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교수 성학, 아랫도리 앞부분의 구멍

기사등록 2011/09/13 07:11:00

최종수정 2016/12/27 22:43:52

【서울=뉴시스】안세영 교수(경희대 한의대 신계내과학) '성학'<28>

 맛과 냄새를 느끼는 감각, 즉 미각이나 후각은 비교적 저급한 수준의 감각으로 여겨진다. 시각이나 청각이 미술이나 음악이라는 문화적 소산의 근원임에 비하면, 확실히 미각과 후각은 생리학적으로 원시적이며 수준이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과 냄새 또한 성감에 무시 못 할 영향을 미치니, 일례로 성적 매력이 물씬 풍기는 여성을 빗대어 영어로 치즈케익(cheesecake)이라 일컫는 것도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맛은 주로 혀 위에 존재하는 미뢰(味蕾)속의 미세포(味細胞)에 의해 느끼게 된다. 입으로 들어간 음식물이 부단한 턱 운동으로 잘게 씹혀 타액과 뒤섞여 녹으면, 녹은 음식물은 미뢰 끝의 작은 구멍으로 들어가 맛을 느끼는 세포를 자극한다. 이 자극은 뇌신경을 거쳐 대뇌의 감각운동령 아래에 위치한 미각중추로 전해져 맛으로서의 감각을 완성하는데, 우리는 이 과정을 통해 궁극적인 음식물의 맛을 감지한다. 그런데 성감과의 관계는 사실 미각 그 자체보다는 오히려 식욕과의 연관성이 더욱 밀접하다.

 실제로 대뇌의 구조를 살펴보면 식욕과 성욕을 관장하는 소위 식(食)중추와 성(性)중추가 불과 2㎜ 정도를 사이에 두고 서로 인접해 있다. 대뇌의 시상하부에 자리한 이 식과 성의 두 중추가 평소에는 전혀 독립된 자극에 반응하지만, 때로는 양자간 자극을 상호 교환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최근의 동물연구는 이를 적극 뒷받침하니, 원숭이 암컷의 경우 식중추는 교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래서인지 어떤 사람은 ‘먹는 것과 잠자는 것에 변화가 오지 않으면 사랑에 빠진 상태가 아니다’라고 했다.

 아무튼 식과 성은 관계가 매우 밀접하다. 실연당한 여인이 급격히 여위는 것도, 연심(戀心)을 품은 상대방에게 멋진 식사를 대접하는 것도, ‘성(聖) 발렌타인 데이(St. Valentine’s day)’때 초콜릿을 선물하는 것도 모두 같은 이유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는 상대방의 성을 정복했다는 의미의 ‘따 먹었다’는 속어가 식과 성의 관계를 가장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이리라!

 후각 또한 성감과 관계가 깊은데, 그 연관성을 파악하기 위해 먼저 ‘페로몬(pheromone)’을 알아보자.
페로몬이란 어떤 개체의 체외로 분비되는 물질로서, 동족의 다른 개체에 의해 감지되고, 냄새 등에 의해 특수한 행동과 반응을 유발시키는 분비물을 말한다. 페로몬의 존재는 하등동물, 특히 곤충 등에서 일찍부터 알려졌는데, 잔인한(?) 인간들은 곤충의 번식방지 등에 이용하곤 했다. 가령 한 마리의 암컷이 분비하는 페로몬을 사용해서 수컷들을 모조리 한 곳에 집합시켜 박멸하는 방식을 취했던 것이다.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은 물론 원숭이들과 같은 고등 영장류에게는 이 페로몬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겼다. 영장류는 극도로 발달된 시각과 청각을 갖고 있고, 정신 행동까지도 수준이 높기에 원시적인 후각계는 이미 옛날에 퇴화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70년대 초반 원숭이의 페로몬이 발견됐다. ‘미쉘(Mishell)’ 등은 원숭이의 페로몬이 발정기에는 질(膣) 속에, 그 밖의 시기에는 피부 속에 있음을 밝히고 이를 분리했는데, 거세된 암컷의 질 벽에 페로몬을 바르자 교미 횟수가 10배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인간 여성도 질에서 페로몬을 분비한다는 보고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인간의 성충동이나 성감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선 모르는 실정이다. 다만 ‘당신에게서 꽃내음이 나네요. 잠자는 나를 깨우고 가네요’라는 노랫말도 있고, 성관계 뒤의 땀 냄새가 좋다는 사람도 있으며, ‘암내’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도 있는 걸 보면, 냄새가 성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무리 하찮은 물건이라도 예쁘게 포장하면 그럴듯해 보인다. 가격파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할인전문점이 속속 들어섰지만, 그 곳에서 산 물건을 남에게 선물할 때면 늘 뭔가 부족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바로 포장 때문이다. 겉치레보다는 실속이 중요하고, 또 과대포장까지는 필요 없지만 적어도 물건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야만 상품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커피 전문점이나 음식점의 인테리어(interior)가 갈수록 화려해지는 것이 문자 그대로(?) 업소의 내부를 포장한 것이라면, 결혼식에서의 꽃다운 신부는 연지 곤지 찍히고, 화려한 웨딩드레스로 감싸지는 등 외부에서 포장된다. 그런데 우리의 아리따운 신부는 초야에 유명 디자이너의 포장지가 한 겹씩 벗겨질지라도 놀랄 만큼 아름다운 포장지에 둘러싸여 있다. 바로 매끈한 피부라는 포장지로 말이다.

