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청구서①] 전기요금 묶였는데 투자 55조…부채 210조 한전 '재원 딜레마'

기사등록 2026/11/08 09:00:00

최종수정 2026/11/08 09: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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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전기요금 동결…연료비 상승분 반영 한계

한전 부채 210조 넘어…상반기 이자만 2.1조

2030년까지 전력망에 55조 투자…재원 부담 확대

2027년 말 한전채 특례 종료…법정 한도 초과 우려

[세종=뉴시스]한국전력 본사 전경. (사진=한전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한국전력 본사 전경. (사진=한전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이수정 기자 = [편집자주] 국가 정책의 최전선에 선 거대 조직들이 잇따른 정책 과제와 경영 부담에 직면해 있다. 정부 정책의 '완충재' 역할을 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재무 건전성과 본연의 기능까지 지켜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다. 뉴시스는 이들 조직에 쌓이는 정책 부담과 그에 따른 문제점을 짚어본다.

정부가 물가 안정과 국민 부담 완화를 위해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는 가운데 한국전력공사는 국가 전력망 확충을 위한 대규모 투자까지 감당해야 하는 이중고에 놓였다.

전기요금 안정과 첨단산업 육성이라는 정책 목표를 동시에 추진하는 과정에서 투자 속도에 맞는 재원 확보가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한전의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

8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4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가정용은 14개 분기, 산업용은 8개 분기째 동결이다.

전기요금의 일부인 연료비조정단가는 2022년 3분기부터 18개 분기 연속 ㎾h당 5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한전이 국제 연료가격을 반영해 산정한 4분기 필요 조정단가는 7.3원이지만 제도상 상한인 5원이 적용됐다.

요금 동결은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과 환율이 올라 전력 구입 비용이 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한전 몫이 된다. 요금은 묶여 있는데 비용은 대외 여건에 따라 움직이는 구조여서다.

한전의 재무 여건도 녹록지 않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부채는 210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조1000억원 늘었다. 차입금은 133조3000억원에 달하고, 상반기에 낸 이자만 2조1000억원으로 하루 평균 115억원꼴이다.

흑자는 이어가고 있지만 수익성은 둔화했다.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4조9127억원으로 1년 전보다 16.6% 줄었다. 별도 기준으로는 2조1228억원이다.

한전은 ‘2026~2030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올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을 2조1892억원으로 내다봤다.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전력 구입 비용 증가를 반영한 것으로, 지난해 8조5400억원보다 6조3508억원 적다.

[전남광주=뉴시스] 정부와 한전은 현재 건설 중인 신장성변전소와 광주 군공항 이전 부지를 연결하는 신규 송전망을 지방도 49호선인 '빛가람장성로'와 황룡강변을 따라 설치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그림은 '황룡강변 송전선로 상상도'  (이미지=생성형 AI 제작) *재판매 및 DB 금지
[전남광주=뉴시스] 정부와 한전은 현재 건설 중인 신장성변전소와 광주 군공항 이전 부지를 연결하는 신규 송전망을 지방도 49호선인 '빛가람장성로'와 황룡강변을 따라 설치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그림은 '황룡강변 송전선로 상상도'  (이미지=생성형 AI 제작) *재판매 및 DB 금지

수익성 회복이 주춤한 상황에서도 정부의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계획과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전력 수요 증가로 전력망 투자는 오히려 늘고 있다.

한전은 2026~2030년 송변전·배전 사업에 55조3237억원을 투입한다. 송변전에 32조9576억원, 배전에 22조3661억원이다. 2027~2029년 송배전망 투자 계획은 지난해 중장기계획보다 9.6% 늘었다. 반도체 산업단지와 AI 데이터센터에 제때 전력을 공급하려면 설비 확충을 미루기도 어렵다.

향후 5년간 계획된 전력망 투자비는 연평균 11조원에 달한다. 한전이 지난해 별도 기준으로 최근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의 영업이익(8조5400억원)을 거뒀음에도 연평균 투자비는 이를 웃도는 규모다.

영업이익과 실제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현금은 다르지만, 자체 수익만으로 대규모 설비투자를 충당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 판매수익으로 최소한 전력망을 확충할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한다"며 "계속 사채를 발행하거나 차입해서 투자비를 충당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한전 현금출자 5000억원을 반영했다. 한전 역시 향후 5년간 14조9000억원 규모의 자구노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투자 재원이 대규모로 필요한 시점에 한전채 발행 한도 특례 종료도 다가오고 있다.

 한전의 사채 발행 한도는 대규모 적자로 자금 조달이 막혔던 2022년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으로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2배에서 5배로 한시적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 한전채 발행잔액은 71조5000억원으로 현재 한도 121조3000억원의 약 59% 수준이고, 발행 배수는 약 3배다. 그러나 특례가 끝나는 2027년 말 이후에는 원칙적으로 다시 2배가 적용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한전의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토대로 2027년 말 한전채 발행잔액이 76조489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2028년부터 기존 2배 기준이 적용되면 발행 가능한 한도는 약 57조원에 그친다. 별도 조치가 없다면 한도를 초과하는 약 19조원의 사채를 상환해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전력망 확충을 위한 투자 수요가 이어지면서 사채 발행잔액을 단기간에 줄이기 어렵다는 점이다.

 예정처는 한전채 발행 배수가 2027년 2.7배에서 2028년 2.3배, 2029년 2.1배로 낮아지더라도 2029년까지 2배 이내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전력망 확충 투자계획과 연계한 중장기 부채 감축 계획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달 1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말까지 사채 발행 배수가 5배에서 2배로 줄어들게 된다면 그때는 사채 발행을 더 이상 할 수 없기 때문에 한전의 자구노력도 필요하지만 최소한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10.19.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10.19.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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