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세계 원유 재고, 3~4월 2억5000만배럴 급감”
봉쇄 지속 땐 다음 달 배럴당 130~140달러 전망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이 2개월 반 전 막힌 뒤 세계 경제를 떠받쳤던 원유 초과 재고가 기록적인 속도로 줄고 있다며, 에너지 시장의 상대적 안정이 곧 흔들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원유 가격이 폭발적으로 뛰지 않은 것은 민간 저장고와 정부 전략비축유 방출, 높은 가격에 따른 수요 감소가 동시에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축유가 빠르게 줄면서 앞으로는 작은 공급 차질이나 수요 증가만 생겨도 가격이 크게 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엘런 월드 애틀랜틱카운슬 글로벌에너지센터 선임연구원은 “소비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고, 재고가 바닥나면 결국 바닥나는 것”이라며 “어느 시점에는 시장이 충돌하고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육상 저장탱크와 해상 유조선에 실린 원유를 포함한 세계 원유 재고는 전쟁 시작 이후 기록적인 속도로 줄었다. 3월과 4월 두 달 동안 감소한 재고만 2억5000만배럴로, 세계 원유 소비량 약 2.5일분에 해당한다.
JP모건체이스는 ‘풍요의 착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계속될 경우 부유한 국가들의 재고가 다음 달 초에는 정유공장과 운송망을 정상적으로 돌리기 빠듯한 수준까지 떨어지고, 9월에는 공급망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최소 필요 재고 수준에 접근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공급 부족의 파장은 이미 넓게 번지고 있다. 미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수년 만의 최고 수준에 근접했고, 항공사들은 항공유 부족 가능성에 대비해 운항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최고경영자도 휘발유와 항공유 같은 정제유 재고가 여름 이동·여행 성수기를 앞두고 “위험할 정도로 낮은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처음 막혔을 때 시장이 예상보다 잘 버틴 것은 충돌 전부터 쌓여 있던 원유 초과 재고 덕분이었다. 당시 이란과 러시아는 구매자를 찾지 못한 원유 수백만배럴을 해상에 띄워두고 있었고, 미국 재무부가 러시아산 원유 제재에 일부 예외를 허용하면서 시장에 추가 물량이 풀렸다.
미국과 서방 정부의 전략비축유 방출도 완충 역할을 했다. IEA 32개 회원국은 8일까지 약 1억6400만배럴을 방출했고, 7월 말까지 정부 비축유 2억1000만배럴을 추가로 풀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IEA는 전략비축유까지 포함한 누적 부족분을 다시 채우려면 3년 동안 하루 약 100만배럴의 추가 공급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재고 감소 여파는 미국과 아시아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은 미국 경유 재고가 5월 말까지 1억배럴 아래로 떨어져 2003년 이후 최저 수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골드만삭스는 인도, 태국, 대만 등이 나프타, 연료유, 경유 같은 정제유 제품의 심각한 부족 수준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마드 후세인 캐피털이코노믹스 원자재 이코노미스트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재고 감소가 이어질 경우 다음 달 유가가 배럴당 130~140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14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105달러 안팎에서 거래돼 3월 말 종가 기준 고점인 118달러보다는 낮은 수준이었다.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더라도 공급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IEA는 기뢰 제거와 인프라 복구, 해상 물류 재정비 등을 고려하면 정상 운항까지 최소 2~3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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