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사면에…당내선 "최순실도 풀어주냐" 반발(종합)

기사등록 2021/12/24 14:46:28

최종수정 2021/12/24 14:55:50

與, 송영길·이철희 교감 강력 부인…"통화도 한 적 없어"

사면 반대하던 李 "대통령 결단 존중…역사의 법정은 계속"

당내도 중도층 확장·핵심 지지층 이탈 놓고 엇갈린 시각

"국민통합 차원의 결정" vs "朴 단죄는 文 아닌 촛불시민 몫"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서울시티클럽에서 열린 '열린민주당 당원 토크 콘서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2021.12.2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서울시티클럽에서 열린 '열린민주당 당원 토크 콘서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2021.12.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형섭 정진형 한주홍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농단' 등의 혐의로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전격 결정한 24일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선후보는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했다.

대선을 불과 75일 앞두고 이뤄진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갖는 정치적 무게감과 파장이 상당함에도 여권과의 사전교감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과 이 후보는 일단 문 대통령의 결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박 전 대통령 사면이 대선정국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이날 선거대책위원회 조승래 수석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문 대통령의 국민통합에 대한 고뇌를 이해하고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지금이라도 국정농단 피해자인 국민들께 박 전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죄가 필요하다"며 "현실의 법정은 닫혀도, 역사의 법정은 계속됨을 기억하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의 입장은 법무부의 박 전 대통령 사면 공식 발표 뒤 2시간 가까이 지나 나왔다.

앞서 이 후보는 정부의 특별사면 공식 발표가 있기 전인 이날 오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침에 오다가 기사 제목만 봤다. 전혀 듣지 못했다"며 "이때까지 일관되게 밝힌 입장이 있긴 한데 당장 실질적 의사결정 단계라면 거기에 관련해서 이야기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박 전 대통령과의 사전교감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도 뉴시스와 통화에서 "청와대와의 사전교감은 전혀 없었다. 여당 대선 후보가 청와대와 이것을 교감하거나 소통하면 사전선거운동이 될 수 있어서 그것 자체가 법적으로 맞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한 문 대통령의 결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당초 민주당은 이날 오전 9시30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선대위 본부장단 회의를 열 예정이었지만 정부의 신년 특별사면 공식 발표 뒤로 30분 미루고 공식입장을 정리했다.

송영길 대표는 선대위 본부장단 회의에서 "조금 전 정부에서 국무회의를 거쳐 특별사면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의 심사숙고 과정을 거쳐 결정한 이번 사면은 대통령 고유의 헌법적 권한으로서 저희 민주당은 이 결정을 존중한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송 대표가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최근 만나 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 등에 대한 사전교감을 이뤘다는 보도도 강력히 부인했다.

송 대표는 선대위 본부장단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신문에 내가 이 수석과 만나 이야기했고 하는데 12월8일에 다치고 오늘까지 그동안 한번도 청와대 관계자를 만난 적이 없다. 전화 통화도 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본부장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2.2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본부장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2.24. [email protected]
민주당은 그동안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했다.

이낙연 전 대표가 올해 초 뉴시스와 신년 인터뷰에서 "두 분의 전직 대통령이 부자유스러운 상태에 놓여 계시는데 적절한 시기가 되면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께 건의드릴 생각이 있다"며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띄웠을 때 지지층과 당 내부의 거센 반발을 불러온 바 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민주당의 의사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이 고민하고 심사숙고해서 판단할 일이지만 당과 사전에 교감이나 조율은 전혀 없었기에 대통령도 그런 부분을 고민한 게 아닌가 싶다"며 "대통령 혼자 책임을 지고 가야 겠다는 생각을 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후보 역시 그동안 줄곧 당사자들의 사과가 우선이라는 취지로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반대해 왔다.

