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브라질에 실전 유술을 전한 마에다 미츠요.
【서울=뉴시스】이득수 기자 = 주짓수가 세계적인 무술로 뜨고 있다.
요즘 유료채널에서 방송되는 최고의 인기 스포츠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 경기에 등장하는 선수들의 커리어를 보면 거의가 주짓수를 배운 것으로 소개돼 있다. 이종격투기대회인 UFC에서는 한국인 추성훈에 이어 최근 김동현이 뛰고 있다.
최고의 격투기 선수들이 배웠다는 주짓수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에타이나 삼보처럼 주짓수에 대해서도 더러 들어보기는 했어도 어디가 종주국이고 무슨 운동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을 많지 않다. 브라질의 전통 무술이라는 정도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주짓수가 무엇이고 우리나라에는 언제 들어와 얼마나 보급됐는지 등을 알아본다.
◇맨손대결에서는 능가할 무술이 없다?
주짓수의 원류를 찾아 올라가다 보면 일본의 무사도와 만나게 된다.
칼로 승부를 결정짓는 사무라이들은 전투에서 무기가 없는 상황에서도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맨손 무술을 익혔는데 후에 이 맨손 무술이 유술(유도) 아키히도(합기도), 가라데 등으로 분화되어 발전했다는 것이 통설이다.
주짓수는 100여 년 전 유술을 현대 유도로 체계화한 가노 고지로와 동시대 사람인 마에다 미츠요가 1914년 브라질에 이민을 가면서 전한 유술이 브라질의 전통 격투기와 결합해 탄생했다. 마에다는 유도라는 스포츠로 변화되기 이전의 실전 무술인 유술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다.
마에다가 배운 실전 유술은 브라질의 그레이시 가문의 형제들에게 전수됐고, 그레이시 가문의 카를로스, 엘리오 등에 의해 브라질 고유의 발리 투도라는 격투술과 접목돼 독자적 형태의 무술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 단신에 몸이 허약했던 엘리오 그레이시는 불리한 체격으로 거구의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해 오늘날 주짓수의 토대를 세운 인물이다. 엘리오 그레이시의 아들 호이스 그레이시가 1회 UFC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그의 형 힉슨 그레이시가 일본의 프라이드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후 브라질 유술(주짓수)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통상적으로 브라질리언 유술로 알려진 ‘주짓수’의 명칭도 ‘유술(柔術)’의 일본어 발음 ‘쥬쥬츠(じゅうじゅつ)’에서 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종격투기에서는 주로 복싱과 레슬링, 무에타이 등이 주도했는데 요즘은 주짓수가 약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짓수가 세상에 알려진 건 불과 20여 년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에 들어온 것도 10여 년 남짓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주짓수를 배우는 사람들은 “맨손 대결에서는 주짓수를 능가할 무술이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이 종주국인 태권도가 최강의 무술인 것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을 흥분하게 만드는 발언인데 이들은 “태권도가 강한 무술이긴 하지만 스포츠화하면서 극한 상황에서 싸워 이겨야 하는 무술로서의 기능을 많이 잃어 버렸다”고 설명한다.
이점에서는 일본의 유도도 마찬가지다. 사무라이가 무기가 없는 상황에서 적을 꺾기 위한 무술이었던 유술이 19세기 초에 스포츠화하면서 상대를 살상하는 이른바 살수(殺手)들은 전수되지 않았다. 꺾기와 조르기에 일부 남아 있으나 이 기술들은 살상이 목적이 아니라 상대의 항복을 받아내기 위한 수준이다.
주짓수는 마에다에 의해 스포츠화하기 이전의 유술, 즉 야생 상태의 무술인 유술이 브라질에 그대로 전해졌고, 그레이스 가문에 의해 계속적인 기술 개발이 이뤄진 덕분에 격투기에서 막강한 위력을 보이는 무술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브라질은 물론이고 미국 일본 유럽국가들의 특수요원과 군경의 필수 무술이며, 이종격투기 선수들은 무조건 배워야 하는 대상이다.
실전에 강한 무술이라는 인식이 퍼지게 된 것은 세계 최고의 파이터였던 효도르가 주짓떼로(주짓수 선수)인 파브리시오 베르둠에게 첫 패배를 당하면서부터다. 무적이었던 효도르가 파브리시오에게 트라이앵클 쵸크 한방에 무패행진에 막을 내린 장면이 격투기 및 무술 팬들을 열광시켰다.
