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노벨문학상은 뒷날 기약···"척박한 독서문화 과제"

기사등록 2017/10/05 20:42:18

【서울=뉴시스】 가즈오 이시구로, 일본계 영국 작가. 2017.10.05. (사진 = AP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가즈오 이시구로, 일본계 영국 작가. 2017.10.05. (사진 = AP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올해 노벨문학상이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63)에게 돌아가면서 한국은 다시 뒷날을 기약하게 됐다. 2002년부터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고은(84) 시인의 이름이 언급된 터라 이 상에 대해 피로감을 호소하는 국내 독자들도 상당하다.

지난 6월 국내 번역 출간된 '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도코 고지 저·송태욱 역·현암사 펴냄)에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것은 세계에서 최고로 훌륭하다는 뜻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것에서 보듯, 세계 최고 권위의 문학상에 대한 반기를 드는 흐름도 나온다.

하지만 노벨문학상은 수상 의미를 떠나 해당 문학 세계화의 한 지표로 통한다. 노벨문학상 이후 또는 그 너머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작가 한강(47)이 '채식주의자'로 한국인 첫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받아 문학 세계화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이나마 덜어진 상황이다.

◇한국문학 세계화는 현재 진행형

한강의 이른바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의 수상은 알게 모르게 한국 문단 내부에 똬리를 틀고 있던 열등감을 해소시켜줬다.

특히 이웃나라인 일본과 중국에서는 일찌감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1968년 가와바타 야스나리(1899~1972), 1994년 오에 겐자부로(82) 등 2명의 수상자를 냈다. 중국 역시 2012년 모옌(62)이 고국에 첫 노벨문학상을 안겼다. 이로 인해 한국은 매년 노벨문학상 발표일이 다가오면 기대감과 동시에 조마조마함에 휩싸였다.

이미 원로 작가들의 작품은 상당수 외국에 소개됐다. 고은 시인의 작품이 20여개 언어권 약 90종이 번역된 것을 비롯해 황석영, 이문열 등이 해외에서 읽히고 있다.
 
최근에는 젊은 작가들의 약진이 점차 도드라지기는 한다. 신경숙, 김영하, 김애란 등 이미 해외에 팬을 보유하고 있는 작가들은 물론 한강을 비롯해 편혜영, 정유정, 정이현 등도 점차 해외에서 주목 받고 있다. 

한강 '채식주의자'의 영문 번역가이자 한강과 맨부커상을 공동 수상한 데버라 스미스가 지적한 것처럼 "서사 방식이나 문체에 대해서 이렇다 할 고정관념이 생겨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 문학은 아직 고유성을 인정 받고 있다.

한국 고유의 문화와 다난한 역사의 일면을 보여주는 한국적인 작품부터 한국이 아닌 다른 곳을 배경으로 한국인이 아닌 주인공을 내세우는 작품까지 다양한 한국 작품이 외국에 진출할 여지가 생겼다는 것을 뜻한다.

'채식주의자'의 맨부커상에서 보듯 중요한 건 번역이다. 단순히 영어로 번역이 많아지는 것을 넘어 다양한 국가의 언어로 옮겨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랑스어원 전문 번역가인 최미경 교수(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는 지난해 한 포럼에서 "영어는 세계 언어 위상에서 큰 헤게모니를 갖지만, 문학적 소통의 소극성으로 국내 기관들의 투자대비 문학전달의 효과가 극대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짚은 바 있다.

최 교수는 당시 "불어, 스페인어, 독일어, 중국어, 일본어 등 헤게모니 중간어를 통한 문학소통이 뜻밖에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들 언어의 번역에 대해 교육 및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어지형에서 영어만큼 헤게모니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이들 언어로 번역된 출판물이 많질 때 세계문학지도에서 차지하는 한국문학의 비중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벨문학상의 또 하나의 중요한 요건 중 하나로 꼽히는 건 스웨덴어 번역본이다. 스웨덴 한림원이 최종 결정을 하기 때문에, 스웨덴어로 잘 번역된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고은 시인 역시 2000년대 들어 시집 '만인보' '순간의 꽃', 소설 ‘화엄경’이 스웨덴어로 번역 출간되면서 유력 노벨문학상 후보자로 급부상했다.

문학계 관계자는 "한국문학번역원이 그간 한국 문학 번역을 위해 노력해온 결과물이 최근 도드라지고 있는데, 좀 더 많은 작품을 다양한 언어로 번역해 접점을 지속해서 늘려야 한다"면서 "한국의 유력 작가들의 판권을 대거 보유한 에이전시인 KL매니지먼트 등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척박한 독서 문화는 과제

한국 문학 시장의 기형은 노벨문학상에 대한 국민의 열망과는 반대되는 척박한 독서문화 시장에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1년 동안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은 성인이 전체의 34.7%를 차지했다. 게다가 성인 독서율은 2007년 76.7%에서 2015년 65.3%까지 떨어졌다. 또 UN이 2015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그해 한국인의 독서량은 192개국 중 166위로 하위권에 속했다.

지난해 1월 미국의 권위 있는 시사교양 '뉴요커'는 문학에 관심이 없는 풍토에서 노벨문학상에 매달리는 한국의 상황을 꼬집기도 했다.

미국 문학평론가 마이틸리 G. 라오는 당시 뉴요커 온라인판에 '한국은 정부의 큰 지원으로 노벨문학상을 가져갈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 같은 세태를 지적했다.

고은은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명되는 유일한 한국 작가인데 정작 고은의 시는 한국에서 많이 읽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시에 노벨문학상 발표 시기에 그의 수상 여부를 놓고 분주해 하는 한국 언론의 행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이 세계 13위 경제 대국이지만 노벨상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받은 평화상 하나가 전부라면서 이 때문에 노벨문학상에 대한 바람이 커지고 있다고도 했다.

출판계는 노벨문학상 자체보다 이를 발판 삼아 국내문학이 중흥됐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치고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책을 발간한 출판사 관계자는 "한강 작가의 수상이 국내 문학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처럼 노벨문학상이 수상 여부를 떠나 문학 시장이 활성화하는데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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