명하고, 우선 성의 질적 이상을 언급한다. 성의 질적 이상은 대상이나 만족수단이 정상을 일탈한 것으로 변태성욕, 혹은 성도착증이라고 한다. 성적 매력을 느끼는 대상이 정상을 벗어난 성 대상의 이상으로는 먼저 자기애(自己愛: narcissism)를 들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연유한 나르시시즘의 대표적 예는 바로 자위행위인데, 남성의 경우 모든 남성의 99%가 자위행위를 한다는 통계적 관점 때문에 정상적인 성행동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많다. 물론 자위행위는 WHO의 규정대로 비밀스럽게 행하면서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는 행위이지만, 그렇더라도 분명 성적 대상을 결(缺)한 행위임에 틀림없다.
동성애(同性愛: homosexuality) 역시 상대의 동의를 구하는 경우가 많아서 WHO의 규정대로라면 정상적인 성행동이겠지만, 일반적 의미로는 정상을 벗어난 일탈행위로 간주된다. 알다시피 동성애는 남자끼리, 혹은 여자끼리로 구분되는데, 남자동성애는 호모(Homo), 혹은 페데라스티(paederasty)라고 한다.
원래 ‘페데라스티’는 그리스인들의 성행동 관습, 즉 40살 미만의 중년과 사춘기 이전 12~15세 가량의 소년 사이에서 이루어진 항문성교를 뜻했다. 의미가 확대돼 남자동성애로도 사용된 것이다. 한편 여자동성애는 소아시아 서해안의 레스보스(Lesbos)라는 섬에 여류시인 사포(Sappo)와 그 신봉자들이 함께 살았다는 사실에 연유해서 ‘레즈비언(lesbian)’ 혹은 ‘새피즘(sapphism)’이라고 한다.
서두에서 설명한 ‘페티쉬(fetish: 拜物愛배물애)’도 대표적인 성 대상의 이상 중 하나이다. 페티쉬는 살아있는 것이 아닌 어떤 물체를 사랑하는 사람의 상징으로 삼아 성적으로 집착하는 행위인데, 흔히 팬티·브래지어(brasier)·가터벨트(garter belt) 등의 속옷이나 양말·스타킹·구두 등이 사람을 대신한다. 이 페티쉬가 있는 사람들은 특정한 색깔의 옷이나 장신구를 성교 도중에 늘 착용하도록 강요하는 경우가 많으며, 나중에는 성교보다는 자신이 택한 특정의 대체물만 집착한다고 한다.
또 성 대상을 인간이 아닌 동물에게서 찾는 경우도 있다. 이를 ‘소도미(sodomy: 獸姦수간)’, 혹은 ‘동물편집성변태(zoophilia)’라 하는데, ‘소도미’는 난잡한 성행위가 행해졌던 ‘소돔(Sodom)’에서 비롯된 말이다. 역사적으로 오랜 전통(?)을 가진 이 성행위는 사람이 다른 종의 동물과 성적으로 접촉하는 행위인데, 흔히 동원되는 동물은 개·소·양 등이다.
한편 성행위의 비정상보다는 성역할의 비정상이라고 간주되는 ‘복장도착증(服裝倒錯症: transvestitism)’도 있다. 대부분이 남성인 이 ‘트랜스베스티즘’은 동성애자들이 성교상대를 유혹하려고 이성의 의상을 입는 것과는 달리 의상 자체를 목적으로 삼으며, 여장의 횟수가 늘어갈수록 여성으로 받아들여지기를 원한다.
이외에 성숙한 성인보다는 소아를 성 대상으로 삼는 ‘소아편집성변태(pedophilia)’, 싸늘하게 죽은 시체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사체애(死體愛: necrophilia)’, 머리 희끗희끗한 노인만을 사랑하는 ‘노인애(老人愛: gerontophilia)’ 등도 모두 성 대상의 이상으로 간주된다.
또 다른 성의 질적 이상으로는 성 만족수단의 이상이 있다. 여기에 속하는 행위는 우선 상대에게 육체적 고통을 가함으로써, 또는 당함으로써 성적 만족감을 얻는 ‘새디즘(sadism: 加虐愛가학애)’이나 ‘매조키즘(masochism: 被虐愛피학애)’을 들 수 있다. 발생빈도로 봐서는 새디즘이 더 많다고 알려졌지만, 때로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겸한 ‘새도매조키즘(sadomasochism: 加虐被虐愛症가학피학애증)’의 경우도 있다.