“주짓수 선수를 KO시키지 못하면 그 상대방은 경기 내내 위험에 처해진 거다 다름없다”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 기술이 빠르고 한번 걸려들면 빠져 나올 수 없고 치명적이라는 점에서 상대는 항복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보기에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사실은 관절이 빠지거나 질식하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심판은 뜯어 말리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주짓수에 대해서는 한국에 교과서적인 정통 안내서가 나오지 않아 일반인들에게 자세하고 체계적으로 소개하지 못하고 있다. 서로 정통성을 내세우며 각종 단체들과 도장 단위의 모임들이 난립해 있는 단계이다.
한국에 주짓수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후반부터로 추측된다. 미국 일본 남미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현지 교포들이 먼저 배우고 이들이 본국에 들어와 가르치면서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전국에 50여 개의 도장이 생겨 많게는 5000명의 수련생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이 기술을 연마하고 숙달되면 추성훈 김동현에 이어 한국 선수로서 UFC를 제패하는 쾌거를 자주 볼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도 부천시 중동에서 주짓수 도장 블루드래곤을 운영하고 있는 김진철 관장은 “초창기 UFC나 프라이드 등 격투기를 보면서 바닥에서 싸우는 무술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고,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에서부터 시작된 게 한국의 주짓수이다. 동호인 형식으로 시작해 나중엔 브라질의 챔피언 등 고수들을 초빙하거나 현지에서 배우면서 수준이 격상됐다”고 한국주짓수의 역사를 소개했다. 블루드래곤에서는 2006년부터 매년 전국대회 3회씩, 매월 토너먼트대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전국대회에는 200여 명이 출전한다.
◇신사적 스포츠로 변화시켜 대중화 추진
한편 주짓수를 UFC와 달리 유도처럼 스포츠경기화하기 위한 노력들도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주도하는 세계주짓수연맹(JJIF)은 주짓수의 거친 스타일을 부드러우면서도 신사적인 스포츠로 변화시킨 ‘스포츠 주짓수’를 선보이고, 생활스포츠로 보급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격투기인 브라질리언 주짓수와 운동의 내용에서 차이가 있다고 하겠다.
스포츠 주짓수는 운동량이 많아 여성들의 다이어트에 효과가 크고 호신술로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80여 개국이 가입돼 있는데 세계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대회가 2년마다 번갈아 개최되고 있다.
한국은 2009년에 설립된 사단법인 대한주짓수연맹이 세계주짓수연맹에 가입돼 있다. 윤인덕 대한주짓수연맹 총재는 “중국이 종주국인 우슈에서 한국이 메달을 따는 것처럼, 무술 유전자가 뛰어난 한국인이 주짓수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도 머지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mail protected]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35호(7월18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요즘 유료채널에서 방송되는 최고의 인기 스포츠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 경기에 등장하는 선수들의 커리어를 보면 거의가 주짓수를 배운 것으로 소개돼 있다. 이종격투기대회인 UFC에서는 한국인 추성훈에 이어 최근 김동현이 뛰고 있다.
최고의 격투기 선수들이 배웠다는 주짓수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에타이나 삼보처럼 주짓수에 대해서도 더러 들어보기는 했어도 어디가 종주국이고 무슨 운동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을 많지 않다. 브라질의 전통 무술이라는 정도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주짓수가 무엇이고 우리나라에는 언제 들어와 얼마나 보급됐는지 등을 알아본다.
◇맨손대결에서는 능가할 무술이 없다?
주짓수의 원류를 찾아 올라가다 보면 일본의 무사도와 만나게 된다.
칼로 승부를 결정짓는 사무라이들은 전투에서 무기가 없는 상황에서도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맨손 무술을 익혔는데 후에 이 맨손 무술이 유술(유도) 아키히도(합기도), 가라데 등으로 분화되어 발전했다는 것이 통설이다.
주짓수는 100여 년 전 유술을 현대 유도로 체계화한 가노 고지로와 동시대 사람인 마에다 미츠요가 1914년 브라질에 이민을 가면서 전한 유술이 브라질의 전통 격투기와 결합해 탄생했다. 마에다는 유도라는 스포츠로 변화되기 이전의 실전 무술인 유술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다.
마에다가 배운 실전 유술은 브라질의 그레이시 가문의 형제들에게 전수됐고, 그레이시 가문의 카를로스, 엘리오 등에 의해 브라질 고유의 발리 투도라는 격투술과 접목돼 독자적 형태의 무술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 단신에 몸이 허약했던 엘리오 그레이시는 불리한 체격으로 거구의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해 오늘날 주짓수의 토대를 세운 인물이다. 엘리오 그레이시의 아들 호이스 그레이시가 1회 UFC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그의 형 힉슨 그레이시가 일본의 프라이드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후 브라질 유술(주짓수)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통상적으로 브라질리언 유술로 알려진 ‘주짓수’의 명칭도 ‘유술(柔術)’의 일본어 발음 ‘쥬쥬츠(じゅうじゅつ)’에서 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종격투기에서는 주로 복싱과 레슬링, 무에타이 등이 주도했는데 요즘은 주짓수가 약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짓수가 세상에 알려진 건 불과 20여 년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에 들어온 것도 10여 년 남짓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주짓수를 배우는 사람들은 “맨손 대결에서는 주짓수를 능가할 무술이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이 종주국인 태권도가 최강의 무술인 것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을 흥분하게 만드는 발언인데 이들은 “태권도가 강한 무술이긴 하지만 스포츠화하면서 극한 상황에서 싸워 이겨야 하는 무술로서의 기능을 많이 잃어 버렸다”고 설명한다.
