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박광온 등 지도부, 위원장 선임 논의 진행 중
원내·원외 인사 선임 두고 갈등…청년 정치인 언급도
친명, 과도한 권한 위임에 우려…대표 선택에 달려
[서울=뉴시스] 이승재 신재현 기자 = 당 쇄신을 위해 꾸리기로 했던 더불어민주당 혁신기구가 구성 단계에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계파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어서다. 혁신기구 수장을 원외 인사로 세울 것인지, 원내에서 찾을 것인지부터 계파간 의견이 대립하는 모양새다. 이에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27일 민주당에 따르면 현재 이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 조정식 사무총장 등 지도부는 혁신기구를 이끌 위원장 선임과 위원 구성 등과 관련된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검토 중인 안에는 기존 장경태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당 혁신위원회를 확대 개편하는 방안과 기존 소속 의원들 가운데 위원장을 뽑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다만 이 경우 혁신기구 출범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새로운 혁신기구를 만든다고 했는데 (혁신위 개편에 그치면) 기존에 있는 걸 고친 중고품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며 "혁신위가 지금까지 해 온 것들을 새 혁신기구에 넘기고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적절할 듯하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당 쇄신을 위해서는 외부 인사에게 혁신기구를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건영 의원은 얼마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각에서는 국회의원 중에 (위원장을) 선임하자는 의견도 있다 하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며 "지금은 여의도의 시각, 의원들의 눈높이가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서 봐야 할 때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온정주의와는 과감하게 결별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엄정한 외부의 시각만이 민주당 변화와 혁신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기성 정치인과 청년 정치인을 공동 위원장으로 선임할 수 있다는 당내 기류도 읽힌다. 최근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보유 논란으로 크게 떨어진 2030 세대의 지지율을 만회하자는 취지로 파악된다.
박성민 전 최고위원은 지난 26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위원장 인선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보도를 봤다. 당내 상황을 보니 실제로 찾기가 어려운 것 같다"며 "그렇다면 그 상황이 왜일까라고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상태에서 그냥 혁신위 꾸려서 위원장을 대충 찾아서 앉히고 우리가 혁신해 보겠습니다 하면 믿어줄 국민들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 대표의 결단이 이러한 부분에서 드러나야 된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위원장 인선보다 혁신기구의 역할과 권한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이 부분은 계파 간 갈등 구도가 더 선명하다는 점이 문제다.
친명계는 혁신기구에 과도한 권한이 부여될 경우 자칫 '이재명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혁신기구를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로 넘어가기 전 단계로 해석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도부 소속 다른 의원은 "혁신기구가 출범하기도 전에 대표의 권한을 내려놓으라고 하면 되겠나"라며 "대표는 당원들이 뽑은 것이다. (권한을 내려놓으라는 것은) 교만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지도부 소속 의원은 "혁신기구의 컨셉과 범위, 방향 등이 나와야 그에 합당한 사람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데 아직은 좀 빠른 듯하다"며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전했다.
결국 이 대표의 선택에 달린 문제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혁신기구를 둘러싼 계파 간 소모적인 논쟁을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에 지역구로 둔 한 중진 의원은 "비명이든 친명이든 서로 간 날 선 감정을 자제해야 한다"며 "외부에 적이 있는데 한 줌도 안 되는 권력을 가지고 시끄럽게 하면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혁신이 목적이 돼서는 안 되고 수단이 돼야 하고 당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며 "지금 상황은 상대와 함께 혁신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광야에서 메아리 없이 소리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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