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고 숨진 남편 부검도 못 해…일상 회복 무슨 의미냐"

기사등록 2022/04/24 10:00:00

최종수정 2022/04/25 16:54:32

28주년 결혼기념일 급성 뇌출혈로 쓰러진 남편

"건강하던 사람"…담당의도 백신 이상반응 소견

부검 못한 채 화장해 인과관계 규명 방법 없어

"남편 죽음 설명하는 것 힘들어…병원 상담·치료"

"정부 믿고 맞은 건데 아무 말 없어, 사과해야"

[서울=뉴시스] 백신 3차 접종 뒤 급성 뇌출혈로 쓰러져 숨진 박정남(가명·59)씨가 생전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 2022. 4. 24.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백신 3차 접종 뒤 급성 뇌출혈로 쓰러져 숨진 박정남(가명·59)씨가 생전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 2022. 4. 24.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아침 일찍 집을 나간 남편이 쓰러졌다는 전화를 받은 날을 김영순(가명·54)씨는 생생히 기억한다. 황급히 현장을 찾은 김씨가 구급차에 누워있는 남편을 흔들어 깨웠지만 그는 이미 몸이 축 늘어진 상태였다. 급성 뇌출혈 진단을 받은 남편은 한 달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숨을 거뒀다.

걱정 하나 없는 행복한 삶을 살아왔다는 김씨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곳곳에 남편 흔적이 있는데 어떻게 빠져나와야 할지 모르겠다"며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는 건 힘들 것 같다"고 흐느꼈다.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정부도 이에 발맞춰 방역 정책을 정비하는 등 일상 회복을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그러나 이미 가족을 잃었거나 그들이 누워만 있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이들은 기대감이 가득한 상황에 되려 허탈함을 느끼고 있다.

김씨의 남편 박정남(가명·59)씨는 지난해 12월19일 운전 중 발작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3차 백신을 맞은 뒤 5일 째 되는 날이었다.

김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일요일이라 의사도 없고 환자들이 너무 많아서 응급 처치가 늦었다"고 돌아봤다. "빨리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김씨에게 의사는 가망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 날은 부부의 28번째 결혼기념일이었다.

박씨는 그래도 수술을 받은 뒤 약 3주를 버텼다. 도저히 남편을 그대로 보낼 수 없었던 김씨는 장기기증을 고민했지만 이미 장기는 망가진 상태였다. 올해 1월14일 아내와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박씨는 결국 눈을 감았다.

[서울=뉴시스] 박씨가 쓰러진 뒤 받은 진단서. 2022. 4. 24.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씨가 쓰러진 뒤 받은 진단서. 2022. 4. 24.  *재판매 및 DB 금지

갑작스레 남편을 떠나보낸 김씨는 죽음이 백신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의심한다. 박씨는 경계성 당뇨·혈압 외 다른 지병은 없었고, 평소 술·담배도 입에 대지 않았다고 한다.

아내에게 남편은 아픈 모습을 보인 적 없는 건강한 사람이었다. 담당 의사 역시 진단서에서 "코로나 주사 후 발생한 질환으로 백신주사 관련 이상반응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밝혔다.

하지만 박씨의 사망과 백신 인과관계는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김씨가 부검을 하지 않은 채 남편을 화장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남편이 쓰러진 사실을 신고한 뒤 관할 보건소가 "당장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주장한다.

기다리라던 보건소가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온 것은 남편의 49재를 앞둔 때였다. 보건소는 그제서야 남편의 사망과 부검 여부를 물었다.

김씨는 "부검해야 한다는 사실을 왜 미리 알려주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우리가 너무 경황이 없어 보여서 차마 그 말을 못 했다고 하더라. 그게 말이 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씨는 결국 백신접종과 이상반응 인과성 판단 기준 분류 중 4-2(백신보다는 다른 이유에 의한 경우) 판정을 받았다.

남편이 사라진 뒤 김씨의 일상은 무너졌다. 부부가 운영하던 식당에도 나갈 수 없었다. 16년 동안 함께 손때 묻히며 일군 가게에는 곳곳에 남편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단골손님들은 요즘도 남편을 찾는다고 한다. 몇번이고 설명하는 것은 가족들의 몫이다. "남편에 대해 물어보거나 저를 위로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 분들은 한 번이지만 저는 수십 번을 듣는 게 아니냐, 그게 너무 두렵고 힘들다"고 김씨는 말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지난 1월15일 서울 청계광장 코로나19 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 코로나19 백신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코백회는 정부의 백신 안전성 재검토, 피해보상 전문위원회 심의과정 공개, 백신 피해자 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2.01.15.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지난 1월15일 서울 청계광장 코로나19 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 코로나19 백신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코백회는 정부의 백신 안전성 재검토, 피해보상 전문위원회 심의과정 공개, 백신 피해자 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2.01.15. [email protected]
하나뿐인 딸도 아빠의 부재를 감당하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직장까지 그만두고 어머니 곁에 있었지만 상처는 낫지 않았다. 심한 우울감에 모녀는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

김씨는 "딸도 웃지 않고 저도 주위에서 상태가 너무 안 좋다고 자꾸 치료를 권했다"며 "요즘 안 갔더니 다시 우울감이 올라와 다시 가려 한다"고 말했다.

남편이 돌아올 수 없는 상황에서 김씨가 바라는 것은 많지 않다. 정부의 사과다. 김씨는 "대통령이 신년인사에서 정부를 믿고 맞아라, 부작용에 대해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런 말씀 한마디도 안 하시고 있지 않냐"며 "일상생활로 빨리 돌아가기 위해 정부를 믿고 백신을 맞은 건데 이건 아닌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지금도 백신 원인 규명 피해 보상 특별법 제정 등을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 그는 "내 일이 아니고 영화를 한 편 본 것 같다"며 "(남편의 죽음에서) 빠져나오는 게 너무나 힘이 든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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