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병원비 미납 암환자 벤치에 놓고 떠난 종합병원 도덕성 논란

기사등록 2018/06/14 09:02:34 최종수정 2018/06/15 13:33:21

병원측 "진행할 치료없고 장기간 입원 불가…절차따라 퇴원"

거동 힘든 환자 병원 벤치 2시간…사설구급차에 실려 이동

의료계 "거주지 없는 암환자 길거리로 내몰지 않아…노력 미흡"

인권위 "비용문제 환자 내쫓는 사례 불구 사립병원 조사는 힘들어"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병원비를 미납한 말기암 환자를 병원 1층 벤치에 내려놓고 떠난 병원의 행위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보호자가 없는데다 거동을 전혀할 수 없는 환자를 어떤 대책도 없이 방치한 것이어서 병원은 도덕적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의 대형종합병원 B병원은 병원비를 미납하고 가족에게도 연락을 거부 당한 말기암 환자 Y씨를 지난 5일 병원 1층 벤치에 내려놓고 떠났다. 

 더이상 진행할 치료가 없으며 장기간 입원시킬 수 없어 정상적 절차를 거쳐 퇴원시켰다는 게 병원측의 주장이다.

 병원측은 연락이 닿은 Y씨 가족들이 인연을 끊은지 오래됐다며 모두 Y씨를 데려가길 거부하고 요양병원이나 쉼터도 지불능력이나 가족 유무 등의 이유로 조건이 맞지 않아 보낼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Y씨를 계속해서 입원시킬 수 없다고 판단한 병원측은 Y씨에게 이런 사실을 설명하고 지불 각서를 받은뒤 1층 벤치에 내려놓고 떠났다는 것이다.

 당시 Y씨는 의식은 있었지만 거동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태로 병원 1층 벤치에 2시간 넘게 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Y씨는 사설구급차에 실려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사설구급차 기사는 비용도 받지 못한 채 환자를 국립중앙의료원에 내려놓고 떠났다.

 국립중앙의료원에 도착했을 당시 환자는 상태가 좋지 않아 응급실에 있다가 점차 회복돼 일주일만에 일반병실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B병원이 치료가 끝나지도 않은 환자를 병원비 지불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퇴원 처리한 다음 내쫓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보통 거주지가 없는 암환자의 경우 요양병원이나 쉼터를 알아봐 보내는데 이런 식으로 강제 퇴원시켜 길거리로 내모는 일은 거의 없다"며 "환자를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은 도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B병원 관계자는 "장기간 무작정 입원을 시킬 수 없어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1층에 내려다 드렸다"면서도 "장기간 입원할 수 없지만 응급실을 통하면 다시 입원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 그렇게 할 생각이었는데 환자가 사설구급차를 타고 갔다"고 해명했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환자를 전원 처리하지 않고 사설 구급차를 태워 보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지적했다.

 또 일반적으로 병원은 가족이 환자의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 경찰에 인계해 다른 가족을 찾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만 B병원은 이런 절차도 거치지 않고 거동이 힘든 환자를 일방적으로 병원밖으로 내몰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대형종합병원의 한 관계자는 "가족을 찾다가 정 안되면 사회복지기관에 의뢰하고 그것도 안되면 공공의료기관을 통해 의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병원은 경제적 이유를 떠나 생명을 치료하고 돌봐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 아무대책없이 병원밖에 방치하는 일은 요즘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른 병원 관계자도 "적합한 다른 병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안내할 수도 있었을텐데 병원측이 편한 대로 일을 처리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며 "최소한의 것만 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은 행태"라고 비판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아무 정보도 없는 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해 치료하고 보호자를 찾는데 반나절 이상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응급 환자를 치료할 시간을 상당 부분 허비한 셈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종합병원 이상급의 의료기관에서는 사회복지사를 반드시 한명씩 배치해 지역 연계 등에 대한 상담을 하고 이를통해 상황이 어려운 환자를 지원한다"며 B병원이 이해하지 못할 행태를 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Y씨 사례처럼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병원간 연계 시스템도 미비해 앞으로도 이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병원과 요양병원·공공시설간 연계하는 사회적시스템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Y씨처럼 재정능력이 없는 환자는 길거리로 내몰리고 공공의료기관은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는 사례가 계속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국가인권위 관계자는 "병원이 비용을 문제로 환자를 내쫓은 사례가 있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고 이번 사례 역시 문제가 있다"면서도 "사립병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현행법상으로는 조사를 하고 조치를 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kangs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