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개업 59곳·폐업 89곳…동네 소아의료 기반 약화
소아 진료수가 현실화·근무환경 개선·법적부담 완화 등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1~2025년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폐업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89곳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지난해 9월 3일 서울시내 소아·청소년 전문의가 운영 중인 소아청소년과. (해당 사진은 기사와 작접 관련이 없습니다.) 2025.09.03. jhope@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9/03/NISI20250903_0020956595_web.jpg?rnd=20250903085030)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1~2025년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폐업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89곳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지난해 9월 3일 서울시내 소아·청소년 전문의가 운영 중인 소아청소년과. (해당 사진은 기사와 작접 관련이 없습니다.) 2025.09.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아이들을 진료하던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진료실을 떠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전국에서 문을 닫은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새로 개원한 곳보다 30곳 많았다. 폐업한 전문의 상당수가 소아 진료와 무관한 의료기관으로 이동한 사실도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저출생에 따른 환자 감소와 낮은 진료 보상, 의료사고 부담 등이 맞물리면서 소아의료 인력의 이탈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1~2025년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폐업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89곳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신규 개업한 의원은 59곳에 그쳤다. 신규 개업 건수 대비 폐업 건수의 비율은 150.8%로, 주요 의원 진료과목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청소년과 의원 감소는 최근에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지난해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 '대한의학회지(JKMS)'에 발표된 연구를 보면 전국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2019년 2229곳에서 2022년 2135곳으로 94곳 감소했다. 이 기간 새로 개원한 의원은 285곳이었지만 폐업한 의원은 379곳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의료기관 폐업이 전문의의 소아 진료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진이 이 기간 폐업한 소아과 전문의 364명을 추적한 결과 129명(35.4%)이 소아청소년과와 관련 없는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02명은 다른 의원으로, 24명은 요양병원으로 이동했다. 나머지 3명은 한방병원과 정신병원에서 근무했다. 반면 소아청소년과 관련 의료기관에서 계속 근무한 전문의는 127명(34.9%)이었다. 의료기관 근무 이력이 확인되지 않은 전문의도 108명(29.7%)에 달했다.
연구진은 소아청소년과 진료가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고 업무 강도도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이 기존 진료 분야에 계속 종사할 수 있도록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적절한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소아의료 인력의 이탈은 미래 전문의 확보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지난해 9월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당시 수련 중인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141명으로, 전체 정원 대비 충원율이 17.4%에 그쳤다.
학회는 전공의 지원 기피의 주요 원인으로 낮은 진료수가와 의료사고에 따른 법적 부담, 소아·청소년 인구 감소 등을 지목했다. 소아 진료는 환자의 연령과 발달 상태에 따라 진찰과 설명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지만, 이러한 특성이 진료 보상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이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감소는 중증·응급진료 체계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지난해 학회가 발표한 수련실태조사에서는 전국 소아청소년과 수련병원 93곳 가운데 24시간 응급진료가 가능한 병원의 비율이 46.2%로 나타났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절반 이상의 수련병원에서 소아 응급환자를 상시 진료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의료계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소아 진료의 특성을 반영한 수가 개선과 의료사고에 따른 법적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지난해 9월 소아의료 인력 부족 문제와 관련해 가칭 '어린이·청소년 건강기본법' 제정과 소아청소년 의료 전담 부서 신설을 요구했다. 소아 진료수가 현실화와 재정 지원 확대, 의료사고에 따른 법적 부담 완화 및 환자 피해 구제제도 개선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소아의료 수가의 현실화와 각종 술기·수술에 대한 가산 확대도 필요를 언급했다. 현재 소아의료수가는 연간 신생아 100만명 시대에 설계된 것으로 저출산 시대인 현재 의료공급체계를 유지하기에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의료사고에 따른 형사처벌 부담도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의료계에서는 소아 진료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에도 의료진의 과실이 인정되면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고위험 소아 진료를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부담 방어진료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 소아의료 체계의 안정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의료계는 기존 전문의들이 소아 진료를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새로운 의료인력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은 "정부가 제도적 안전장치와 지원책 마련을 더 미룬다면 지역 소아필수의료는 머지않아 제 기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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