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증환자들의 입속 휘젓다 '고깃덩어리' 꺼내는 연기에 속아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민간요법 '체내림' 시술을 받으러 갔다가 속아 넘어간 사람들의 사연이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소화불량으로 고생하던 택시기사 A씨(50)는 최근 친지의 권유로 서울 영등포구 모 체내림 시술소를 찾았다. 한옥집에 들어서자 한 노파가 A씨를 맞이했다.
"고기를 먹고 체한 것 같다"는 A씨의 말에 노파는 "소화되지 않는 고기를 꺼내지 않으면 고기가 위 속에서 피를 머금어 더 커진다"고 겁을 줬다.
말을 마친 노파는 부엌에 가서 한참동안 뭔가 준비한 뒤 물 주전자와 세숫대야를 가져왔다. A씨를 바닥에 앉힌 노파는 자신의 이마를 A씨의 이마에 갖다 댄 상태에서 손가락을 A씨의 입안으로 깊숙이 집어넣어 무언가를 꺼내는 듯한 시늉을 했다.
A씨는 메스꺼워 눈을 질끈 감았고 그 순간 노파는 목구멍에서 손을 빼내더니 손가락 끝에 쥔 고깃덩어리를 세숫대야에 '텅' 소리가 나도록 세게 던져 넣었다.
어렵사리 눈을 뜬 A씨는 내용물을 확인하기 위해 세숫대야 안을 들여다봤다. 하지만 내용물이 정말 자신이 먹었던 고깃덩어리인지는 확인하기 힘들었다. 노파가 주전자에 있던 물을 세숫대야에 부으며 고깃덩어리를 휘휘 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술을 마친 노파는 어리둥절해하는 A씨에게 "집에 가는 길에 콜라 1병을 꼭 마시라"고 말했다. 노파의 말대로 콜라 1병을 들이켠 A씨는 트림을 크게 한 뒤 개운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잠자리에 들 때쯤 체증이 도졌고 이후 A씨는 체한 듯한 기분이 들 때마다 노파를 찾아 체내림 시술을 받았다. 시술 후 한참 지나면 목이 붓고 속이 뒤집어지는 듯했지만 적어도 시술 직후만은 개운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체증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고민 끝에 A씨는 노파 대신 내과의사를 찾았다. 의사는 A씨로부터 그동안의 사연을 전해 듣고는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의사는 A씨에게 위내시경 사진을 보여주며 "고깃덩어리가 이 안 어디에 걸려있을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A씨 같은 체내림 사기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중국음식과 참치샌드위치를 먹었다가 체한 B씨도 최근 체내림집에 가서 시술을 받았다. 시술자는 7번에 걸쳐 손가락을 목구멍에 집어넣어 구역질을 시킨 다음 B씨에게 공기를 삼키라고 한 뒤 배를 쓸어내렸다. 수차례 시술에도 체기는 가시지 않았고 B씨는 또 다른 체내림집을 찾아 나섰다.
소화불량으로 응급실을 전전하던 C씨도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체내림집을 찾았다. C씨의 맥을 짚은 시술자는 등을 몇 번 쓸어내리더니 C씨의 입속에서 고깃덩어리 두 덩이를 꺼내는 척 연기를 했다. 당연히 시술 후에도 C씨의 증세에는 차도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소화불량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체내림 사기에 휘말리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고 귀띔한다. 송치욱 속편한내과의원 원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체내림의 정체'라는 글을 남겼다.
송 원장의 글에 따르면 체내림 사기범들은 환자가 들어오면 일단 최근에 무슨 음식을 먹고 체했는지를 묻는다. 환자가 먹었다는 음식을 가져온 이들은 환자의 목구멍을 자극해 구토를 유도하는 순간 환자의 입이 아니라 자신의 입에서 음식물을 꺼내는 방식을 쓴다.
송 원장은 "자주 체증을 경험하는 환자들은 먼저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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