이점에서는 일본의 유도도 마찬가지다. 사무라이가 무기가 없는 상황에서 적을 꺾기 위한 무술이었던 유술이 19세기 초에 스포츠화하면서 상대를 살상하는 이른바 살수(殺手)들은 전수되지 않았다. 꺾기와 조르기에 일부 남아 있으나 이 기술들은 살상이 목적이 아니라 상대의 항복을 받아내기 위한 수준이다.
주짓수는 마에다에 의해 스포츠화하기 이전의 유술, 즉 야생 상태의 무술인 유술이 브라질에 그대로 전해졌고, 그레이스 가문에 의해 계속적인 기술 개발이 이뤄진 덕분에 격투기에서 막강한 위력을 보이는 무술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브라질은 물론이고 미국 일본 유럽국가들의 특수요원과 군경의 필수 무술이며, 이종격투기 선수들은 무조건 배워야 하는 대상이다.
실전에 강한 무술이라는 인식이 퍼지게 된 것은 세계 최고의 파이터였던 효도르가 주짓떼로(주짓수 선수)인 파브리시오 베르둠에게 첫 패배를 당하면서부터다. 무적이었던 효도르가 파브리시오에게 트라이앵클 쵸크 한방에 무패행진에 막을 내린 장면이 격투기 및 무술 팬들을 열광시켰다.
“주짓수 선수를 KO시키지 못하면 그 상대방은 경기 내내 위험에 처해진 거다 다름없다”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 기술이 빠르고 한번 걸려들면 빠져 나올 수 없고 치명적이라는 점에서 상대는 항복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보기에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사실은 관절이 빠지거나 질식하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심판은 뜯어 말리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주짓수에 대해서는 한국에 교과서적인 정통 안내서가 나오지 않아 일반인들에게 자세하고 체계적으로 소개하지 못하고 있다. 서로 정통성을 내세우며 각종 단체들과 도장 단위의 모임들이 난립해 있는 단계이다.
한국에 주짓수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후반부터로 추측된다. 미국 일본 남미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현지 교포들이 먼저 배우고 이들이 본국에 들어와 가르치면서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전국에 50여 개의 도장이 생겨 많게는 5000명의 수련생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이 기술을 연마하고 숙달되면 추성훈 김동현에 이어 한국 선수로서 UFC를 제패하는 쾌거를 자주 볼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도 부천시 중동에서 주짓수 도장 블루드래곤을 운영하고 있는 김진철 관장은 “초창기 UFC나 프라이드 등 격투기를 보면서 바닥에서 싸우는 무술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고,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에서부터 시작된 게 한국의 주짓수이다. 동호인 형식으로 시작해 나중엔 브라질의 챔피언 등 고수들을 초빙하거나 현지에서 배우면서 수준이 격상됐다”고 한국주짓수의 역사를 소개했다. 블루드래곤에서는 2006년부터 매년 전국대회 3회씩, 매월 토너먼트대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전국대회에는 200여 명이 출전한다.
◇신사적 스포츠로 변화시켜 대중화 추진
한편 주짓수를 UFC와 달리 유도처럼 스포츠경기화하기 위한 노력들도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주도하는 세계주짓수연맹(JJIF)은 주짓수의 거친 스타일을 부드러우면서도 신사적인 스포츠로 변화시킨 ‘스포츠 주짓수’를 선보이고, 생활스포츠로 보급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격투기인 브라질리언 주짓수와 운동의 내용에서 차이가 있다고 하겠다.
스포츠 주짓수는 운동량이 많아 여성들의 다이어트에 효과가 크고 호신술로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80여 개국이 가입돼 있는데 세계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대회가 2년마다 번갈아 개최되고 있다.
한국은 2009년에 설립된 사단법인 대한주짓수연맹이 세계주짓수연맹에 가입돼 있다. 윤인덕 대한주짓수연맹 총재는 “중국이 종주국인 우슈에서 한국이 메달을 따는 것처럼, 무술 유전자가 뛰어난 한국인이 주짓수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도 머지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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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35호(7월18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