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1996~2024)의 생전 라이브 방송이 공개됐다.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연예뒤통령 이진호'가 공개한 영상. (사진=유튜브 채널 '연예뒤통령 이진호' 캡처) 2025.02.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1996~2024)의 생전 마지막 라이브 방송이 공개됐다.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연예뒤통령 이진호'에는 '오요안나 마지막 라방서 포착된 슬픈 눈빛. 선배 A씨 추석 대타 요청 소름돋는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기자 출신 유튜버 이진호는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씨를 둘러싼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속해있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이 고인의 유서와 카톡까지 공개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하지만 의혹의 중심에 선 당사자들은 여전히 아무 문제 없이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진호는 "MBC 측이 진상조사위원회까지 구성해서 조사가 시작된 만큼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방송을 계속해서 이어가겠다는 당사자들의 의지가 반영된 일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당사자들이 관련 의혹에 대해서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진호는 오요안나의 생전 라이브 방송을 공개하며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해 분석했다.
이진호에 따르면, 오요안나는 사망하기 약 20일 전인 지난해 8월 22일에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이진호는 "PC방을 찾은 오요안나의 안색은 상당히 어두웠다. 이에 지인들은 '울었느냐'라고 물었다"고 전했다. "이에 오요안나는 '울지 않았다'고 답했다. '일하러 왔다. 내가 광주 사람이지 않느냐? 그래서 내가 직접 겪고 먹었던 곳을 부탁하셔서 하고 있다. 지금 일하러 왔다. 아우 하기 싫다. 컨디션이 안 좋다. 심신미약 상태다'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진호가 공개한 영상에서 오요안나는 "지금 PC방이다. 게임 아니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노트북이 없다. 나도 여기(PC방) 와서 (일)하고 싶지 않다. 내가 광주 사람이라 광주 관련된 리스트를 정리해달라고 해서 왔다"고 말했다. "나 우셨냐고? 아니 안 울었어요. 내가 광주 사람이거든. 그래서 광주를 소개할 그것을 할 것이다. 내가 로컬이잖아. 그래서 내가 직접 겪었고 먹었고 했던 곳을 좀 (말해달라고) 부탁하셔서 내가 하겠다고 해서 쭉 정리해놨다"고 했다.
오요안나는 "컨디션? 안 좋아. 요즘 심신미약 상태다. 아흐 피곤해 죽겠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진호는 "최근 논란 이후 일각에서는 이 맛집 리스트 정리 조차 괴롭힘을 가한 선배 중 일부가 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는데, 취재 결과 이 부분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괴롭힘 당사자들과 관련이 없는 사안이자 일정이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진호는 "다만 오요안나의 당시 라이브를 통해서 세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먼저 첫째로는 오요안나가 가족들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는 것이다. 오요안나는 맛집 설명 과정에서 어머니가 저 낳기 전부터 갔던 곳, 오빠가 공기밥을 세 그릇이나 먹던 곳이라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번째는 오요안나의 발언을 통해서 어떤 심경이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오요안나가 스스로 컨디션이 안 좋다, 심신미약 상태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방송을 지켜본 지인들이 울었느냐고 되물을 정도였다. 세번째는 본인의 일에 관한 열정이었다. 퇴근 이후 본인이 맡은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 PC방까지 찾아서 정리에 나설 정도였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연예뒤통령 이진호'가 공개한 영상. (사진=유튜브 채널 '연예뒤통령 이진호' 캡처) 2025.02.11. photo@newsis.com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28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으나, 비보는 석 달 후인 12월 10일 뒤늦게 알려졌다. 대구·경북지역 종합일간지 매일신문은 지난달 27일 "비밀번호가 풀린 오요안나 씨의 휴대전화에서 원고지 17장 분량 총 2750자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엔 특정 기상캐스터 2명에게 받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보도했다.
매일신문에 따르면, 2021년 5월 MBC 프리랜서 기상캐스터가 된 오요안나는 이듬해 3월부터 괴롭힘 대상이 됐다. MBC 관계자는 매일신문에 "아직 제대로 파악이 안 됐다. 저희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 시정해야 될 부분은 시정을 하고 비판도 달게 받겠다"고 전했다.
지난달 28일 MBC는 "최근 확인이 됐다는 고인의 유서를 현재 갖고 있지 않다. 유족들께서 새로 발견됐다는 유서를 기초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다면 MBC는 최단시간 안에 진상조사에 착수할 준비가 돼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고인과 관련된 사실을 언급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라 MBC로서는 대응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다만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고인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자신의 고충을 담당부서(경영지원국 인사팀 인사상담실, 감사국 클린센터)나 함께 일했던 관리 책임자들에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고 했다.
오요안나 유족 측은 생전 전화 통화 내용과 카카오톡 대화를 모아 지난해 12월 고인의 직장 동료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유족 측은 가해자와 회사 측의 사과조차 없었다며 진상 규명을 강력히 요구했다.
MBC는 오요안나 사망 4개월 만에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지난달 31일 "외부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내부적으로 자체 조사를 진행했고, 신속하게 진실이 규명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다. 유족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위원장은 법무법인 혜명 채양희 변호사를, 외부위원으로 법무법인 바른 정인진 변호사를 위촉했다.
경찰은 조사에 착수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달 31일 오요안나 사건을 수사해 달라는 국민신문고 민원을 접수해 내사를 시작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10일 "오요안나 사건으로 5건의 진정 사건이 서울 마포경찰서에 접수됐고, 진정인 4명 상대로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등 절차에 따라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용 당국도 자체적으로 사건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관할 지청인 서울서부지청은 오요안나의 사건에 대한 근로자성 여부 등을 따지는 사실관계 확인에 착수했다. 특히 고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돼 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은 5인 이상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법이라, 프리랜서 신분이었던 오요안나에게 적용이 되는지 여부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아이돌 연습생 출신인 오요안나는 2019년 춘향선발대회에서 숙으로 당선됐다. 2021년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뽑혔고, 평일·주말 뉴스 날씨를 맡았다. 다음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연예뒤통령 이진호'가 공개한 영상. (사진=유튜브 채널 '연예뒤통령 이진호' 캡처) 2025.02.11. phot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