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건설 라오스 댐, 인재(人災) 인가 천재(天災)인가?

기사등록 2018/07/26 05:00:00

【아타프주=신화/뉴시스】라오스 아타프주의 마을이 24일 흙탕물에 잠겨 있다. 전날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 댐이 붕괴하면서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져나와 수십명의 사망자와 수백명의 실종자, 66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2018.07.25
【아타프주=신화/뉴시스】라오스 아타프주의 마을이 24일 흙탕물에 잠겨 있다. 전날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 댐이 붕괴하면서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져나와 수십명의 사망자와 수백명의 실종자, 66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2018.07.25
【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SK건설이 라오스에서 건설 중인 대형 댐 일부가 붕괴되면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피해 원인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SK건설은 댐이 붕괴된 것이 아니라 이례적으로 퍼부었던 호우 때문에 강이 범람하면서 불가항력적으로 보조 댐 상부가 유실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무리 평년보다 많은 집중호우였더라도 설계 및 공사부실, 안전관리 등에 대한 부분에서 논란이 나오고 있는 만큼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라오스 현지 뉴스통신사인 KPL 등 외신들에 따르면 23일 오후 8시(현지시간) 라오스 남동부 아타프주에서 수력발전용 댐인 세피안-세남노이댐의 보조댐이 무너져 현재까지 수십 명이 죽고 수백명이 실종됐다.

 이 사고로 50억㎥의 물이 갑자기 방류돼 인근 6개 마을을 덮쳤다. 가옥 1370채가 피해를 입었고 663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아직 댐의 붕괴 원인과 구체적인 피해 상황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가 천재지변으로 인한 불가항력적인 사고인지, 라오스 정부의 부적절한 대응과 SK건설의 부실 공사 등으로 인한 인재인지는 논란이 뜨겁다.

 우선 SK건설 측은 이번 사고가 댐 붕괴로 인한 인재가 아니라 폭우로 인한 보조댐 범람으로 인한 천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라오스 댐은 본 댐 세피안, 세남노이 2개와 보조 댐 5개로 이뤄졌다. 22일 오후 9시께 보조 댐 1개 상부에서 일부 유실을 확인했고 그 즉시 당국에 신고하는 한편 댐 하부 마을 주민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는 게 SK건설 측 설명이다.

【서울=뉴시스】전진우 기자 = 23일 라오스에서 SK건설이 참여한 세피안 세남노이 수력발전댐의 보조댐 5개 중 1개가 붕괴되면서 다수가 숨지고 수백명이 실종됐다고 라오스 통신이 보도했다.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전진우 기자 = 23일 라오스에서 SK건설이 참여한 세피안 세남노이 수력발전댐의 보조댐 5개 중 1개가 붕괴되면서 다수가 숨지고 수백명이 실종됐다고 라오스 통신이 보도했다[email protected]
이어 장비와 인력을 긴급 투입해 보조 댐 유실구간에 대한 긴급 복구작업에 돌입했으나 지난 5월부터 이어진 집중호우로 댐 접근 도로가 대부분 끊긴데다 폭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복구작업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했다.

 이에 23일 새벽 3시께 세노하이 본 댐 비상 방류관을 통해 긴급 방류를 실시해 보조 댐 수위를 낮추는 작업을 벌였고 그날 정오께 라오스 주정부에 추가유실 가능성을 통보해 주정부가 하류부 주민들에 대한 대피령을 내렸다.

 그날 오후 6시께 보조 댐 상부 추가 유실 및 범람을 확인하고 24일 오전 1시30분께 보조 댐 하류부 마을 침수 피해가 접수됐다. 오전 9시30분께 하류부 12개 마을 중 7개 마을이 침수된 사실을 확인했다.

 유실이 일어난 보조댐은 길이 770m, 높이 16m, 폭 8m로 세남노이 저수지 주변의 배수를 위해 만들어졌다. 이 댐은 콘크리트로만 만들어진 댐이 아니라 흙과 자갈로 섞어 만든 사력댐(흙댐)이다.

 콘크리트로만 만들어진 댐은 일부 균열이 생기다보면 벽이 갈라지면서 댐 자체가 무너진다. 하지만 흙댐이다 보니 물이 불어나는 과정에서 흙댐 200m 구간의 상부가 쓸려 내려간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폭우로 인한 범람으로 댐이 유실 된 것인지, 아니면 보조댐이 넘쳐나는 물의 양을 견디지 못해 일부 균열이 발생하면서 댐의 유실로 인해 물이 범람한 것인지 여부가 책임 규명의 관건으로 보고 있다.

 또 댐 유실을 확인했지만 집중 호우로 인해 복구작업에 실패하면서 대형 사고로 이어진 것인지, 댐 유실 징후를 알고도 6시간 동안 수위를 낮추지 않으면서 방류 시기를 놓쳐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는지 등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임태훈 기자 = SK건설이 라오스에서 시공 중인 대형 수력발전댐의 보조댐이 폭우로 범람·유실돼 여러 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5일 SK건설과 라오스 국영통신 KPL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8시경 라오스 남동부 아타프주에서 SK건설이 시공중인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의 보조댐 중 하나가 무너져 1300여가구가 물에 떠내려가고 66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SK건설 본사의 모습. 2018.07.25.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 임태훈 기자 = SK건설이 라오스에서 시공 중인 대형 수력발전댐의 보조댐이 폭우로 범람·유실돼 여러 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5일 SK건설과 라오스 국영통신 KPL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8시경 라오스 남동부 아타프주에서 SK건설이 시공중인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의 보조댐 중 하나가 무너져 1300여가구가 물에 떠내려가고 66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SK건설 본사의 모습. [email protected]
특히 발전소 운영을 맡고 있는 한국서부발전 측에서 지난 20일(현지시간) 댐 중앙에 약 11㎝의 침하가 발생했다며 댐 상단부 10개소에 균열 침하가 발생해 복구 장비를 수배했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댐의 경우는 물이 사고 현장을 뒤 덮기 때문에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사고 이후의 현장 역시 대부분 보전이 어려워 조사에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서 "아마 원인 조사가 시작될 경우 설계 단계부터 댐의 유실 과정까지 면밀히 들여다 봐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대규모 댐의 경우는 낙차를 이용한 전력 발생을 위해 일정량의 물을 가둬둔다. 보조댐의 역할은 물을 가둬 낙차를 만들어 많은 전략을 만들기 위한 용도로 사용된다. 이에 본 댐과 달리 수문이 별도로 있어 언제든지 유입된 물을 방류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다만 보조댐에도 일정 수위가 넘으면 범람을 막기 위해 여분의 물을 배수하기 위한 여수로가 설치된다. 이에 SK건설이 미리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는 것을 예측해 여수로를 통해 비상 방류를 했었으면 더 큰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인지에 대한 여부도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각에서는 원인 규명에 따라 피해보상 등 기업의 존립 자체가 달려 있고, 아직 현장 인명구조도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책임 여부를 묻기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이번 사업이 민관협력사업(PPP) 개발형사업 방식의 주요 사례인만큼 향후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진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아 사고 원인이 나올 때까지는 사태를 지켜봐야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해외건설 전문가에 따르면 "지금 당장 SK건설에 대한 부실 시공이나 안전관리 지적보다는 인명 구조와 사태 수습이 제일 먼저 이뤄져야한다"면서 "이번 사고가 국내 기업에 대한 대내외 신임도에도 영향이 있는만큼 사고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해야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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