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금 다 냈는데"…조합-시공사 공사비 갈등에 입주 '막막'

기사등록 2023/03/14 06:00:00

최종수정 2023/03/29 15:26:31

재건축 단지 추가 공사비 분담금 갈등 반복

정부, '공사비 검증제도' 등 적극 개입 필요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 타워크레인이 서있다. 2023.02.21.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 타워크레인이 서있다. 2023.02.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치솟은 공사비를 둘러싸고 시공사와 조합의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공사가 지연돼 입주 예정자들이 제때 입주를 못 하는 상황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가 법적 분쟁까지 벌이면서 일반 분양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정해진 분양가를 이미 내고도 제때 입주를 하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하는 데도, 별다른 보호 장치가 없다 보니 사실상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다.

국토교통부와 지자체가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을 중재할 수는 있지만, 행정 처분에 대한 권한은 없어 입주하지 못한 입주민들의 피해를 보전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양천구에서 공사비 증액을 두고 시공사와 조합이 갈등을 벌이면서 시공사 입주민들의 입주를 물리적으로 막는 사태가 빚어졌다.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신목동파라곤 아파트 단지 입구가 컨테이너로 막혔다.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이 조합에 추가 공사비 100억원가량의 분담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조합원 1명당 8000만원을 더 내야 하는 상황으로, 조합이 이를 거절하자, 시공사가 일반 분양자의 입주까지 막았다. 총 299가구 중 153가구가 일반분양이었다.

강남구 대치푸르지오써밋도 추가 공사비 분담 문제를 놓고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조합 간 갈등을 빚고 있다. 대우건설은 공사비 903억원 미입금에 따른 연체 이자와 원자재 상승분을 반영한 공사비를 670억원 증액을 조합 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조합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 단지는 입주 예정일은 5월 말이다.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도 추가 공사비 분담금 갈등으로 분쟁 중이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지난해 4월 커뮤니티시설 고급화, 특화설계 등을 이유로 공사비를 1560억원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 조합은 공사비 증액 타다성을 검증해달라며 한국부동산원에 요청했다. 시공사가 요구하는 증액분이 모두 반영되면 조합원당 추가 분단금이 1억원에 달한다.

신반포 메이플자이도 시공사인 GS건설과 조합이 공사비 증액 문제도 갈등을 빚었다. 지난해 말 GS건설은 설계변경과 금융비용 등을 이유로 조합에 기존 9300억원에서 4700억원 증액한 1조4000억원의 공사비를 요구했다. 하지만 조합은 당초 2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됐던 공사비 증액이 두 배 이상이라며 거절했다. 이후 수개월째 평행선을 이어오다 양측은 공사비를 1조1300억원으로 늘리고, 공사 기간은 8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공사비 증액 문제는 계속 논의할 방침이다.

앞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도 공사가 6개월간 중단됐다. 공사비 증액을 두고 조합과 시공사가 갈등을 빚다 가까스로 합의해 공사가 재개됐다. 현재 입주 지연과 이자 부담 증가 등을 우려한 조합은 결국 증액에 동의하고, 증액분에 대한 감정을 진행 중이다. 공사 중단으로 공사비가 1조원 가까이 늘어나면서 조합원 1인당 추가 분담금이 1억8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공사비는 한국부동산원 검증을 진행 중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 특성상 각 사업장의 공사비가 수년 전에 책정되다 보니 공사비 증액 문제가 나올 수 밖에 없다"며 "최근에 원자잿값 급등과 인건비 상승, 금리 인상 등 급격하게 상승한 비용으로 공사비 인상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비 분쟁을 겪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의뢰한 사례는 32건으로, 전년(22건) 대비 46% 증가했다. 공사나 입주가 지연되면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조합 측에선 대부분 시공사의 요구에 따를 수 밖에 없다.

현재 지자체가 나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을 중재하고 있지만, 행정 처분에 대한 권한이 없다. 또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가 있지만 강제 권한이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조합과 건설사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원자잿값 급등으로 공사 원가가 상승했지만, 분양가상한제로 정비사업 수입은 제한된 상황"이라며 "원가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는 시공사와 이런 요구를 인정할 수 없는 조합 간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조합과 건설사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사비에 대한 검증 등 정부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며 "건설 원자잿값 등 건축 과정에서 상승한 비용이 합리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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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금 다 냈는데"…조합-시공사 공사비 갈등에 입주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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