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 측 추산 15만, 경찰 비공식 2만9천명
종이 대신 태블릿, 촛불 대신 응원봉 들어
기말고사 끝난 고등학생들 교복 입고 참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재표결을 하루 앞둔 13일 밤 서울 여의도 일대는 각양각색의 응원봉을 든 시민으로 가득찼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6시부터 탄핵 촉구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오후 8시10분 기준 주최 측 추산 15만명, 경찰 비공식 추산 2만9000명이 집결했다.
현장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수십가지 색깔의 응원봉이었다. 지난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가 '촛불'로 대표됐다면, 윤 대통령 탄핵 집회는 각종 아이돌 응원봉이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응원봉 문화에 익숙지 않은 중장년층도 경광봉이나 불빛 나는 망치 등을 흔들며 호응했다.
깃발 대신 태블릿PC에 쓴 재치있는 문구들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수능을 치른 고등학생들은 '고3 수시 발표남. 더 이상 두려울 게 없다!' '수능 끝난 고3 연합' '막내야! 언니가 살기 좋은 세상 만들어 줄게!'를 쓴 태블릿을 머리 위로 높이 들었다.
집회 초반 민중가요에 맞춰 "우리 함께 모두 탄핵" 노랫말을 흥얼거리던 시민들은 무한궤도의 '그대에게' 등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 나오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응원봉을 흔들며 열창했다. 로제의 아파트,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같은 K팝 대표곡이 재생되자 현장 분위기는 흡사 야외콘서트를 방불케 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온 고등학생 김서현(17)양은 "불금이지만 살아갈 날이 많으니 바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금요일은 돌아오지만 미래는 안 바꾸면 돌아오지 않는다"며 "국민의힘 의원 한 명만 더 참여하면 탄핵이 될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경기 하남에서 온 박호태(16)군은 "오늘 시험기간이 끝나 친구들과 왔다. 유튜브로 뉴스를 보고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공유하면서 많이 알게 됐다"며 "윤 대통령 탄핵을 염원하는 국민들의 열의와 열망이 뜻을 쟁취하는 한해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남사친(남자사람친구)'과 함께 왔다는 이모(17)양은 "오늘 시험이 끝나서 교복 벗고 바로 왔다. 시위에 참여해 나라에 도움이 되고 싶다"며 "우리 반 25명 중에 5명은 온다고 했는데, 시험보다는 나라의 미래를 걱정했다"고 말했다.
경기 동두천시에 거주하는 전승주(49)씨는 "두 시간 걸려 집회에 머릿수 하나 채우려 왔다"며 "젊은 친구들도 많고 밝아서 축제 느낌이 강하다. 윤 대통령이 탄핵돼 일상으로 돌아가서 따뜻한 연말을 맞이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회사 팀원 6명과 같이 왔다는 방채은(27)씨는 "어제 대통령 담화문을 보고 '가만히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내일 탄핵이 결정되는 날이라 오늘 힘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 해서 나왔다"고 밝혔다.
아내, 아이와 함께 온 경기 남양주에서 온 이원영(39)씨는 "불금이지만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밝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왔다"며 "아이 때문에 오래 있지는 못하지만 아이돌 노래도 나오고 꼬치도 팔아서 신났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오는 14일 오후 4시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범국민촛불대행진은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탄핵 촉구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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