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과 혈맹 또는 정치적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변화하고 있다.
사회주의 1당 독재체제로 북한과 이념적 맥락을 같이 하고 있는 라오스뿐만 아니라 북한을 혈맹 국가로 간주하는 베트남도 실리 외교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듯한 기류를 모이고 있다.
라오스와 베트남은 남과 북 어느쪽으도 치우치지 않는 '등거리'외교원칙을 유지하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북한을 옹호하던 예전과 달리 경제협력의 동반자인 한국과의 관계증진에 더 무게를 싣고 있는 분위기다.
'한·아세안(ASEAN)언론교류'를 위해 지난 3일부터 일주일 일정으로 방문한 라오스와 베트남의 변화상을 두 차례에 걸쳐 정리한다.
【서울=뉴시스】이현정 기자 = 라오스는 인도차이나 반도 내륙에 자리잡은 소국으로 사회주의 1당 독재체제지만 경제적으로는 개혁·개방을 추진하며 한국과의 접촉면을 확대하고 있는 국가다.
중국에서 발원한 메콩강의 상류에 위치해 있으며 태국과는 메콩강을 사이로 국경을 맞대고 있다.
라오스의 첫 인상은 평화로웠다. 라오스 최대 사원이자 상징물인 탓루왕 보다 높은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고도제한을 걸어 대부분의 건물들이 4~5층 규모인 탓에 수도 비엔티엔 조차 시골의 전원풍경을 연상시켰다.
라오스에서 유일한 고층 건물은 비엔티엔 외곽에 위치한 8층 규모의 라오스증권거래소(LSX)건물이다. 라오스 정부는 개혁·개방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비엔티엔 외곽에 이 건물을 짓게 하는 대신 고도제한을 풀어줬다고 한다.
라오스 정부가 '한강의 기적'과 같은 '메콩강의 기적'을 이루기 위해 시장개방에 얼마나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는지 가늠케 하는 단면이다.
지난해 6월 라오스 비엔티엔을 방문했을 당시 흙더미 밖에 보이지 않았던 메콩강변에는 강변공원과 놀이터, 깔끔한 도로가 자리잡았다. 1년만에 라오스 메콩강변을 비엔티엔의 명소로 바꾼 장본인은 한국 기업이다.
한국은 EDCF(대외경제협력개발기금)차관을 통해 메콩강변을 개발하는 이 사업에 참여해 주변도로와 강변 공원을 조성했다.
메콩강변 놀이터에는 태극 마크가 붙었고 한국 기자들을 안내한 라오스 외교부 관계자는 "이 곳을 한국이 만들었다. 현지인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은 라오스에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많이 하는 4번째 나라며, 라오스 최고의 민영기업인 코라오 그룹은 한국인 오세영(49)회장이 라오스로 건너가 맨손으로 일궈낸 회사다.
한국과의 경제협력이 확대되면서 라오스의 외교노선에도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 북한과의 '사회주의 연대'를 우선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나 점차 한국과의 관계에 방점을 두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라오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북한 대사관이 라오스에 상주해 있어 외교 채널을 통한 물적 교류 등은 하고 있지만, 북한 고위급 인사가 방문하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기자들에게 "라오스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알룬케오 키티콘 라오스 외교부 차관보는 "한국이 1차 농산물을 가공하는 산업에 투자해줬으면 좋겠다"며 "금, 구리 등 광물자원과 수력발전에도 많이 진출해달라"고 말했다.
라오스 외교부 당국자들은 메콩강 개발 등 경제협력 관련 질문에 성의있게 답변하면서도 북한 관련 질문에는 불편해하거나 '외교적 언사'로 답변을 회피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라오스는 여전히 북한의 우방국이다. 그러나 정치 분야에서 더 이상의 관계발전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박의춘 북한 외상이 라오스를 방문했을 때는 라오스 신문들이 방문의 의미 대신 그의 방문을 맞아 라오스 주재 북한 대사관의 밀린 전기세를 탕감해 줬다는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뤘을 정도다.
