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중동' 어디로 갈지 모르는 '트럼프의 펜'…韓수출·에너지 복잡해진 셈법

기사등록 2026/02/23 11:01:46

미 대법원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트럼프 관세 개편 공식화

美관세 확대 적용 우려↑…한미 FTA 혜택가능성 낙관 공존

중동 정세 불안 심화 시 韓 에너지 수급 불안 및 수출 타격

산업부, 미 관세 재편에 대응책 마련 부심…에너지도 점검

新통상 전략 수립 및 에너시 수입선 다변화 시급 목소리↑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대법원 관세 판결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2026.02.21.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연초부터 우리나라 수출과 에너지 분야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의 상호관세가 연방대법원의 위법 판결에 따라 새롭게 재편될 수 있는데다 중동 지역에선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명간 새로운 관세 정책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무역법 122조 외에도 무역법 301조,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법 338조 등이 활용될 수 있는 만큼 한미 관세 협상이 원점에서 재논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중동 정세 불안도 우리나라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해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제 유가와 가스 가격이 급등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여파로 우리 산업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수 있어서다.

정부는 미국의 새로운 관세 재편과 중동 지역 분쟁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선 두 사안의 단기적 해결책은 다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시장 다변화를 통한 체질개선이 시급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미 대법원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트럼프 관세 개편 공식화

미국 대법원은 최근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근거한 대통령의 관세 부과는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15%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미국은 향후 무역법 301조 및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할 가능성을 시사했는데 반도체 및 파생상품, 의약품, 항공기·제트엔진, 드론 등에 대한 고관세 적용을 본격화하는 등 무역 상대국에 대한 관세 조치를 확대·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이번 조치로 인한 우리나라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예상이다. 지난해 한미 양국은 관세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를 15%로 합의한 만큼 새로운 조치가 적용될 때 까지 일시적 혼란은 발생 가능하지만 큰 영향은 없다는 진단이다.

특히 대미 수출품 1위 품목인 자동차의 경우 무역확장법 232조가 적용돼 미 대법원의 위법 판결과는 무관한 만큼 한미 양국의 관세 협상이 파기되지 않는 한 품목별 관세 15%가 적용될 수 있고 대미 수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평택=뉴시스] 정병혁 기자 = 27일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2026.01.27. jhope@newsis.com

◆美관세 확대 적용 우려↑…한미 FTA 혜택가능성 낙관 공존

미국의 새로운 관세 재편과 관련해 국내에선 우려와 기대가 공존한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미국이 한미 관세협상을 무시하고 한국에 무역법 232조를 적용 받는 품목별 관세율을 조정하거나 무역법 301조를 활용해 압박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우리나라의 대미 투자 특별법 처리 지연을 이유로 관세율 재인상을 언급한 바 있다. 대미 투자가 지연될 경우 자동차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고 세율이 정해지지 않은 반도체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무역법 301조 조사와 관세 부과는 우리나라에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다. 무역법 301조는 불공정 무역에 대해 세율 제한 없이 보복성 관세를 부과할 수 있어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나라 통상 리스크는 그 어느때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낙관론과 관련해 한국무역협회(무협)는 향후 미국의 관세 구조가 '최혜국대우(MFN) 관세 + 무역법 122조(15%)'로 전환되는 만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MFN 관세 면제 효과만큼의 가격 경쟁력 우위를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은 상호관세 부과 이후 각국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15% 수준의 관세율에서 경쟁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미국의 관세 재편이 이뤄지면 우리나라는 한미 FTA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무협 주장의 요지다.

◆중동 정세 불안 심화시 韓 에너지 수급 불안 및 수출 타격

미국이 이란을 대상으로 이른바 '코피 작전'으로 불리는 제한적 타격을 실시할 수 있다는 점도 우리나라 수출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란이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중동 정세 불안이 심화될 수 있어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과 이란이 전면전을 벌이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미국이 이란에 일방적인 공격을 자행하고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공습이 맞물리면서 중동 지역에서의 긴장을 더 고조시킬 수 있다는 예상이다.

미국과 이란, 이스라엘과 레바논간 군사적 충돌이 본격화되면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급 불안을 겪을 수 있다. 원유의 70%, 액화천연가스(LNG) 30% 이상을 중동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중동 정세 불안에 매우 취약한 것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원유 수송 통로인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제 유가와 가스 가격이 급등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여파로 국내 전기·가스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압력이 커질 수 있는데, 이 경우 수출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예상이다.
[테헤란=AP/뉴시스] 25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 거리에 설치된 손상된 미국 항공모함을 묘사한 대형 광고판에 "(미국이) 도발하면 더 큰 보복이 따를 것"이라는 내용의 문구가 적혀 있다. 2026.01.26.

◆산업부, 미 관세 재편에 대응책 마련 부심…에너지도 점검

정부는 미국의 새로운 관세 재편과 관련해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는 한편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중동 지역 분쟁 상황에 대응해선 에너지 수급 불안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최근 경제단체, 주요 업종별 협회, 유관기관 및 관계부처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열고 미국의 새로운 관세 재편에 대한 업계 의견 수렴 및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향후 미측과 긴밀히 소통하며 우호적 협의를 지속해 나가면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수출다변화 정책을 끈기 있게 추진하고, 관세환급 불확실성에 대응해 유관기관 및 업종 협·단체와 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중동 정세 불안과 관련해선 안정적인 국가 산업과 국민 생활의 필수 기반이 되는 석유·가스 비축시설 관리 현황과 안전 및 보안 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비상시 비축 석유·가스를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기로 했다.

◆新통상 전략 수립 및 에너시 수입선 다변화 시급 목소리↑

일각에선 양자 맞춤형 통상 전략을 수립·가동하는 한편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을 확대해 나가며 수출 시장 다변화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중동 정세 불안에 대비하기 위해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통상질서 전환과 대한민국 통상의 새로운 길'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통상환경이 구조적으로 변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새로운 통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희권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수출이 특정 국가와 품목에 집중 돼 있어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며 "전략산업 중심의 가치사슬 재편과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 확대 등 수출시장 다변화, 품목의 구조적 다변화 등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안보 체계 전환과 관련해선 한국은 전력 생산의 상당 부분을 석유·LNG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수소·원전 등 대체에너지 체계 강화, 수입선 다변화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빙현지 전문연구원은 i-KIET 산업경제이슈 보고서를 통해 "중동 정세 불안은 수출입, 공급망 등 우리 산업에 미치는 직접적영향보다 물류비, 유가 등 간접적인 영향이 훨씬 크다"라며 "유가 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완화하는 산업구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어 유가 상승에 취약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공급선의 다변화를 모색하면서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산업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탄소중립 추세와도 일치한다"고 부연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에서 열린 미국 대법원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관세 위법 판결 관련 민관합동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2.23. bluesod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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