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신흥국 펀드 '휘청'…수익률 급락에 자금유출 이어져

기사등록 2018/06/18 17:21:59

최근 1개월 수익률 남미신흥국 -12.42%, 유럽신흥국 -5.60%

美·EU 금리 인상에 대규모 자금유출…"하반기 신흥국 접근에 있어 신중해야"

【워싱턴=AP/뉴시스】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은행(FRB) 의장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의 기자회견장에 도착하고 있다. 미 연준은 이날 미 금리를 또다시 0.25%포인트 인상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올들어 2번째이며 미국은 올해 모두 4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8.6.14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글로벌 증시 호황을 등에 업고 고공행진하던 신흥국 펀드가 휘청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신흥국에서 대규모 자금유출과 통화가치 급락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전체 해외주식형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0.23%를 기록했다.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상대적으로 견조한 수익률을 보인 가운데 성과를 거둔 가운데 신흥국 증시에 투자한 펀드들이 대거 손실을 낸 데 따른 것이다.

지역별로는 남미신흥국주식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이 -12.42%로 가장 저조했다. 유럽신흥국주식 펀드와 동남아주식 펀드가 각각 -5.60%와 -3.38%로 뒤를 이었다.

국가별로는 브라질주식 펀드가 한 달새 -16.95%의 수익률로 투자자들에게 가장 많은 손해를 안겼다. 베트남(-4.51%)과 러시아(-3.26%) 등 그동안 각광을 받았던 신흥국 펀드들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치 못했다.

개별 상품을 살펴보면 중남미 국가나 러시아에 투자한 펀드들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글로벌신흥국주식 펀드 유형 중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브라질러시아업종대표자 1(주식)종류A'가 1개월 새 -12.30%의 손실을 기록해 성과가 가장 저조했다. 마찬가지로 러시아와 브라질에 투자하는 NH-아문디(Amundi)운용의 'NH-Amundi러-브자 2[주식]ClassA1'도 같은 기간 -9.48%의 손실을 나타냈다.

남미신흥국주식 펀드 유형에 포함되는 상품들은 성과가 더욱 저조했다. '미래에셋라틴인덱스 1(주식)종류A'(-13.28%), '슈로더라틴아메리카자(주식-재간접)종류A'(-12.48%), '신한BNPP중남미플러스자(H)[주식](종류A 1)'(-12.42%), '한화중남미자(주식)A클래스'(-11.05%) 등이 최근 한 달 간 두 자릿 수의 손실을 기록했다.

저조한 수익률 탓에 신흥국 펀드의 자금도 빠지고 있다. 5월 이후 글로벌신흥국주식 펀드와 남미신흥국주식 펀드에서는 각각 682억원, 105억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신흥국 펀드의 몰락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탓이 크다. 미국 경제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우려로 투자자들이 이들 신흥국에서 자금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기존 1.50~1.75%에서 1.75~2.0%로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 3월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 인상인데 올 하반기 기준금리를 두 차례 더 인상할 것임을 시사하면서 신흥시장의 불안감도 가중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오른쪽)가 지난 5월10일 워싱턴의 IMF 본부에서 니콜라스 두조브네 아르헨티나 재무장관과 만나고 있다. IMF는 아르헨티나의 경제를 강화하기 위해 500억 달러(53조7800억원)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고 7일(현지시간) 밝혔다. 2018.6.8
이런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도 14일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서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올해 연말까지 양적완화를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 Fed가 방아쇠를 당긴 글로벌 긴축에 합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주요 선진국들이 잇달아 통화긴축 기조로 돌아서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은 휘청이는 모습이다. 특히 남미 신흥국들의 경우 달러화 강세로 인해 통화가치가 급락하면서 큰 충격에 직면했다.

브라질 헤알화의 경우 달러화 대비 가치가 올해 들어 17.8% 하락했으며 통화가치 폭락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최대 500억달러(약 53조5500억원)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기로 한 아르헨티나는 페소화 가치가 올해 들어서만 30% 이상 떨어졌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뿐만 아니라 터키 리라화, 남아프리카 랜드화, 인도 루피화,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등도 가치가 급락한 상황이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신흥국주식 약세에는 글로벌 제조업지수 하락, 성장률 전망 하향 등과 같은 경기모멘텀 둔화와 선진국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의 부채 부담 가중이 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러한 환경은 하반기에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미국과 유로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는 점진적으로 펀더멘털이 취약한 신흥국에서 여타 신흥국으로 부채 부담을 높일 수 있다"며 "하반기 신흥국 접근에 있어 신중해야 하는 이유"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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