또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성적 관심을 끌 목적으로 자신의 신체나 국부를 노출하는 ‘노출증(露出症: exhibitionism)’도 성 만족수단이 정상을 벗어난 것이고, 다른 사람의 성기나 성행위를 보고서 성적 만족감을 구하는 ‘관음증(觀淫症: scoptophilia, voyeurism)’ 역시 정상적인 방법이라 할 수 없다.
한편 도덕적·법률적 의미가 강한 강간(强姦)이나 근친상간(近親相姦)도 정상적인 성행위 방식을 벗어난 이상 성행위이다. 또 자연의 희롱에 휘말려 자신이 잘못된 성을 가졌다고 믿는 소위 성전환도착증(性轉換倒錯症: transsexualism) 역시 심각한 성의 이상이다.
지금껏 정상을 벗어난 성행동들을 간략히 살펴봤다. 대부분의 독자들께서 느낀 바대로 이상 성행동으로 간주되는 것들은 소위 상식을 벗어난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남성 독자들 중 몇몇은 즐거운 눈요기 혹은 눈세탁을 위해 여성의 노출증만은 이상 성행동으로 규정하지 말자고 제안할지 모르겠다. 또 관음증이야 모든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있지 않느냐며 반박할지도 모르겠다.
보다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분들은 ‘성전환도착증’의 사람을 문자 그대로 성도착자로 낙인찍어 멸시할 게 아니라 질병을 앓는 환자라는 생각에서 따뜻하고 열린 마음으로 정성껏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모두가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 성의 정상과 이상이라는 주제는 ‘노코멘트(no comment)’하고 싶다. 이 거창한 주제를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많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말하고 싶다. 상식이 통하는 행위는 정상일 것이라고….
지상사 02-3453-6111 www.jisangsa.kr
언젠가 차를 타고 가던 중 뉴스를 듣는데, 여성의 하이힐(high heel)만을 훔친 고등학생이 절도죄로 구속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소위 ‘페티쉬(fetish)에 빠진 아이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튿날 신문지상에는 그 구체적인 상황이 자세히 수록됐다. 즉 뉴스의 주인공이 하이힐을 훔친 까닭은 여성의 뾰족구두를 곁에 놓고 보면 기분이 좋아져 학생의 본분인 공부를 더 잘할 것 같아 슬쩍했다는….
독자들께서는 이 남학생에 대해 ‘무슨 얼어 죽을 소리하느냐’, ‘이유 같지 않은 이유(?) 갖다 붙이지 마라’, ‘핑계가 좋다’ 등등 여러 가지로 질책할 수 있다. 또 ‘그 놈 이상스런 성욕을 가진 변태인가 보다’라며 일종의 성도착자로 몰아붙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들의 성행동은 어디까지가 정상이고 어디까지가 비정상일까? 과연 그 남학생을 변태성욕자로 규정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의 정상과 이상’이라는 무척 모호한 주제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자.
대다수의 사람들은 성행위를 정상과 비정상으로 분별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이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개념은 인간의 성행위가 너무 다양한 형태를 띠기 때문에 이 다양성을 여러 가지 관점에서 구분하려는 노력에서 파생한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바로 그 다양성 때문에 성행위의 정상과 비정상은 확연하게 구분할 수 없다. 따라서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개념은 도덕적인 관점 등으로 인간의 성행위를 구분하자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아울러 이렇게 절대적인 정상과 비정상을 나눌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최근 WHO에서는 비정상이라는 어휘 대신 ‘일탈(逸脫)’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흔히 ‘정상이다’, ‘비정상이다’ 라며 성행위를 구분하니, 이런 생각은 도덕적 관점, 사회적 관점, 임상적 관점 등 그에 마땅한 여러 가지 잣대 때문이다.
먼저 임상적 관점에서 정상 성행위를 규정한다면,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포함한 의미에서 정상성을 지적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때의 정상이란 의미는 신체적인 면에서 그 어떤 성기능장애도 없을 뿐 아니라 심리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성행위에 효과적으로 적응가능한 상태를 뜻한다. 따라서 임상적 정의에 입각하면 발기부전이나 불감증 등의 환자가 비정상의 범주에 속한다.
