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유치원 3법 통과…"만시지탄 될라" 우려 심화

기사등록 2018/12/26 18:07:33

교육당국 "유치원 3법 늦어져 근본적 개혁 어려워"

전문가 "사립유치원 살아남으려면 3법 통과가 기본"

학부모 "반대할수록 의혹 커져"…2020 총선 심판론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조승래 소위원장이 주재하고 있다. 2018.12.26.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조승래 소위원장이 주재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이연희 기자 =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을 둘러싼 여야 의견차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법안 처리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사립유치원 개혁 적기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

26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었던 유치원3법은 여전히 여야 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아 다시 하루 늦춰졌다.

여야 의견차를 좁히기 위해 바른미래당 간사인 임재훈 의원은 지난 24일 ▲국가회계시스템 에듀파인 도입 ▲단일회계 운영 ▲누리과정 지원금 체계 현행 유지 ▲교비회계 부정사용 형사처벌 도입 및 시행시기 1년간 유예 등을 골자로 한 유치원3법 중재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부정비리를 저지른 유치원에 대한 처벌 조항을 두고 의견차는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패스트트랙으로 넘기는 방안에 뜻을 모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을 택할 경우 본회의 투표까지 최대 11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에 사실상 사립유치원 개혁 적기를 놓치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치원3법을 대표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26일 "아이들을 키우는 우리 국민, 학부모들께 하루는 정말 천년 같은 하루"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교육당국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당장 내년부터 규모가 큰 유치원은 에듀파인을 도입할 수 있도록 교육부가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 입법예고를 한 상태이지만 자체적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비리신고센터를 통해 제보된 사안을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특정감사를 실시하는데, 교육당국은 행정처분 권한만 있어 형사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교육부 한 간부는 "유치원3법 없이 교육당국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응은 감사결과에 따른 행정처분인데, 고의로 중대한 부정·비리를 저지를 경우 형벌 적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대한의 행정처분이 '유치원 폐쇄'이지만, 폐쇄 후 유치원 원아들이 어느 기관으로 갈 수 있을지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처벌도 필요하지만 부정·비리를 예방하자는 차원의 법안인데 지체돼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유치원 3법 통과가 지체될수록 사립유치원의 반격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광주지회 소속 유치원 원장들은 지난 22일부터 교육청에 감사 중단을 요구하는 집단시위와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장휘국 광주교육감은 "여야 각 정당들의 사정과 이해관계가 있겠지만 (유치원법을)하루속히 타결해 유치원이 교육기관으로 거듭나고 교육적 목적과 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립유치원 사태는 하루이틀 문제가 아닌 수십년간 이어져온 사안인 만큼 지금이 아니면 개혁 적기를 놓칠 것이라고 지적한다. 

육아정책연구소 박창현 부연구위원은 "패스트트랙으로 넘길 경우 여론의 관심도 떨어지고 2020년에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기 때문에 야당은 물론 여당도 다시 한유총의 눈치를 볼 가능성이 높다"며 "유치원 3법 통과가 늦어질수록 개혁 동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막판에 바른미래당의 중재안을 토대로 논의할 가능성이 높지만 누리과정 지원금은 시대적으로 보조금으로 바뀌는 방향이 옳다"면서 "자유한국당 등이 사립유치원의 생존을 원한다면 공공성을 강화하고 법인화와 공영형 유치원 등에 동참해야만 이후 의무교육 도입 등을 통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시민단체와 학부모의 분노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기도 용인 지예슬유치원의 일방적인 폐원 사태를 겪으며 교육정책에 눈을 뜨게 됐다는 학부모 정지윤씨는 "우리 아이만 당장 유치원 문제가 해결된다고 할 사안이 아니라, 초·중·고부터 대학까지 긴밀하게 연결된 구조적 문제점들이 눈에 보이더라"라며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서, 불합리한 점을 고쳐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자유한국당이 양보를 해야 한다. 야당이 왜 이렇게 강경하게 반대를 하고 있는지, 쪼개기 후원금 의혹이라든지 사학과 연계가 깊어 기득권을 형성하기 때문은 아닌지 뒷배가 있는지 의심이 커진다"고 비판했다.

지난 21일 정치하는엄마들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립유치원 정상화를 가로막은 국회의원들을 다음 총선에서 반드시 심판하겠다"고 벼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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