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이젠 주말 영업까지? 휴∼" 전통시장 한숨만

기사등록 2024/04/04 07:00:00

정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추진

마트 가격지원에 전통시장과 가격 역전도

"정부 등에 업은 마트 상대로 어떻게 하나"

"재래시장을 시장 논리로만 보지 말아야"

[서울=뉴시스] 박광온 기자 = 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한 상인이 시금치 등 야채를 판매하고 있다. 2024.04.03. lighton@newsis.com
[서울=뉴시스] 박광온 기자 = 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한 상인이 시금치 등 야채를 판매하고 있다. 2024.04.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여기 보세요. 대부분 어르신이잖아요. 그나마 주말에 대형마트가 문을 열지 않으니까 젊은 직장인들이 애들을 데리고 여기 오고 했던 건데, 정부가 대형마트에 가격도 지원해 주고 영업 규제도 풀어주면 우리는 어떻게 먹고 살라는 건지…"

지난 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뉴시스가 만난 야채 상인 50대 김모씨가 한숨 쉬며 한 말이다. 그는 지난 25년간 경동시장에서 버섯, 시금치, 당근 등 야채를 판매하며 자리를 지켜왔다고 한다.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에서 평일로 옮기는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전통시장 상인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물가 안정을 위해 농축산물 공급가를 낮추는 등의 정부 지원도 대형마트에 집중되는 와중에 주말 영업 규제까지 풀어주는 것에 대한 볼멘소리도 나왔다.

김씨는 "최근에는 도매상 납품 지원이나 농산물 할인 쿠폰 같은 걸로 정부가 대형마트를 가격 측면에서 많이 도와주는 것 같더라"며 "우리 같은 영세 상인들이 정부를 등에 업은 대형마트를 상대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거대한 바위에 짓눌리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우리 목소리를 외쳐도 뭐하냐. (정부가) 이렇게 결정됐으니까 따라 와라 하는 식인데"라며 "부디 우리 목소리 잘 듣고, 대형마트도 재래시장도 상생할 수 있는 그런 정책을 잘 좀 짜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경동시장에서 닭고기 정육점을 운영하는 70대 이모씨는 "이 근처에 대형마트가 2개 있는데 주말엔 그런 곳들이 쉬는 때가 있으니까 젊은 가족들이 여기 와서 시장을 보는 편"이라며 "그런데 지금 정부가 밥상 물가 문제를 해결한다고 대형마트에 지원해 준다고 하고, 대형마트 영업도 주말에 가능하게 해버리면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말했다.

이씨는 "나 같아도 가격 싸고 깨끗한 대형마트에 가겠다"라며 "그런데 이런 재래시장은 한국의 전통이고, 여기를 통해 영세 상인들도 살아가는 건데 너무 시장 논리로만 전통시장을 바라보는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근처에서 마늘을 팔던 상인 A씨도 "여기서 마늘 50여개 묶음을 3000원에 파는데, 전통시장에선 2000원대로 판다"며 "그게 정부에서 할인 지원을 해주니까 가격 측면에서도 우리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원하는 건 억지로 시장 논리를 거슬러 대형마트를 죽여서 전통시장 살리자는 게 아니다"며 "대형마트에 집중 지원해주고, 전통시장은 등한시하는 그런 문제가 우리에게는 수시로 느껴지니까 그게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서울=뉴시스] 박광온 기자 = 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2024.04.03. lighton@newsis.com
[서울=뉴시스] 박광온 기자 = 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2024.04.03. [email protected]

동대문구에 사는 최정숙(47)씨는 "주말에 대형마트가 문을 안 열면 가끔 가족들과 경동시장에 와서 장을 보곤 한다"며 "그런데 최근에는 주말에도 마트가 열기도 하고, 가격이나 위생 측면에서도 마트가 훨씬 좋아서 경동시장을 찾는 빈도가 준 건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 정책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상생과는 좀 거리가 있어서 아쉽다"고 전했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고객층이 다르기에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경동시장에서 해조류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여기 찾아오는 분들이 대부분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라, 고객층이 달라 큰 피해는 없는 것 같다"면서도 "다만, 정부가 밥상 물가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는 정책들은 결국 그 밥상이 대형마트에서만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상인 동시에 소비자라는 사실을 잘 이해했으면 좋겠다. 소비자를 죽이면 결국 그 피해는 전통시장을 넘어 시장 전체에 갈 수 있으니까 좀 전체를 보는 정책을 잘 짰으면 한다"고 전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대형마트 영업규제 개선 방안' 추진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서울 서초·동대문구와 부산(16개 기초단체) 등 76개 기초단체에서의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고, 나아가 의무휴업일 공휴일 원칙을 삭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18일부터 체감물가 안정 지원을 위해 1500억원 규모 '긴급 농축산물가격안정자금'을 투입했다. 과일류(바나나·망고 등) 29종에 무제한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최초로 과일(11종)을 직수입해 저렴하게 공급했다.

다만 해당 예산이 대형마트 등에 주로 투입돼 전통시장과 마트의 가격 역전 현상이 일어난다는 비판에 제기됨에 따라, 기재부는 납품단가 지원 대상을 중소형 마트, 온라인 쇼핑몰, 전통시장으로 확대하고, 할당관세 품목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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