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밤거리 '콜때기' 천국①…고급차로 강남 어디든 1만원이면 OK

기사등록 2010/10/04 08:00:00

최종수정 2017/01/11 12: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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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성욱 박성환 기자 = 서울 강남 유명 유흥업소 여종업원인 안모씨(30)는 요즘 외출할 때 택시 대신 일명 '콜때기'를 자주 이용한다.  


 강남에서 전화 한통이면 고급차량이 5분 안에 도착해 강남권 내 어디든 1만원을 받고 개인기사처럼 깍듯이 바래다주기 때문이다.

 일명 '콜때기', '나라시(고르기의 일본말)' 등으로 불리는 불법운송서비스는 요즘 강남의 밤거리에서는 택시보다 인기가 좋다. '안전하고 편안하고 빠르게 모시겠습니다'라는 모토를 내걸고 어지간한 곳은 상호만 대면 알아서 15분 안에 데려다 준다.

 5~6 년 전부터 강남일대에 등장한 콜때기 문화는 콜택시와 자가용의 중간쯤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나라시'에서 진화한 형태다. 물론 현행법상 분명 불법이다.


 퇴근시간대와 새벽시간 논현동 세관사거리 일대와 역삼동 유흥가 일대에 가면 '콜때기' 차량으로 의심되는 십수대의 고급 승용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차량 대부분은 랜터카를 표시하는 '허' 번호판을 단 차량이었다.

 차량들은 국산 대형승용차부터 벤츠나 BMW와 같은 수입 유명브랜드의 고가차량까지 다양하다.

 차 내부에는 빗, 거울, 사탕, 담배, 생수 등과 같은 물품들이 구비돼 있다. 대부분 서비스차원에서 제공되는 것들이다. 이쯤되면 어지간한 리무진 부럽지 않은 시설이다.


 주 고객은 유흥업소 여종업원들과 업소를 찾은 손님들이었으나 최근 들어 연예인도 신분노출을 막을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자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내부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짙은 선팅은 차량에 필수다.

 콜때기는 불과 2∼3년 전만 해도 여성 종업원과 일대일 계약을 맺고 은밀하게 연락을 취했던 방식인 '나라시'에서 현재 10명에서 20여명 정도의 콜맨들이 모여 조직화된 '콜'로 진화했다. 

 이용 방식은 매니저가 업소와 직접 계약을 맺고 전체 콜을 받아 콜맨들에게 무전기나 휴대폰으로 배분한다. 단골손님일 경우 담당 콜맨에게 곧바로 연결하거나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콜맨에게 연결해준다.

 또 이들은 유흥업소와 직접 계약을 맺고 술에 취한 손님들도 집까지 바래다 주기도 한다.

 콜회사마다 10명에서 15명 정도가 팀을 이뤄 무전기를 통해 사무실에서 콜을 받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콜맨에게 이동명령을 내린다.

 2년 전부터 A콜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박모씨(35)는 "몇 년 전만해도 특정 시간대에만 영업을 해도 될 만큼 수입이 좋았지만 요즘은 강남권에만 100여개 업체 1500~2000여대의 차량이 영업 중"이라며 "서비스나 차량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영업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가격은 강남권내 1만원에서 시작해 강남권 밖으로 벗어나면 동대문 2만원, 서울역 3만원, 분당 4~5만원, 일산 5~7만원 식이다.

 "이동 후 대기 시 대기료로 1만원(30분 기준)을 받고 다시 출발할 때도 새로 1만원을 받는다"고 박씨는 설명했다.

 박씨는 "주로 이용하는 고객들은 술집 여종업원들이 50%를 차지하고 다음으로는 연예인 30%와 일반인 20% 정도"라며 "보통 병원, 미용실, 의상 렌털숍, 출퇴근에 자주 이용한다. 연예인은 코엑스 영화관, 압구정동 등을 가는데 자주 찾는다"고 귀띔했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노하우에 대해서는 "일명 '오바'라고 불리는 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길 공부하는데만 1~2개월이 걸린다"며 "상호만 대면 찾아갈 수 있게 업소들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지리를 익힌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오바'라고 불리는 운전자들은 일단 콜을 받았다하면 '시간내 도착'을 지상과제로 과속, 역주행 등과 같은 불법운전을 서슴지 않는다. 강남의 좁은 골목에서도 시속 80㎞가 넘는 속도로 내달려 종종 아찔한 순간을 연출한다. 

 이때문에 크고 작은 사고가 속출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변변한 피해보상조차 받기 힘들다.

 1년째 콜때기를 하고 있다는 강모씨(32)는 "현재 콜은 대리운전 회사 운영 형태와 흡사하다"며 "예전보다 경쟁이 더 심해져 원하는 장소에 1초라도 더 빨리 도착해야 한다"고 위험천만한 속도전쟁의 배경을 설명했다.  

 secret@newsis.com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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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밤거리 '콜때기' 천국①…고급차로 강남 어디든 1만원이면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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