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음악의 셰르파"…스타인웨이 거장이 말한 조율사의 세계

기사등록 2026/06/17 07:05:35

스타인웨이 피아노 전문가 슈테판 프리츠

"음악 본연을 위해 존재…전통을 지키는 일"

"피아니스트가 표현하고 싶은 음색 구현이 내 임무"

좋은 조율사 되기 위해 '오픈마이드' 강조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슈테판 프리츠(Stefan Fritz) 피아노 톤 마이스터(음향 전문 조율사)가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사운즈S에서 삼성문화재단과 한국피아노조율사협회 주관으로 열린 '피아노 톤 마이스터 프로그램'에 초빙되어 국내 조율사를 위한 실습 교육을 하고 있다. 슈테판 프리츠는 독일 함부르크 스타인웨이(Steinway & Sons)의 기술담당 고문이자, 세계적인 피아노 톤 마이스터(음향 전문 조율사)이다. 2026.06.17.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피아노에서 건반과 해머를 분리하자 내부의 복잡한 구조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율사가 건반의 수평과 높낮이를 좌우하는 핀의 정렬 상태를 살피고, 해머의 펠트를 바늘로 찔러 탄력을 조절하는 '니들링(Needling)'의 깊이를 가늠했다. 악기 곳곳을 두드려 울림과 진동의 차이를 확인하며 소리가 미세하게 어긋난 지점을 찾아냈다.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사운즈S. 국내외 조율사 20여 명이 숨소리조차 죽인 채 피아노 내부를 들여다봤다. 강단에 선 이는 독일 피아노 제작사 스타인웨이(Steinway & Sons)의 기술담당 고문이자 세계적인 톤 마이스터(음향 전문 조율사)인 슈테판 프리츠다.

프리츠는 지난 10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국내외 조율사 300여 명을 대상으로 기술 세미나를 진행한 데 이어, 12일부터는 심화 교육 과정에 나섰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스타인웨이 콘서트 그랜드 피아노를 직접 분해·조립하며 조율 전반의 과정을 설명했다.

강의 후 만난 프리츠는 피아노를 목재와 천, 양모 등 살아 있는 재료로 구성된 악기로 설명했다.

"조율은 단순히 음을 맞추는게 아니라 (피아노) 움직임의 작동이 원활하게 되는 지를 점검하는 작업입니다. 건반 자체는 소리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건반과 터치는 치밀한 연관성을 가져 터치의 정도에 따라 소리가 바뀌지요."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슈테판 프리츠(Stefan Fritz) 피아노 톤 마이스터(음향 전문 조율사)가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사운즈S에서 삼성문화재단과 한국피아노조율사협회 주관으로 열린 '피아노 톤 마이스터 프로그램'에 초빙되어 국내 조율사를 위한 실습 교육을 하고 있다. 슈테판 프리츠는 독일 함부르크 스타인웨이(Steinway & Sons)의 기술담당 고문이자, 세계적인 피아노 톤 마이스터(음향 전문 조율사)이다. 2026.06.17. pak7130@newsis.com

프리츠는 지난 42년간 피아노 제작사 스타인웨이에서 근무한 피아노 전문가다. 그는 수석 콘서트 테크니션으로도 활동하며 피아니스트 프리드리히 굴다, 알프레드 브렌델, 에브게니 키신 등과 함께 작업하며 이들의 피아노 조율을 담당했다. 현재는 스타인웨이 기술담당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딴 '프리츠 피아노 아카데미'를 지난해 설립해 베를린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이번 초청은 삼성문화재단과 한국피아노조율사협회의 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양 기관은 지난 2월 '2026 삼성 피아노 톤 마이스터 프로그램' 협약을 체결하고 전문 조율사 육성에 나섰다. 삼성문화재단은 2017년부터 협회와 협력해 국내 기술 세미나와 해외 연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왔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조명을 받는 이는 대개 무대 위 연주자다. 그러나 피아니스트가 원하는 소리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무대 뒤 조율사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역시 여러 인터뷰에서 조율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프리츠는 자신을 '피아노 테크니션'이라고 소개하며 조율사의 역할을 히말라야 등반을 돕는 셰르파에 비유했다.

"피아니스트처럼 돋보이지는 않지만 이들을 위해서 존재하고, 음악 본연을 위해서 존재합니다. 조율사의 역할은 단순한 기술 노동이 아니라 전통을 이어가는 일이지요. 조율사가 없었다면 클래식 음악 역사에서 좋은 악기라는 것은 없었을겁니다."

흔히 조율은 음정을 맞추는 작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조정, 조율, 정음 등 여러 단계가 복합적으로 이뤄진다. 건반의 움직임을 바로잡고, 음정을 맞추며, 해머의 질감과 음색을 조절하는 작업이 모두 포함된다.

프리츠는 이 과정에 대해 "사람들이 보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업하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가장 선호하는 소리를 묻자 "상관이 없다"는 예상 밖의 답이 돌아왔다. 그는 "취향이 있지만 피아니스트들이 표현하고 싶은 음색을 구현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슈테판 프리츠(Stefan Fritz) 피아노 톤 마이스터(음향 전문 조율사)가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사운즈S에서 삼성문화재단과 한국피아노조율사협회 주관으로 열린 '피아노 톤 마이스터 프로그램'에 초빙되어 국내 조율사를 위한 실습 교육을 하고 있다. 슈테판 프리츠는 독일 함부르크 스타인웨이(Steinway & Sons)의 기술담당 고문이자, 세계적인 피아노 톤 마이스터(음향 전문 조율사)이다. 2026.06.17. pak7130@newsis.com

유년 시절 아버지와 목공과 수공예 작업을 하며 제작에 관심을 키운 프리츠는 어릴 적 피아노와 오르간을 배웠다. 그는 한때 오르간 제작자가 되기를 꿈꿨지만, 17세에 스타인웨이에 수습생으로 입사한 뒤 약 3년간의 교육 과정을 거쳐 평생의 직업을 찾았다.

조율사가 되기 위한 덕목을 묻자 '오픈마이드'를 강조했다. 음악적 감각도 중요하지만 소리를 찾는 과정, 새로운 피아노 이론을 배우기 위해서는 이를 모두 습득할 자세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또 프리츠는 "인내심이 필요하고, 용기를 갖고 여러 시도를 해보며 배움을 멈추지 않아야 좋은 테크니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조율사의 특징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테크니션이란 직업이 유사하다"면서도 "한국의 경우 전부 오픈마이드를 갖고 배우려고 한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전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프리츠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한 삼성문화재단과 한국피아노조율사협회에 "전 세계에 이렇게 대형 세미나와 교육 기회를 시도하는 곳은 없다"며감사의 뜻도 전했다.

그는 긴 시간 집중해 교육 과정에 참여한 조율사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슈테판 프리츠(Stefan Fritz) 피아노 톤 마이스터(음향 전문 조율사)가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사운즈S에서 삼성문화재단과 한국피아노조율사협회 주관으로 열린 '피아노 톤 마이스터 프로그램'에 초빙되어 국내 조율사를 위한 실습 교육을 하고 있다. 슈테판 프리츠는 독일 함부르크 스타인웨이(Steinway & Sons)의 기술담당 고문이자, 세계적인 피아노 톤 마이스터(음향 전문 조율사)이다. 2026.06.17.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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