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대장경 살아 숨쉬는 판전, 그 절묘한 과학

기사등록 2011/07/16 03:45:16

최종수정 2016/12/27 22:28:12

【합천=뉴시스】백영미 기자 =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이 760여년이 지나도록 원형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비밀은 대장경이 봉안된 대장경판전에 있었다.

 1448년에 지어진 대장경판전은 동·서 사간판전, 남쪽의 수다라장, 북쪽의 법보전 등 건물 4동으로 이뤄져 있다. 불교의 우주관과 종교의 상징적 의미를 부여해 기둥 108개로 이뤄졌다. 건물면적은 1206㎡(약365평)이다.

 경판 보관 기능을 최대화하기 위해 건물 내부를 단순하면서도 과학적으로 만들었다. 특히, 통풍에 만전을 기했다. 대장경판전 벽면의 위 아래와 건물의 앞 뒷면의 붙박이 살창 크기를 달리해 실내로 들어간 공기가 아래에서 위로 돌아 나가도록 절묘하게 지었다. 적정온도도 유지시켜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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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판의 마구리 역시 통풍을 위해 벌려 만들었다. 경판끼리 부딪치는 것을 막고 보관시 바람이 잘 통하도록 경판의 귀퉁이에 장식해 놓은 것이 마구리다. 경판마다 모양과 수가 다른 것이 특징이다.

 경판 표면의 온·습도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굴뚝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굵은 각재를 이용해 설치한 판가는 경판을 두 단씩 세워 놓도록 단을 둬 공기유통이 잘 되도록 했다. 5단으로 된 판가 각 단에 조밀하게 배열된 경판과 경판의 틈새가 일종의 굴뚝효과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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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은 땅을 깊이 파서 숯, 찰흙, 모래, 소금, 횟가루를 뿌렸다. 비가 많이와 습기가 차면 바닥이 습기를 흡수하고, 반대로 가뭄이 들면 습기가 올라와 습도를 자동으로 조절해 준다.

 해인사는 경판의 보관에도 힘쓰고 있다. 반출은 지난해 6월 국제기록문화전시회와 1960년대 '세계 책의 해' 전시회 등 2차례 이뤄졌다. 지난해 경판 1장의 보험료는 10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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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판은 산벚나무, 돌배나무, 자작나무 등 10여종의 목재로 만들었다. 경판을 소금물에 삶아 그늘에 말려 뒤틀림과 좀을 방지했다. 표면에 칠한 옻 역시 좀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경판 옆면에는 마구리를 설치해 뒤틀림과 쪼개짐을 막았다. 경판마다 책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판명을 붙여 보관하기 쉽도록 했다. 또 마구리의 수나 생김새도 판마다 달리했다.  

 DB화 작업도 활발하다. '해인사 팔만대장경' 홈페이지는 팔만대장경과 관련된 자료사진을 비롯해 제작과정과 보존방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해인사는 올해 영어, 중국어, 일어 홈페이지를 개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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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인사 팔만대장경연구원 보존국장인 성안(性安) 스님은 대장경판전 안의 경판 한 장을 공개하기도 했다. "깨달음으로 가는 길에 대한 내용이 새겨져 있다"며 "당시 인쇄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목판의 활자를 직각이 아닌 옆으로 비스듬히 새겼다"고 설명했다. 평소 대장경판전에는 성안 스님과 연구직원 한명만 드나들 수 있다. 출입을 원하는 이는 해인사 스님들이 여는 전체 회의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대통령들은 팔만대장경 보존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박정희(1917∼1979) 대통령은 1972년 당시 최고의 기술을 사용해 대장경을 새롭게 보존, 보관할 콘크리트 2층 건물을 지으려 했다. 그러나 건물의 벽이 갈라지고 습기가 차는 등 보관에 부적합한 것으로 판단, 결국 대장경판전으로 다시 옮겨졌다. 이승만(1875∼1965) 대통령이 무쇠 기와로 된 건물을 지으려 한 흔적은 일부 장경판전의 바닥에 쌓여있는 기왓장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고려 때 불경을 집대성한 팔만대장경의 정식 명칭은 고려대장경이다. 경판수가 8만1258개에 달해서 팔만대장경이라 부른다. 1251년에 완성한 현존 목판대장경 중 최고(最古)다. 목판 8만1258개, 5200만자, 경전 1514종, 6800권으로 이뤄져있으며 수다라장과 법보전에 보관돼 있다. 부처의 가르침인 경(經)·율(律)·논(論)의 3장(三藏)을 집대성했다. 내용이 정확해 각국에 전파돼 불교연구와 확산을 도왔으며 세계 인쇄술과 출판물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우수성이 널리 알려지자 유네스코에서 1995년 경판을 봉안한 대장경판전(국보 제52호)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이어 2007년 팔만대장경판(국보 제32호)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다. 세계문화유산과 세계기록유산이 한 공간에서 지정된 것은 경남 합천 해인사가 세계에서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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