그는 지난 11일 경북 안동시 안동MBC 앞에서 열린 전현직 지방의원 지지선언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 "본인 잘못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는 발언도 없는 상태에서 시기상조가 아닌가"라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사전교감 없이 전격 결정한 데 따라 이 후보와 민주당은 당혹감과 함께 지지층 반발과 대선 민심 향배에 미칠 영향을 놓고 긴장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정치적 고려가 없는 고유 권한의 행사가 문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라며 "본인의 순수한 결단으로 모든 사람에게 고민의 짐을 덜어준 것이다. 사전 논의를 하지 않음으로 서로 양심의 결백 상태를 보전하고 존중해주는 결정으로 문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 극명히 드러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당내에서는 박 전 대통령 사면이 대선을 앞두고 보수층의 반감 상쇄와 중도층 확장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시각과 당의 핵심 지지층 반발을 우려하는 시각이 공존한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건강도 안좋다고 하는데 국민통합과 인도적 차원에서 측면에서 문 대통령이 잘 결단한 것이라고 본다"며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서 여야 진영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데 그런 것을 딱 정리해 준 것이다. 그리고 전임 대통령이 (감옥에서) 나와서 정치에 관여하는 발언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고 있는 박광온 의원은 페이스북에 "박 전 대통령 사면은 건강 악화에 따른 인도적 배려의 결과로 보는 게 맞다. 과도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한다"며 "문 대통령의 결단을 존중한다"고 썼다.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바 있으며 이낙연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윤영찬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박 전 대통령 사면 결정은 인도적 고려가 있었을 것이다. 헌법적 권한에 대한 대통령님의 고뇌와 결단을 존중한다"며 "대통령님의 오늘 말씀처럼 우리 앞에 닥친 과제들을 해내기 위해서도 포용과 통합이 절실하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정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을 발표한 24일 오전 서울 중구 황학동 시장에서 한 시민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21.12.24.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정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을 발표한 24일 오전 서울 중구 황학동 시장에서 한 시민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21.12.24. [email protected]
반면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에게는 정치적으로 많은 부담이다. 사회통합 차원이라면 이 후보가 당선인 신분일 때 건의를 받아서 청와대가 사면을 해주는 게 더 좋은 그림이었을 것"이라며 "이 후보 입장에서는 엄청난 변수인 것"이라고 했다.

당장 당내에서는 공개적인 반발도 터져나오고 있다.

민주당 김용민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국민통합은 국민이 정의롭다고 판단해야 가능하다"며 문 대통령의 이번 사면 결정에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최순실 저격수'로도 불렸던 민주당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인 안민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사면권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다. 박근혜 사면복권은 역사적으로 잘못된 결정이 될 것"이라며 "사면복권의 명분은 모호하고 반대의 이유는 너무도 분명하다"고 썼다.

안 의원은 "전 대통령이라고 해서 쉽게 감옥을 나온다면 법치주의의 근간은 무너지게 된다. 박근혜를 사면해주면 종범인 최순실도 풀어줘야 하냐"고 했다.

정청래 의원도 SNS에 "문재인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사면 결정에 대해서는 존중한다. 그러나 내 개인적으로는 반대한다"며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고 죄를 지은 만큼 벌을 받아야 한다"고 적었다.

민주당 선대위 사회적경제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형배 의원은 페이스북에 "원칙과 정치공학 두 부분 모두에서 박근혜 사면은 잘된 결정이라 보기 어렵다. 박근혜에 대한 단죄는 촛불시민이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윤석열 검사가 한 것도 아니다"며 "따라서 촛불시민의 공론이 전혀 형성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권을 발휘한 것은 원칙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박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한 입장문에서 당사자의 사죄를 촉구하며 '역사의 법정은 계속된다'고 한 것을 두고 문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표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사과가 없는 상태에서 박 전 대통령 특사 결정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읽힐 수 있어서다. 다만 최근 부동산 감세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등 다양한 이슈를 놓고 청와대와 충돌해 온 상황에서 당청갈등을 더 키울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발언 수위를 조절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중앙당사에서 선택적 모병제 공약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면, 복권 문제는 형사사법적인 문제인 것이고, 국민 판단과 역사적 판단은 그와 무관하게 존재한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면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이미 결정이 난 상황에서 찬반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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