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단지 입주예정자 협의회 구성 위해 오픈채팅방 열기도
금융당국, 전국 22개 사업장 1만9869가구 계약자 대책 마련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이제 입주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내 집 벽돌을 내가 올려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경기도 과천 소재 데시앙 아파트 계약자 30대 A씨)
태영건설이 전날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태영건설이 시공하는 데시앙 브랜드의 아파트 등을 분양받은 계약자들은 철렁 내려앉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정부는 계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각종 조치를 취하겠다고 나섰다.
29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전날 이사회를 열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태영건설은 이날 만기가 돌아온 480억원의 서울 성수동 오피스 빌딩 PF 대출을 상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위한 PF 대출 보증액을 제외한 태영건설의 순수 부동산 개발 PF 잔액은 약 3조2000억원에 달한다.
워크아웃은 기업이 자력으로 빚을 갚는 것이 불가능할 때 채권단 협의를 거쳐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신규자금 지원 등을 논의하는 절차다. 채권단의 75% 동의를 거쳐야만 워크아웃에 돌입할 수 있다.
이번 워크아웃 신청으로 태영건설이 시공하는 아파트 및 오피스텔 입주예정자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데시앙 아파트를 분양받은 B씨는 "세컨하우스로 태영건설이 시공하는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워크아웃이면 건물 자체가 안 지어지는 것이냐"며 "빨리 지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지어지기는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다산에 위치한 한 오피스텔 단지에서는 "이런 때일 수록 모여서 함께 목소리를 내야 공사가 멋지게 잘 마무리될 수 있다"며 입주예정자 협의회 구성을 위해 오픈채팅방 등을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돌입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전날 브리핑을 통해 계약자들을 보호하겠다고 나섰다.
금융위에 따르면 현재 태영건설이 공사 중인 주택사업장 중 분양이 진행돼 분양계약자가 있는 사업장은 총 22개 사업장, 1만9869가구에 달한다.
이 중 14개 사업장(1만2395가구)은 HUG 분양보증에 가입된 상태로, 이들 사업장은 태영건설이 공사를 계속하거나 필요하면 시공사 교체로 사업을 계속 진행함으로써 분양계약자가 입주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반면 사업 진행이 곤란한 경우에는 HUG 분양보증을 통해 분양계약자에게 납부한 분양대금(계약금·중도금)을 환급할 계획이다. 이러한 환급이행 절차는 분양계약자의 3분의 2 이상이 희망할 경우 진행이 가능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분양자에 대한 걱정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떤 의미든지 14개 사업장 계약자들은 안전하게 입주가 또는 분양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진행하는 6개 사업장(6493가구)은 태영건설이 시공을 계속하되 필요시 공동도급 시공사가 사업을 계속 진행하거나 대체 시공사 선정으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나머지 2개 사업장도 신탁사·지역주택조합보증이 태영건설 계속공사와 시공사 교체를 통해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 관계자는 "LH 등이 진행하는 6개 사업장은 어차피 태영건설이 계속 시공을 하거나 공동도급을 하는 다른 건설사가 이행하면 되기 때문에 이 부분도 원만히 진행될 것으로 일단 보이는데, 필요하면 대체 시공사를 구하면 될 것 같다"며 "나머지 사업장은 이해 관계자들이 계속 공사를 할지, 어떻게 할지 협의를 하게 되는데 국토부를 중심으로 잘 챙길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 그래도 올해 전세사기 이슈 등으로 재정 부담이 컸던 HUG가 이번 분양보증으로 또 많은 액수를 떠안게 되면 오히려 HUG에 손실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HUG의 보증여력을 넓히기 위한 법이 통과됐다"며 "구체적인 액수는 정부 출자 규모에 대해 논의 중에 있는데, HUG는 보증금의 70배를 보증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수조 원 규모로 협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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