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 외교문서]'KAL기 폭파' 국제 대북 규탄 놓고 南北 신경전

기사등록 2020/03/31 12:00:00

韓, ICAO 이사회서 KAL기 별도 의제 채택에 총력

北, '조작' 주장하며 공격적 행보에 국제사회서 빈축

김현희·김승일 사진에 '南과 빈번한 교신' 주장도

국가안전기획부 "바레인 수사당국이 한국에 제공"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이 KAL 858기 동체 잔해물(앞바퀴 랜딩기어)을 준비해 858기 폭파사고 재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2019.03.25.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이 KAL 858기 동체 잔해물(앞바퀴 랜딩기어)을 준비해 858기 폭파사고 재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2019.03.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1987년 11월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 사건 후 정부가 국제적 대북 규탄 결의안 채택을 위해 외교력을 동원한 반면 북한은 공격적으로 방해한 정황이 31일 공개된 외교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주캐나다대사가 지난 1988년 2월29일 보고한 '제123차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이사회 3차 회의 결과'에 따르면 이사회는 KAL기 폭파 사건을 별도 안건으로 정하고, 의제로 채택할 지 여부를 논의했다.

당시 회의에서 소련과 체코, 쿠바, 중공 등 4개국은 의제가 한 국가나 다른 국가를 규탄하기 위한 정치적 내용의 성격을 갖고 있으며 사건의 기술적 원인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별도 의제 채택을 반대했다. 하지만 다수 이사국의 찬성으로 별도 의제 채택을 결정했으며, 3월21일 남·북한 옵저버 대표의 참석 하에 토의키로 했다.

특히 정부는 대북 규탄 결의안 채택을 위해 33개 이사국 중 28개 이사국 정부에 대해 지지 교섭을 벌여 서방 11개국을 포함해 다수 이사국들이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당시 한국은 옵저버로 결의안 제출권이 없어 캐나다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했으며,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공동제안국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주선을 요청하기도 했다.

정부는 자료 설명 형식으로 회의장에서 VTR테이프를 통해 김현희의 기자회견 장면을 상영하는 방법도 검토했다. 아울러 회의장 밖에서 증거품 제시 또는 슬라이드를 상영하고, 북한이 바레인 정부의 범인 인도 조치에 대한 비난 행위에 대비해 적극적인 대응책도 검토했다.

이에 북한은 각국 대사들과 접촉해 '한국 측의 발표는 조작에 의한 결과'라며 공격적인 태도로 방어에 나섰다.

몬트리올총영사는 북한 대표 일행이 결의안 채택을 막기 위해 각국 대사관과 활발한 접촉을 시도했으나 면담 요청을 받은 대부분 대표들은 북한인을 회피했다고 보고했다. 당시 가나는 3번에 걸쳐 북한과 면담을 거절했다.

 캐나다 대사는 "이사회 회의 의제 채택 토의로 한국이 피해자로서 원고이며, 북한이 범법자로서 피고라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다"며 "특히 회의에서 북한 대표가 취한 일련의 국제회의 관례를 무시한 추태로 말미암아 그런 인상을 주는데 결정적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ICAO 회의 당시 방청석에 있던 3명의 북한인은 의장에게 '말해도 될까요(May i speak)'라고 발언을 신청했지만 의장은 발언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캐나다대사는 보고했다. 이후 북한은 회의장 밖에서 총영사 등에게 '왜 김현희를 북한 첩자로 한국 보고서에 기술했냐', '한국이 제출한 사건조사보고서가 정치적 성격의 내용을 담고 있다'며 거듭 항의했다.

특히 북한은 KAL기 폭파사건과 관련해 한국이 작성한 39쪽의 보고서에 수록된 사진 2장의 촬영자와 입수 경위에 관심을 표하며 "두 범인이 범행 전 서울과 빈번한 교신을 가졌다"는 주장도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국가안전기획부는 "김승일의 소지품 목록에 기재된 코니카 자동차 메타 및 필름은 바레인 수사당국에서 범인들이 이미 촬영해놓은 카메라를 개봉해 필름을 현상해 인화한 사진을 한국에 제공한 것"이라며 "필름은 바레인 수사 당국에 보관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희 사진은 1987년11월 비엔나에 체류할 당시 김승일이, 김승일의 사진은 유고 베오그라드에 체류할 당시 김현희가 찍은 사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외교부는 생산 후 30년이 경과한 1989년도 문서를 중심으로 총 1577권(약 24만쪽)의 외교문서를 원문해제(해설·요약본)와 함께 국민에게 공개했다. 올해 공개되는 문서는 우루과이라운드협상, 미국 무역통상법 슈퍼 301조 협의, 재사할린동포 귀환 문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협의체제 수립, 동구권 국가와의 국교수립 관련 문서 등 포함돼 있다.

외교부는 1994년부터 27차에 걸쳐 총 2만8000여권(약 391만쪽)의 외교문서를 공개해 왔다. 공개된 외교문서의 원문은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열람실'에서 누구나 열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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