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냉동라면 먹으며 일했다"…청소년동계올림픽 뒷이야기

기사등록 2024/02/28 07:08:28

최종수정 2024/02/28 17:04:03

대회 현장서 고군분투한 국내기술임원(NTO)팀

영하 22도 추위…8시간 동안 슬로프 위에서 대기

"시간 촉박해 냉동 라면과 눈밭 김밥으로 해결"

"장비 챙겨 이동하다 절벽에서 떨어질 뻔하기도"

[서울=뉴시스] 2024 강원 청소년동계올림픽 NTO팀 소속 조모(21)씨가 짧은 식사 시간에 익지 않은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사진=강원 청소년동계올림픽 NTO팀 소속 A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024 강원 청소년동계올림픽 NTO팀 소속 조모(21)씨가 짧은 식사 시간에 익지 않은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사진=강원 청소년동계올림픽 NTO팀 소속 A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주영 인턴 기자 = "물 끓일 시간도 부족해서 익지 않은 컵라면을 통째로 먹었어요"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이 지난 1일 폐회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 가운데, 대회 현장에서 근무한 국내기술임원(National Technology Officer·NTO)들이 냉동 라면과 김밥을 먹으며 고군분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달 19일부터 2주간 평창, 강릉, 정선, 횡성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전 세계 4번째이자 아시아 대륙 최초로 열린 동계청소년올림픽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주관한 이번 대회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시설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전 세계 79개국에서 만 13~18세 청소년 1802명이 출전했다. 한국은 금 7개, 은 6개, 동 4개 총 17개 메달을 거머쥐며 종합 3위에 등극했다.

대규모 국제대회에는 'NTO'라는 전문 인력이 투입된다. 일반인으로 구성된 자원봉사자와 달리 NTO팀은 설상 종목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적인 업무를 맡는다. 이들은 대회 전날 안전용 펜스를 세우는 등 경기장을 조성한다. 원만한 경기 진행을 위해 선수 출발 전 슬로프에 쌓인 겉눈을 치우거나, 경기 도중 선수가 넘어지면 재빨리 현장에 투입돼 조치하는 일도 이들의 몫이다.

대회 기간 강원도에 대설특보와 한파주의보가 발효되면서 현장 인원은 극한의 추위를 겪었다. 개막 이틀째인 지난 20일 대관령에는 20cm 이상 눈이 쌓였다. 지난 24일 평창 아침 기온은 영하 21.5도였다. 야외에서 진행되는 설상 스포츠 특성상 해가 떠 있는 낮에 모든 경기가 마무리돼야 하기 때문에 NTO팀은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약 8시간을 슬로프 위에서 근무해야 했다.
[서울=뉴시스] (왼쪽) 2024 강원 청소년동계올림픽 NTO팀 소속 신모(23)씨와 박모(23)씨가 슬로프 위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 (오른쪽) NTO팀은 눈밭에 앉아 차가운 김밥을 먹으며 끼니를 때웠다. (사진=강원 청소년동계올림픽 NTO팀 소속 A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왼쪽) 2024 강원 청소년동계올림픽 NTO팀 소속 신모(23)씨와 박모(23)씨가 슬로프 위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 (오른쪽) NTO팀은 눈밭에 앉아 차가운 김밥을 먹으며 끼니를 때웠다. (사진=강원 청소년동계올림픽 NTO팀 소속 A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슬로프스타일 공식 훈련을 앞둔 지난달 23일 오후, NTO팀은 짧은 점심시간 내에 밥을 먹고 신속하게 현장으로 복귀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의사소통 문제로 점심 메뉴였던 김밥이 전달되지 않자, 이들은 라운지에 비치된 컵라면을 먹기 위해 전기 주전자에 물을 올렸다.

촉박한 시간에 비해 물이 천천히 끓는 바람에 NTO팀원들은 결국 익지 않은 라면을 씹어 먹었다. 식사를 마치지 못하고 경기장으로 복귀한 인원에게는 따로 김밥이 전달됐다. 이들은 눈밭에 앉아 차가운 김밥으로 끼니를 때웠다.

NTO팀 소속 A(24)씨는 "안 익은 라면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 대해 당시 팀원들과 같이 신세 한탄을 했다"면서도 "몸이 힘들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맛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소통 문제로 밥을 못 먹었다는 건의 사항이 잘 전달된 이후로는 물이 안 끓거나 점심을 못 받은 일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왼쪽) 2024 강원 청소년동계올림픽 NTO팀이 대회 전날 펜스와 가드를 설치하고 있다. (오른쪽) NTO팀 슬립크루가 하프파이프 경기장에서 겉눈을 쓸어내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강원 청소년동계올림픽 NTO팀 소속 A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왼쪽) 2024 강원 청소년동계올림픽 NTO팀이 대회 전날 펜스와 가드를 설치하고 있다. (오른쪽) NTO팀 슬립크루가 하프파이프 경기장에서 겉눈을 쓸어내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강원 청소년동계올림픽 NTO팀 소속 A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슬로프스타일 경기가 진행된 지난달 25일, 조모(21)씨는 절벽에서 떨어질 뻔한 사고를 겪었다.

이날 NTO팀은 슬로프 상단부터 분할된 섹션에서 각각 대기하고 있었다. 이들은 선수가 넘어지면 장비를 대신 챙겨서 슬로프 하단으로 내려오는 업무를 맡았다. 섹션 4에서 5로 이어지는 동선에 위치한 중계 카메라를 피하기 위해 NTO팀은 스키를 어깨에 메고 펜스 바깥으로 난 산길을 통해 내려갔다. 처음 이 길로 내려온 신모(23)씨는 "그냥 걸어 내려오기에도 험한 길이었는데, 스키 장비까지 진 상황이라 상당히 위험했다"고 설명했다.

신씨 뒤를 이어 산길을 내려오던 조씨가 발을 헛디디면서 절벽 방향으로 떨어질 뻔한 위기에 처했다. 펜스를 붙잡지 않았다면 절벽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간신히 펜스를 붙잡고 있는 조씨를 발견한 외국 선수단 스태프가 그를 구조했다. 선수단에게 도움을 줘야 할 NTO팀이 선수단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위험에서 벗어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신씨는 "조씨 말고도 다른 팀원들이 계속 스키를 챙겨서 내려와야 했는데, 이는 더욱 위험하다고 판단했다"며 "곧바로 지휘부에 연락해 산길이 아닌 선수들이 다니는 슬로프로 이동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2024 강원 청소년동계올림픽 NTO팀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강원 청소년동계올림픽 NTO팀 소속 A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024 강원 청소년동계올림픽 NTO팀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강원 청소년동계올림픽 NTO팀 소속 A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빅에어 예선전이 있었던 지난달 27일, NTO팀은 교대 인력이 부족해 8시간 동안 경기장에서 대기해야 했다.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식사하기도 어려웠다. 대기 장소인 스타트 플랫폼은 슬로프 상단에 위치해 있었는데, 스키를 신고 내려간 후 리프트를 타고 다시 올라오는 동안 현장 인원이 비기 때문이다.

이날 교대 근무 없이 업무를 마친 A씨는 "대회 기간 내내 돌발 상황이 수시로 발생해서 미리 대비하지 못하고 현장에 투입돼야 했던 점은 불만이었다"면서도 "'스스로 지원한 일에 책임을 다하는 게 우선'이라는 동료의 말에 동기부여를 받고 끝까지 업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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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냉동라면 먹으며 일했다"…청소년동계올림픽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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