두 번째로 도덕적 혹은 법률적 관점을 생각할 수 있다. 이는 도덕적으로나 법률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성행위를 비정상으로 규정함으로써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것이다. 가령 우리나라에서 자신의 배우자 이외의 사람과 접촉하는 행위는 정상을 벗어난 범죄행위로 간주해 법률적으로는 간통죄로 처벌받고, 도덕적으로는 죄악을 행한 범죄자로 낙인찍혀 비난받으니, 이렇게 간통 등의 성행위를 비정상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비교적 명확해 보이는 이 기준 역시 나라마다 사회마다, 또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인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한편 도덕이나 법률에 구애받지 않고 개인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정상과 비정상을 규정할 수도 있다. 가령 관음증(觀淫症)이나 노출증(露出症)의 성벽(性癖)을 가진 사람들은 최소한 자신이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런 행위를 계속 되풀이하지는 않는다. 여기에는 사회문화적 관점도 포함되고, 또 통계적 관점도 뒤섞여 있다.
이렇게 여러 가지 다른 관점들이 있음을 이해하면, 인간의 다양한 성행위를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하기는 무척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결국 주관적, 문화적, 사회적, 도덕적, 법률적, 임상적 등의 관점을 어떻게 적용시키는가 하는 게 관건인 셈이다.
WHO에서는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두 사람이 서로의 동의 아래 비밀스럽게 행하고,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어서는 안 되며, 생리학적 필요성과 특징으로 정의된 당사자 간 정동(情動)적 성숙을 반영하는 성행위가 정상적인 성행위라고 규정했다. 물론 WHO의 이런 규정이 인간의 다양한 성행위를 완벽하게 포괄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일반적인 의미에서 정상과 비정상의 한계를 결정짓는 데는 도움이 된다.
성행위의 정상과 비정상을 칼로 무 쪼개듯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정상을 벗어난, WHO에서 말하는 성의 일탈에 속하는 행동들을 배제할 수 있다면 정상적 성행위의 개념이 명확히 드러날 테니, 이번에는 이상 성행위로 간주되는 것들을 살펴보자.
이상 성행위는 성의 양(量)적 이상과 질(質)적 이상으로 구분하는데, 성욕의 이상 항진과 감퇴라는 성의 양적 이상은 뒤에서 설명하고, 우선 성의 질적 이상을 언급한다. 성의 질적 이상은 대상이나 만족수단이 정상을 일탈한 것으로 변태성욕, 혹은 성도착증이라고 한다. 성적 매력을 느끼는 대상이 정상을 벗어난 성 대상의 이상으로는 먼저 자기애(自己愛: narcissism)를 들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연유한 나르시시즘의 대표적 예는 바로 자위행위인데, 남성의 경우 모든 남성의 99%가 자위행위를 한다는 통계적 관점 때문에 정상적인 성행동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많다. 물론 자위행위는 WHO의 규정대로 비밀스럽게 행하면서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는 행위이지만, 그렇더라도 분명 성적 대상을 결(缺)한 행위임에 틀림없다.
동성애(同性愛: homosexuality) 역시 상대의 동의를 구하는 경우가 많아서 WHO의 규정대로라면 정상적인 성행동이겠지만, 일반적 의미로는 정상을 벗어난 일탈행위로 간주된다. 알다시피 동성애는 남자끼리, 혹은 여자끼리로 구분되는데, 남자동성애는 호모(Homo), 혹은 페데라스티(paederasty)라고 한다.
원래 ‘페데라스티’는 그리스인들의 성행동 관습, 즉 40살 미만의 중년과 사춘기 이전 12~15세 가량의 소년 사이에서 이루어진 항문성교를 뜻했다. 의미가 확대돼 남자동성애로도 사용된 것이다. 한편 여자동성애는 소아시아 서해안의 레스보스(Lesbos)라는 섬에 여류시인 사포(Sappo)와 그 신봉자들이 함께 살았다는 사실에 연유해서 ‘레즈비언(lesbian)’ 혹은 ‘새피즘(sapphism)’이라고 한다.
