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다음날부터 계속해서 전북 일대서 촛불집회
시민들이 만든 이색적인 문구·이미지 눈에 띄기도
[전주=뉴시스]강경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에도 전북 도민들의 탄핵 열망은 식지 않은 채 촛불집회로이어졌다.
이날 오후 6시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객사 풍패지관 앞.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다음날인 지난 4일부터 윤석열퇴진전북운동본부는 이 자리에서 계속해서 촛불집회를 열고 시민들과 함께 탄핵을 외쳤다.
이날 오후 눈발이 날려 혹시 시민들이 많이 찾아올까라는 생각이었지만 추운 날씨에도 많은 시민들이 손팻말과 함께 도롯가에 앉아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촉구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집회 현장은 여전히 10대와 20대들이 무대 앞자리에 앉았다. 이들은 앞열에서 윤 대통령을 즉각 탄핵하라고 소리쳤다.
집회 참가자 중 일부는 태블릿에 개성 있고 독특한 문구를 띄워 놓아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영국 유명 브릿팝 밴드인 '오아시스'의 내한 소식에 '오아시스 내한 오기 좋은 나라 만들어줄게' 라는 문구를 띄우거나 유명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의 한 장면에 글자를 추가해 '내란수괴 내란공범 물러가라'라는 이미지를 띄웠다.
태블릿에 독특한 문구를 띄운 고모(30대·여)씨는 "어제(12일) 대통령의 담화를 봤는데 TV로 보면서 이걸 계속 보다가 껐다가 했다"며 "지금 전국 각지에 있는 친구들 모두 여의도, 부산, 창원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14일 탄핵소추안 재표결의 예측을 묻자 고씨는 "될까 말까의 (예측) 문제가 아니다. (탄핵 소추안 가결이) 무조건"이라며 "첫 투표 때 국민의힘 의원들의 집단 퇴장으로 표결이 불성립됐을 때 너무 분했다"고 밝혔다.
재밌는 문구는 태블릿이 아닌 깃발로도 나부꼈다. 자신을 게이머라고 소개한 송모(30대·여)씨와 김모(20대·여)씨는 "여의도 국회 앞에서만 조금 특이하고 재밌는 깃발이 나오더라. 저희도 지지 않으려고 '전국 전사 협회 전북지부'를 창설하고 깃발을 만들었다"고 웃었다.
이들은 "지금까지의 생각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하야도 퇴진도 아니고 탄핵이 답이다"라며 "국민의힘 의원들도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하라고 앉혀둔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투표를 하지 않는다는 게 기가 찬다"며 여당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추운 날씨 속 집회에 나온 시민들을 돕기 위한 손길도 있었다.
조정현(56) 전주YMCA 사무총장은 단체 회원들과 함께 손수 다과와 함께 코코아, 유자차 등 추운 몸을 녹일 차들을 준비했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이 모습을 보고 감사워하면서 과자와 차를 받아가 다시 집회 자리로 몸을 옮겼다.
조 총장은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시위 당시에는 한 20번 정도 이 곳에서 다과를 준비했다"며 "지난 7일부터 해서 한 네차례 정도 300명이 먹을 수 있는 다과를 준비했는데 거의 다 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여기서 돕는 건 역시 '시민됨'의 생각이다. 저희들과 시민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모두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또 우리의 역할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