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여객선 화재 "아찔한 공포에 죽는 줄 알아"

기사등록 2011/09/06 10:25:13

최종수정 2016/12/27 22:42:14

【여수=뉴시스】김석훈 기자 = 6일 오전 전남 여수성심병원 응급실에서 호흡기 치료를 받고 있는 한진석(52·건설업)씨. 한씨는  6일 오전 0시40분께 화재가 난 부산발 제주행 여객선 설봉호에 타고 있다가 여수해경에 구조됐다.   kim@newsis.com
【여수=뉴시스】김석훈 기자 = 6일 오전 전남 여수성심병원 응급실에서 호흡기 치료를 받고 있는 한진석(52·건설업)씨. 한씨는  6일 오전 0시40분께 화재가 난 부산발 제주행 여객선 설봉호에 타고 있다가 여수해경에 구조됐다.  [email protected]
【여수=뉴시스】김석훈 기자 = "불길은 타들어 오는데 온통 칠흑같이 깜깜한 바다위에서 무조건 뛰어내리라고 아우성이죠, 무척 무서웠습니다"

 6일 오전 0시20분께 부산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4166t급 설봉호의 구조 승객들 가운데 여수성심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인 10명의 승객들은 화재 당시의 아찔했던 순간을 생각하면서 몸서리를 쳤다.

 한밤 중 바다 위를 향하던 여객선에서 불이나 잠자다 말고 대피해야 할 긴박한 상황이었지만, 항해 중인 여객선 위였다는 점 때문에 127명의 승객과 선원들의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는 것.

 구조된 승객들은 ‘꽝‘하는 굉음과 함께 배 뒤쪽에서 불길이 치솟았으며 이내 검은 연기와 함께 선실로 타들어왔다고 사고 순간을 회상했다.

 스피커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빨리 밖으로 대피하라는 안내 방송도 잠깐이었다. 아수라장이 된 배의 선실을 뒤로 하고 승객들은 일단 밖으로 나왔지만, 바다로 뛰어내리라는 선원들의 말에 아연실색했다.

 노약자와 어린이를 동반한 승객들의 발을 동동 구르며, 아이들만이라도 빨리 구조해 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제주도 가족 여행을 가다 사고로 자녀들과 함께 응급실 신세를 진 정모씨는 "모처럼 가족 여행 중 끔찍한 일을 당해 아들(3)의 구토와 두통증세가 가시지 않고 있으며 갓 돌이 된 딸아이는 놀라 아직 울음을 그치지 않고 있다"고 걱정했다.

 한진석(52·건설업)씨는 "이삿짐을 싣고 제주도로 가고 있었는데 안내 방송 듣고 선실을 빠져 나왔을 땐 이미 선미 부분이 활활 타고 있었다”며 “해경 구조선이 올 때까지 30분간 바다로 뛰어내린 승객도 있었고 힘이 약한 부녀자들과 노약자 들은 밧줄에 의지해 배를 탈출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승객 대부분이 연기를 마셨거나 바닷물에 젖어 오한이 나면서 추위에 떨었다"면서 "아무대책도 없이 무조건 바다에 뛰어내리라는 선원들이 원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아픈 어머니와 함께 제주도 사찰을 찾아가던 정순조(51)씨는 어머니 걱정에 발을 다친 아픔도 잠시 잊고 있었다.

 정씨는 "승객들이 우왕좌왕 하면서 연기에 질식했고 어디로 피신할 곳도 없는 배에서 한동안 갈팡질팡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내 2대의 구명보트가 배에서 내려지고 밧줄에 의지해 내려가는 동안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10여 명은 바다로 뛰어 내리는 등 긴박했다"고 전했다.

 한편 승객과 승무원 127명을 태우고 부산에서 제주로 향하던 설봉호는 이날 새벽 전남 여수시 삼산면 백도 북동쪽 7마일(11㎞)해상을 지나던 중 배 뒷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여수해경과 해군은 1시20분께 119로부터 사고를 접하고 경비정과 고속정 20여 척을 동원해 3시20분께 탑승자 전원을 신속히 구조해 여수항으로 옮겼다.

 평소 기상상태가 좋지 못한 사고 해역은 파고가 1m 내외로 잔잔했고 바람도 초속 6m에 불과해 구조작업이 순조로웠다.

 승객들 가운데 16명은 가벼운 타박상과 호흡 곤란, 두통 증세로 여수전남병원과 성심병원으로 분산돼 치료 중이다. 나머지는 선사가 제공한 관광 버스 편으로 부산 등지로 되돌아갔다.

 해경은 절반이상 타들어간 설봉호는 잔불 정리 후 부산항이나 여수항으로 예인해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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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여객선 화재 "아찔한 공포에 죽는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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