서두에서 설명한 ‘페티쉬(fetish: 拜物愛배물애)’도 대표적인 성 대상의 이상 중 하나이다. 페티쉬는 살아있는 것이 아닌 어떤 물체를 사랑하는 사람의 상징으로 삼아 성적으로 집착하는 행위인데, 흔히 팬티·브래지어(brasier)·가터벨트(garter belt) 등의 속옷이나 양말·스타킹·구두 등이 사람을 대신한다. 이 페티쉬가 있는 사람들은 특정한 색깔의 옷이나 장신구를 성교 도중에 늘 착용하도록 강요하는 경우가 많으며, 나중에는 성교보다는 자신이 택한 특정의 대체물만 집착한다고 한다.
또 성 대상을 인간이 아닌 동물에게서 찾는 경우도 있다. 이를 ‘소도미(sodomy: 獸姦수간)’, 혹은 ‘동물편집성변태(zoophilia)’라 하는데, ‘소도미’는 난잡한 성행위가 행해졌던 ‘소돔(Sodom)’에서 비롯된 말이다. 역사적으로 오랜 전통(?)을 가진 이 성행위는 사람이 다른 종의 동물과 성적으로 접촉하는 행위인데, 흔히 동원되는 동물은 개·소·양 등이다.
한편 성행위의 비정상보다는 성역할의 비정상이라고 간주되는 ‘복장도착증(服裝倒錯症: transvestitism)’도 있다. 대부분이 남성인 이 ‘트랜스베스티즘’은 동성애자들이 성교상대를 유혹하려고 이성의 의상을 입는 것과는 달리 의상 자체를 목적으로 삼으며, 여장의 횟수가 늘어갈수록 여성으로 받아들여지기를 원한다.
이외에 성숙한 성인보다는 소아를 성 대상으로 삼는 ‘소아편집성변태(pedophilia)’, 싸늘하게 죽은 시체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사체애(死體愛: necrophilia)’, 머리 희끗희끗한 노인만을 사랑하는 ‘노인애(老人愛: gerontophilia)’ 등도 모두 성 대상의 이상으로 간주된다.
또 다른 성의 질적 이상으로는 성 만족수단의 이상이 있다. 여기에 속하는 행위는 우선 상대에게 육체적 고통을 가함으로써, 또는 당함으로써 성적 만족감을 얻는 ‘새디즘(sadism: 加虐愛가학애)’이나 ‘매조키즘(masochism: 被虐愛피학애)’을 들 수 있다. 발생빈도로 봐서는 새디즘이 더 많다고 알려졌지만, 때로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겸한 ‘새도매조키즘(sadomasochism: 加虐被虐愛症가학피학애증)’의 경우도 있다.
또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성적 관심을 끌 목적으로 자신의 신체나 국부를 노출하는 ‘노출증(露出症: exhibitionism)’도 성 만족수단이 정상을 벗어난 것이고, 다른 사람의 성기나 성행위를 보고서 성적 만족감을 구하는 ‘관음증(觀淫症: scoptophilia, voyeurism)’ 역시 정상적인 방법이라 할 수 없다.
한편 도덕적·법률적 의미가 강한 강간(强姦)이나 근친상간(近親相姦)도 정상적인 성행위 방식을 벗어난 이상 성행위이다. 또 자연의 희롱에 휘말려 자신이 잘못된 성을 가졌다고 믿는 소위 성전환도착증(性轉換倒錯症: transsexualism) 역시 심각한 성의 이상이다.
지금껏 정상을 벗어난 성행동들을 간략히 살펴봤다. 대부분의 독자들께서 느낀 바대로 이상 성행동으로 간주되는 것들은 소위 상식을 벗어난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남성 독자들 중 몇몇은 즐거운 눈요기 혹은 눈세탁을 위해 여성의 노출증만은 이상 성행동으로 규정하지 말자고 제안할지 모르겠다. 또 관음증이야 모든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있지 않느냐며 반박할지도 모르겠다.
보다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분들은 ‘성전환도착증’의 사람을 문자 그대로 성도착자로 낙인찍어 멸시할 게 아니라 질병을 앓는 환자라는 생각에서 따뜻하고 열린 마음으로 정성껏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모두가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 성의 정상과 이상이라는 주제는 ‘노코멘트(no comment)’하고 싶다. 이 거창한 주제를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많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말하고 싶다. 상식이 통하는 행위는 정상일 것이라고….
지상사 02-3453-6111 www.jisangs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