외교소식통은 "라오스 정부가 천안함 사건 등 남북간 주요 이슈가 터질 때 마다 입장 발표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과의 경제협력 규모가 커질 수록 라오스 외교노선의 변화의 폭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사회주의 1당 독재체제로 북한과 이념적 맥락을 같이 하고 있는 라오스뿐만 아니라 북한을 혈맹 국가로 간주하는 베트남도 실리 외교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듯한 기류를 모이고 있다.
라오스와 베트남은 남과 북 어느쪽으도 치우치지 않는 '등거리'외교원칙을 유지하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북한을 옹호하던 예전과 달리 경제협력의 동반자인 한국과의 관계증진에 더 무게를 싣고 있는 분위기다.
'한·아세안(ASEAN)언론교류'를 위해 지난 3일부터 일주일 일정으로 방문한 라오스와 베트남의 변화상을 두 차례에 걸쳐 정리한다.
【서울=뉴시스】이현정 기자 = 라오스는 인도차이나 반도 내륙에 자리잡은 소국으로 사회주의 1당 독재체제지만 경제적으로는 개혁·개방을 추진하며 한국과의 접촉면을 확대하고 있는 국가다.
중국에서 발원한 메콩강의 상류에 위치해 있으며 태국과는 메콩강을 사이로 국경을 맞대고 있다.
라오스의 첫 인상은 평화로웠다. 라오스 최대 사원이자 상징물인 탓루왕 보다 높은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고도제한을 걸어 대부분의 건물들이 4~5층 규모인 탓에 수도 비엔티엔 조차 시골의 전원풍경을 연상시켰다.
라오스에서 유일한 고층 건물은 비엔티엔 외곽에 위치한 8층 규모의 라오스증권거래소(LSX)건물이다. 라오스 정부는 개혁·개방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비엔티엔 외곽에 이 건물을 짓게 하는 대신 고도제한을 풀어줬다고 한다.
라오스 정부가 '한강의 기적'과 같은 '메콩강의 기적'을 이루기 위해 시장개방에 얼마나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는지 가늠케 하는 단면이다.
지난해 6월 라오스 비엔티엔을 방문했을 당시 흙더미 밖에 보이지 않았던 메콩강변에는 강변공원과 놀이터, 깔끔한 도로가 자리잡았다. 1년만에 라오스 메콩강변을 비엔티엔의 명소로 바꾼 장본인은 한국 기업이다.
한국은 EDCF(대외경제협력개발기금)차관을 통해 메콩강변을 개발하는 이 사업에 참여해 주변도로와 강변 공원을 조성했다.
메콩강변 놀이터에는 태극 마크가 붙었고 한국 기자들을 안내한 라오스 외교부 관계자는 "이 곳을 한국이 만들었다. 현지인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은 라오스에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많이 하는 4번째 나라며, 라오스 최고의 민영기업인 코라오 그룹은 한국인 오세영(49)회장이 라오스로 건너가 맨손으로 일궈낸 회사다.
한국과의 경제협력이 확대되면서 라오스의 외교노선에도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 북한과의 '사회주의 연대'를 우선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나 점차 한국과의 관계에 방점을 두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라오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북한 대사관이 라오스에 상주해 있어 외교 채널을 통한 물적 교류 등은 하고 있지만, 북한 고위급 인사가 방문하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기자들에게 "라오스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알룬케오 키티콘 라오스 외교부 차관보는 "한국이 1차 농산물을 가공하는 산업에 투자해줬으면 좋겠다"며 "금, 구리 등 광물자원과 수력발전에도 많이 진출해달라"고 말했다.
라오스 외교부 당국자들은 메콩강 개발 등 경제협력 관련 질문에 성의있게 답변하면서도 북한 관련 질문에는 불편해하거나 '외교적 언사'로 답변을 회피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라오스는 여전히 북한의 우방국이다. 그러나 정치 분야에서 더 이상의 관계발전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박의춘 북한 외상이 라오스를 방문했을 때는 라오스 신문들이 방문의 의미 대신 그의 방문을 맞아 라오스 주재 북한 대사관의 밀린 전기세를 탕감해 줬다는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뤘을 정도다.
외교소식통은 "라오스 정부가 천안함 사건 등 남북간 주요 이슈가 터질 때 마다 입장 발표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과의 경제협력 규모가 커질 수록 라오스 외교노선의 변화의 폭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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