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과로사 방지안 잠정 합의…집회현장 '환호'(종합)

기사등록 2021/06/16 17:19:36

민간 택배업계, 과로사 중재안 마련해

여의도공원서 '상경투쟁' 곧 마무리

우정사업본부 측 문제 해결은 '아직'

조합원 발언 등 진행…경찰 충돌 없어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사회적 합의기구 일정에 맞춰 이틀째 상경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전국택배노동조합 회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문화제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2021.06.16.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신재현 기자 =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16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이틀째 대규모 '상경투쟁'을 이어간 가운데, 이날 오후 민간 택배업계가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한 중재안에 잠정 합의했다. 이에 따라 택배노조 측은 이날 마지막 집회를 열고 현재 진행 중인 파업은 철회하기로 했다.

택배업계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에 열린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전체 회의가 오후 3시30분께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택배노조 측은 마지막 집회를 진행하고 해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9일부터 진행됐던 파업을 이르면 내일(17일) 철회해 정상업무에 복귀한다는 방침이다.

전날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내 만남의광장에서 4000명가량의 노조원들이 참여한 과로사 대책 마련 촉구 집회는 밤샘으로 진행돼 이날도 이어졌다. 이번 택배노조 집회는 노사와 정부, 국회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기구 회의가 진행되는 15~16일에 맞춰 진행됐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이날 국회서 오후 1시부터 진행됐던 합의를 마치고 오후 4시40분께 집회 현장을 찾았다.

진 위원장은 ▲택배기사의 최대 작업시간은 일 12시간, 주 60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하기로 한 점 ▲분류인력을 투입하고 기사들이 고용보험, 산재보험에 가입하는데 필요한 직접 원가 상승요인은 170원임을 확인한 점 등 합의 내용을 전했다. 이에 노조원들은 박수를 치고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우체국 택배노조와 우정사업본부는 중재안과 관련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추가로 논의하게 된 점을 언급하며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날 협상에 직접 참여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도 "과로사 원흉을 내년 1월1일부터 확실하게 없어지도록 합의했다"면서도 "우정사업본부와의 추가적 사회적 교섭이 남아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유성욱(오른쪽)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회적 합의기구‘택배비 분과’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6.16. photo@newsis.com
앞서 이날 택배노조는 오전 9시부터 결의대회를 열어 각 지부별 조합원들의 발언을 1시간30분 가량 진행하기도 했다.

울산지부의 한 조합원은 "아직도 퇴근하지 못한 21명의 동료 노동자들이 있고 이는 안타까운 죽음이었다"며 "택배 노동자들도 쉬면서 일할 권리, 죽지 않고 일할 권리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조합원은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인데 왜 외국인 노동자처럼 살아야 하느냐, 이 땅에 세금을 내는 만큼 우리도 국민으로서 누리고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택배노조 측은 사회적 합의가 결렬될 경우 투쟁을 이어갈 수 있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태완 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사회적 합의가 대체적으로 진전을 보고 있지만 민간 택배사를 비롯해 우정사업본부도 이에 합의를 해야 한다"며 "협상이 결렬되면 위원장 지시에 따라 청와대로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택배노조 측은 이날 오후 1시30분께 집행부 긴급회의를 진행하는 등 상황이 잠시 긴급하게 돌아가기도 했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집회 현장을 찾은 경찰은 노조원들과 물리적으로 충돌하진 않았지만 집회 시작 30분 만에 3차 해산명령까지 내리는 등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날 서울경찰청은 택배노조 상경 투쟁 관련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을 밝히며 서울시가 택배노조 측을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울시는 전날 감염병예방법 제49조(감염병 예방조치)에 따른 집회금지 행정명령을 택배노조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등포경찰서는 전날 "지능수사과장 등 16명을 수사전담팀으로 편성해 주최자·주요 참가자를 집시법 및 감염병예방법 등 위반 혐의로 엄정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회적 합의기구는 지난 1월 말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원인으로 지목된 분류작업에 인력을 투입하기로 하는 등 택배사 책임을 명시한 1차 합의를 이뤘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사회적 합의기구 일정에 맞춰 이틀째 상경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전국택배노동조합 회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문화제에서 시작 전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2021.06.16. kkssmm99@newsis.com
하지만 택배노조는 이후에도 분류작업 인력 투입이 이뤄지지 않거나 회사가 분류인력 투입 비용을 택배노동자에게 전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지난 7일에는 노조 측이 분류작업을 전면 거부하기도 했다.

전날 진행된 사회적 합의기구 회의에 대해 진 위원장은 "세부적 사안에 대한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우체국 택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고 노동시간에 따른 후속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진 위원장은 "가장 쟁점이 된 물류인력 투입 시기와 관련해선 노동조합이 수용 가능할 만한 제안이 도출됐다"며 "6월말까지 표준 계약서를 작성하고 7월27일 새로운 위탁 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사회적 합의 기구는 이날 오전 11시에 사회적 합의 교섭을 위한 준비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1시에 시작된 교섭은 결론이 이날 오후 6~7시께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중재안이 나오면서 여의도 집회는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다만 우체국 택배 노조와 우정사업본부는 추가로 논의를 진행하기로 하면서 파업 철회는 민간 부문에 국한될 것으로 알려졌다. 우정사업본부와 택배노조는 이와 관련해 오는 18일 추가 협의를 실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again@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