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의 대선]④'공약은 됐고 MBTI가 뭐지'…"비호감 대선 속 풍자·자조적 현상"

기사등록 2022/02/24 06:00:00

주요 후보들, MBTI 활용한 선거운동 눈길

대선후보 MBTI 검색량, 2030 MZ세대가 최다

"투표는 해야겠고, 마음에 드는 사람은 없고"

전문가 "풍자·자조적 상황…MZ세대 트렌드"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이왕이면 나랑 성격이 맞는 사람을 뽑겠다."

제20대 대선 국면에서 MZ세대를 중심으로 성격유형 지표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가 지지 후보를 결정 요인 중 하나로 부상했다.

24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대선 후보들은 MBTI 열풍이 불고 있는 MZ세대를 겨냥해 자신의 MBTI 테스트 결과를 홍보하는 등 'MZ세대 맞춤형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MBTI는 성격 유형 검사로, 외향(E)-내향(I), 감각(S)-직관(N), 사고(T)-감정(F), 판단(J)-인식(P)의 8가지 경향을 조합해 총 16가지의 유형으로 성격을 분류한다. 근래 들어 MBTI를 통해 주변인의 성격과 취향을 파악하는 문화가 급격히 확산했다.
[서울=뉴시스] AI 윤석열이 윤석열의 MBTI가 ENFJ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공약위키 홈페이지 갈무리) 2022.02.24. *재판매 및 DB 금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달 정책·공약 안내 사이트인 '윤석열 공약위키'를 통해 자신의 MBTI 유형을 홍보했다. 해당 홈페이지에서 AI(인공지능) 윤석열은 "윤석열 후보님의 MBTI 유형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정의로운 사회운동가'형인 ENFJ라며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과 같은 유형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달부터 이재명 후보 공식 홈페이지인 '재명이네 마을'과 '이재명 플러스'에서 'JMBTI 소확행 테스트'를 운영 중이다. 유권자의 성격유형에 따라 맞춤형 공약을 소개한다는 취지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교적인 외교관'형의 ESFJ라고 밝힌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E' 유형임을 강조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직업을 바꿀 때마다 MBTI도 바뀌었다"며 정확한 MBTI 유형을 밝히지 않았지만, "그 직업을 하는 데 최적화되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 같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네이버 데이터랩을 통해 각 후보의 MBTI 검색량을 분석한 결과 (사진=네이버 데이터랩 갈무리) 2022.02.24..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 대선 후보들의 MBTI 전략에 MZ세대들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반응하는 분위기다.

검색량 분석 서비스 '네이버 데이터랩'을 통해 지난해 2월부터 이날까지 총 1년 간의 연령대별 각 '후보 MBTI'의 검색량을 분석한 결과, MZ세대에 해당하는 10대 후반부터 30대 사이 이용자 중심으로 검색량이 높았다. 특히 지난달 검색량이 지난해 7월 검색량의 10배에 이르는 등 후보들의 MBTI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커지고 있다.
[서울=뉴시스] 네이버 데이터랩을 통해 각 후보의 MBTI 검색량을 분석한 결과 (사진=네이버 데이터랩 갈무리) 2022.02.24.. *재판매 및 DB 금지

젊은층이 이처럼 반응하는 배경에는 정치에 무관심하더라도 MBTI에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특성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후보 개인이나 정당, 공약 등에 매력을 느끼지 못해 성격 궁합으로 눈을 돌리는 현상으로도 풀이된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대학생 정모(24)씨는 "역대급 비호감 대선을 실감하는 중"이라며 "토론회를 봐도 지지하고 싶은 후보가 생기지 않는다. 후보와 후보의 공약, 정당 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투표권을 포기하고 싶진 않아서 그냥 MBTI 궁합이라도 잘 맞는 사람 뽑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직장인 김모(28)씨도 "아무도 뽑고 싶지 않지만, 나의 미래를 5년이나 맡겨야 하는 사람인데 성격이라도 맞아야 하지 않겠나"라며 "씁쓸하지만 평소에 MBTI를 신뢰하는 편이라 성격 궁합이 잘 맞는 후보를 뽑으려 한다"고 토로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어차피 크게 매력적이지 못한 후보들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데, 그런 풍자적이고 자조적인 현상이 MZ세대 사이에서 충분히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상황이다"라며 "MBTI가 MMPI, Big 5, DSM-5 등의 검사보다 정확도는 낮지만, 접근성, 재미 측면에서 훨씬 낫기 때문에 MZ세대들의 관심도 큰 것"이라고 전했다.

임 교수는 "후보들의 성격을 MBTI로 정확히 규정할 순 없지만, 누가 나와 궁합이 잘 맞는지는 파악할 수 있다"면서 "후보들도 자신의 MBTI 성향을 적극적으로 밝히고 홍보하는 것이 MZ세대의 호감을 얻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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