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의 FM' 스릴러와 모성애의 잘못된 만남

기사등록 2010/10/07 11:38:12

최종수정 2017/01/11 12:35:28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불이 꺼지고 스크린에 흑백 영상이 비친다.

 5년 동안 생방송으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한 DJ 고선영(수애), 완벽주의자로 높은 커리어를 쌓아가던 그녀가 갑작스럽게 악화된 딸의 건강으로 마이크를 내려놓기로 결심한다.

 마지막 방송을 위해 방송사로 향하는 그녀의 길이 순탄치 않다. 우여곡절 끝에 라디오 부스에 도착한 그녀, 생방송은 시작됐고 정체불명 청취자의 전화가 온다.

 전화를 한 자는 연쇄살인마 한동수(유지태)다. 고선영의 스토커이기도 하다. 고선영의 동생과 딸을 인질로 잡아놓은 한동수는 불가능한 미션을 하나하나 제안한다. 미션이 실패하자 고선영의 가족이 위험에 처한다.

 영화 ‘심야의 FM’은 2시간의 생방송 동안 벌어지는 한동수와 고선영의 피말리는 사투다. 방송사 라디오 스튜디오, 생방송 두 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그 속에서 가족의 목숨을 걸고 연쇄살인범이 주는 미션에 따라 한치 오차도 없이 시키는대로 방송을 진행해야만 하는 극한의 상황 설정은 초조함과 긴장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심리적 압박은 극도의 공포감마저 불러 일으킨다. 숨막히는 이 모든 과정이 라디오 주파수를 타고 전국에 생중계된다는 설정도 기발하다.

 극 초반부터 범인의 존재를 밝히고 이후 영화 내내 긴박감 넘치게 펼쳐지는 팽팽한 대결구도에 초점을 맞췄다. 영화 초반 생방송을 진행하는 라디오 DJ 수애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유지태의 모습은 섬뜩하기까지하다.

 쉴새없이 전해지는 불가능한 미션에 패닉상태에 빠진 수애의 모습은 관객의 이성마저 혼란스럽게 마비시킨다. 그리고 가족을 구하기 위해 홀로 맞서는 수애의 처절한 사투와 분노가 거듭될수록 관객은 인물에 몰입하게 된다. 이 영화를 통해 수애는 완벽주의 아나운서로서의 차갑고 도도한 면모는 물론, 가족을 구하려는 강인한 모성을 발취하는 등 스크린을 압도할 만큼의 연기 내공을 선보인다.

 유지태 역시 자신이 동경하던 대상에게 광적으로 집착하는 스토커적 성향과 편집증에서 비롯된 정신분열이라는 내면연기를 완벽히 해내며 섬뜩한 카리스마를 뽐낸다.

 고선영의 딸을 납치해 질주하던 한동수의 차량과 그 뒤를 무섭게 추격하던 고선영의 자동차, 심야의 도심을 질주하던 수십대의 차량과 오토바이들, 경찰차가 추격전을 펼치는 장면은 장관이다. 다소 계산적이고 비현실적이라는 느낌도 없잖기는 하다.

 조연들도 제몫을 다했다. 열렬한 청취자로 등장하는 마동석(39)은 어눌하고 서툰 스토커의 모습을 제대로 소화해 극의 감칠맛을 살렸다. 고선영의 딸로 나온 이준하는 목을 다쳐 말을 못하는 캐릭터를 표정과 행동으로 실감나게 표현, 존재감을 높였다.

 영상미에 신경 쓴 탓인지 ‘슬로 기법’ 등이 남발돼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점은 다소 아쉽다. 스릴러의 공백을 모성애라는 진부한 가치로 덧씌웠다는 느낌도 지우기 힘들다. 방향을 잃은 채 신파와 스릴러를 버무렸다는 당혹감도 언뜻 든다. 특히, 사회비판과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반기는 뜬금없고 얄팍하다.

 전형적인 권선징악적 구조다.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악인을 무찌르는 정의의 사자가 통쾌할 수 있겠다. 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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