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과거 노태우 정부 실세였던 고(故) 엄삼탁 전 안기부 기조실장의 유족들이 600억원대 차명재산을 되찾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31부(부장판사 윤성근)는 2일 엄씨의 부인 정모씨와 아들 2명이 "차명으로 맡겨 놓은 빌딩을 돌려 달라"며 엄씨의 생전 최측근 박모(71)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말소 등 절차이행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인다"며 "박씨는 엄씨의 상속인인 정씨에게 건물 지분의 7분의 3을, 두 자녀에게 각각 7분의 2씩을 이전하라"고 판시했다.
이어 "박씨가 고인으로부터 토지와 건물을 명의신탁 받은 후 그 증빙서류로 각서와 위임장, 확약서를 작성해준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박씨가 엄씨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고 매매대금을 지급했다면 증빙서류를 회수했을 텐데 그런 문서는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박씨는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만 선별해 제출하는 것으로 보이고 자료 조작까지 의심된다"며 "나아가 그동안 자금세탁을 한 이유에 대해서도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엄씨는 2000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로 일대 토지와 미완성 건물을 사들이면서 소유주 명의를 자신이 아닌 고교 선배 박씨로 등록했다.
이후 박씨는 매매계약 체결과정에서 엄씨에게 123억원어치 약속어음을 건넸고 엄씨의 지인에게도 9억9500만원을 지급했다.
대금을 지불한 박씨는 160여억원을 더 들여 미완성 건물을 18층짜리로 완성시켰다. 공사기간 동안 엄씨는 박씨에게 자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이 건물의 시가는 600억원대로 상승했다.
이후 엄씨가 2008년 2월 68세를 일기로 별세하자 엄씨의 유족은 같은해 6월 "박씨에게 명의신탁한 것일 뿐 실 소유자는 엄씨"라며 박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2009년 12월 "박씨는 엄씨로부터 사들인 미완성 건물을 엄씨의 도움 없이 160여억원을 들여 모두 지은데다가 엄씨가 해당 토지와 미완성 건물을 박씨 명의로 사들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