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하노이 '노딜' 부추겼나…회담 전 3차례 사전회의

기사등록 2020/06/22 18:06:57

볼턴, 강경 대북노선 강조한 브리핑 준비

하노이 가능성…"빅딜, 스몰딜, 걸어나오기"

트럼프 "무엇을 해도 욕먹는 건 마찬가지"

[워싱턴=AP/뉴시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벌어진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의 내용이 연일 미 정가와 세계 외교계를 흔들고 있다. 왼쪽은 2019년 9월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 행사에서 발언 중인 볼턴의 모습. 2020.6.22.
[워싱턴=AP/뉴시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벌어진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의 내용이 연일 미 정가와 세계 외교계를 흔들고 있다. 왼쪽은 2019년 9월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 행사에서 발언 중인 볼턴의 모습. 2020.6.22.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백악관이 세 차례나 공식적인 사전 회의를 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제 돌발행동을 할지 몰라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고 볼턴은 회고했다.

22일 뉴시스가 입수한 볼턴의 회고록  '그 일이 벌어진 방: 백악관 회고록(The Room Where It Happened: A White House Memoir)'에 따르면 백악관은 지난해 2월12일 하노이 회담 준비를 위한 첫 브리핑을 했다.

볼턴은 이날 45분에 달하는 영상을 트럼프 대통령에 보여줬다고 회고록에 썼다.

해당 영상은 지미 카터,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이 '나는 북한과 대단한 협상을 이뤄냈다'고 말하는 모습으로 시작해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학의 실제로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떻게 아직도 미국을 속이는지를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영상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86년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벌인 레이캬비크 정상회담을 회고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레이건의 요점은 "미국이 확실한 입장을 견지했다면 주어진 것보다 더 좋은 거래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워싱턴=AP/뉴시스】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4월 9일 백악관에서 악수하는 모습. 2020.6.22.
【워싱턴=AP/뉴시스】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4월 9일 백악관에서 악수하는 모습. 2020.6.22.


트럼프 대통령은 이 영상을 보고 "내겐 지렛대(
leverage)가 있다" "나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나는 (협상장에서) 나갈 수도 있다"고 반응했다고 볼턴은 말했다. 하노이 회담만으로 대북 정책의 성패를 가늠할 수 없고, 실질적인 진전이 없다면 그저 전과 같은 태도를 이어가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두 번째 브리핑이 열린 건 일주일이 지난 2월19일이었다. 볼턴팀은 트럼프 대통령에 북한이 여전히 강력한 전쟁 의사가 있음을 보여주는 북한 선전 영상을 보여줬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 영상에 상당한 흥미를 보였고, 복사를 요청했다"고 했다.

볼턴은 "나는 두 번째 브리핑에서 '완전한 비핵화'의 의미에 초점을 맞췄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정리해서 보고하라'고 말했다"고 회고록에 썼다. 또한 해당 보고서를 언젠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전달할 수도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말했다고 볼턴은 전했다.

볼턴은 "두 번째 브리핑은 상당히 잘 진행됐고, 우리가 기대하던 모든 걸 달성했다"고도 강조했다.

또 2월19일께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 전화해 한국의 의제를 집요하게 밀어붙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고 했다.

볼턴에 따르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핵 협상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나 뿐이다"고 말했으며 문 대통령에 "언론에는 어떤 식으로든 진전이 있음을 알려달라"고 압박했다.

2월21일, 세 번째 브리핑이 열렸다. 볼턴은 "우리는 북한이 하노이(회담)에 갑작스럽게 들고 와 트럼프 대통령의 양보를 강요할 상황에 대비해 '와일드 카드'를 준비했다"고 했다.


【하노이=AP/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의 단독 회담을 마치고 회담장 주변을 거닐며 얘기하고 있다. 2019.02.28.
【하노이=AP/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의 단독 회담을 마치고 회담장 주변을 거닐며 얘기하고 있다. 2019.02.28.


볼턴은 회고록에서 '와일드 카드'의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마지막 브리핑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와일드 카드가) 김 위원장이 원하는 파국적인 양보를 막기에 충분한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하노이 회담이 시작된 2월27, 볼턴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이 보고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찾았을 때 그는 하노이 회담의 세 가지 결말을 제시했다고 볼턴은 설명했다.

바로 "빅 딜" "스몰 딜" "(회담장에서) 걸어 나오기"였다.

볼턴은 "빅 딜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 선언을 위한 전략적 결정을 내리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에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며 "내 머리에는 '걸어 나오기'라는 문구가 반복적으로 떠올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최소한 트럼프 대통령이 (걸어 나올) 준비가 돼 있거나, 혹은 이를 더 선호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무엇을 해도 비난받는 건 마찬가지"라며 어깨를 으쓱해보였다고 볼턴은 회고했다.

실제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대신 2016년 이후 부과된 핵심 유엔 제재를 모두 해제해달라'는 제안을 거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을 비롯해 희천, 강선 등의 시설까지 폐기할 것을 요구했으나 김 위원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세 번째 선택지였던 '걸어 나오기'를 택했고 협상은 '노딜'로 끝이 났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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