 사람의 피부는 인간의 몸 안쪽을 외부로부터 차단하는 포장지임에 틀림없지만, 신체 내부와 외부간의 정보교환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여타 생명이 없는 물건의 포장지와는 사뭇 다르다. 가령 피부가 어떤 자극을 받아 외계의 정보를 받으면, 이 정보는 우선 피부에 분포된 신경에 전해지고, 그곳으로부터 그에 대에 적절히 대응하라는 명령이 내려진다.

 아기오리가 추울 때면 피부에 닭살이 돋는데 그럼에도 자신이 오리 맞느냐고 엄마오리에게 채근하는 개그가 나오는 것도, 피부가 단순한 포장지가 아니라 정보교환이 이루어지는 신체기관이라는 증거다. 결론적으로 추울 때는 소름이 돋아 닭살을 만드는 것도, 흥분했을 때나 더울 때는 땀을 흘리게 하는 것도, 또한 몸속의 상태를 반영해서 윤기가 흐르기도, 꺼칠해지기도, 붓기도 해서 ‘내장(內臟)의 거울’이란 이야기를 듣는 것도 모두 피부에서 정보교환이 이뤄지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몸 전체를 포장하면서 내․외부의 정보교환을 수행하는 피부는 두께 약 2㎜에, 넓이는 1.6㎡가량 되는데, 무게는 성인도 어린이도 똑같이 전체 체중의 16%에 달한다.

 그런데 이 정보교환 포장지에는 구멍이 뚫려 있다. 상품을 포장하는 포장지에 구멍이 생기면 불량품으로 취급받지만, 인체를 감싸는 피부라는 포장지는 적재적소에 알맞은 구멍이 뚫려 있어야만 정상이다. 구멍은 라디에이터(radiator)의 역할을 위한 털구멍이나 땀샘 같은 작은 구멍도 있지만, 누구든 똑똑히 구멍이라는 사실을 알 만큼 커다란 구멍도 존재한다.

 바로 얼굴에 위치한 이목구비의 일곱 구멍과 허리 아랫도리의 앞 뒤 구멍이 그것인데, 남녀간 차이나는 아랫도리 앞부분의 구멍을 제외하면 모두 연결돼 있다. 그래서 하나의 구멍이 평상의 상태를 벗어나면 다른 구멍에도 자연히 영향을 끼치니, 예를 들어 슬플 때 눈물과 콧물이 뒤범벅되고, 심하게 토할 때는 똥물까지 넘긴다는 것도 피부에 뚫린 구멍들이 서로 연결돼 상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는 발생학적으로 외배엽(外胚葉)이라는 동일한 배자(胚子)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구멍과 구멍이 이어진 점막도, 체표를 포장하는 피부도, 세숫대야에 자리한 이목구비까지도 모두 수정란의 가장 바깥쪽을 이루는 외배엽이라는 동일한 세포에서 발생한 것이다. 아울러 의식과 성감의 사령탑인 뇌까지도 외배엽에서 비롯된 기관이니, 앞서 살펴본 시(視) 청(聽) 후(嗅) 미(味)의 네 가지 감각과 ‘촉(觸)’으로 대표되는 피부 감각은 곧 ‘신체 최전방의 뇌’에 의한 감각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시(視) 청(聽) 후(嗅) 미(味)의 네 가지 감각도 본질적으로 촉(觸)이 변형이라면, 남녀 간 피부의 상호접촉이 뇌의 상호접촉이며, 궁극적으로는 성관계라는 비약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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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교수 성학, 아랫도리 앞부분의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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